출장으로 중국 구이저우 시골에 몇 주간 머무르게 됐습니다. 동네가 참 조용하고 산 좋고 물 맑고, 사람들 인심도 아주 좋더라고요.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하니까 숙소 아주머니께 여쭤봤더니 아주머니께서 반갑게 “근처에 헬스장이 있지! 기구도 몇 개나 있어~” 하시며 추천해 주시는 겁니다. 아주머니 표정이 은근히 자랑스러워 보이길래, “어느 정도인가?” 싶은 마음에 찾아가 봤죠.

그렇게 며칠째 다니다 보니, 동네 분들이 헬스장을 운동하러 오기보다는 약간 차 마시러 오는 사랑방처럼 활용하는 분위기더라고요ㅋㅋㅋ. 기구 몇 개가 한쪽에 놓여 있고,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서 아주 평화롭게 담소를 나누고 계신데, 운동을 빙자한 소소한 사교 모임 같은 느낌이라서 오히려 참 정겹고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기구를 사용하려고 가 보니 두 분이 나란히 앉아 계신 거예요. 한 분은 기구에 앉아 편안하게 계셨고, 옆에 친구로 보이는 분이 앉아서 수다 폭풍을 휘몰아치는 중이었습니다ㅋㅋㅋ. 그래도 운동은 해야 하니, 저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기구에 앉아 계신 분께 “혹시 사용 중이신가요?” 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기구에 앉지도 않았던 옆자리 분이 갑자기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더니, 저를 마주 보며 세상 진지한 얼굴로 외치는 겁니다ㅋㅋㅋㅋ.

“우리 친구가 지금 기구 잘 쓰고 있는데 왜 물어봐?!”

ㅋㅋㅋㅋ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저는 기구에 앉아 있는 분에게 물어본 것뿐인데, 이분은 마치 기구의 왕이라도 된 것처럼 저를 막아서는 거예요. 그분의 눈빛은 마치 제가 기구 영토를 침범한 외국 간첩이라도 된 듯이 날카로웠습니다ㅋㅋㅋ. 그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깨달았죠. ‘아, 이분이 바로 전설의 기구 옆자리 황제구나…’ 하고요ㅋㅋㅋ.

더 웃긴 건 기구에 앉아 계신 분은 완전 젠틀하게 저를 보며 “괜찮아요, 먼저 쓰세요!”라고 하시면서, 오히려 그 황제를 살짝 진정시키고 계시는 거예요ㅋㅋㅋ. 기구에 앉아 계신 분은 정말 친절하게 미소까지 지어주시는데, 옆자리 황제님은 끝까지 “내 친구의 기구는 내 기구!”라는 표정으로 저를 지켜보고 계시더군요ㅋㅋㅋ.

“기구 옆자리 황제”의 특징이

- 본인은 기구에 앉지 않았으나, 강력한 기구 소유권 보유
- 친구가 앉은 기구에 대한 모든 접근은 국경 침범 행위로 간주
- “내 친구의 기구는 내 기구”라는 철벽 마인드로 경호 태세 장착ㅋㅋㅋ
- 운동보다는 수다 근력에 집중하며 기구 경호에 온 힘을 다하는 분

결국 저는 민망해져서 다른 기구로 갈 수밖에 없었지만, 이 구이저우 시골 헬스장만의 기구 옆자리 경호 시스템을 제대로 경험하고 나니, 앞으로는 기구에 앉은 사람보다 옆자리 담당자를 더 주의 깊게 살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ㅋㅋㅋ.

운동을 마치고 헬스장을 나오는 길에, 직원분이 저를 보며 “운동 잘 하셨어요?” 하고 인사를 건네시길래, 저도 피식 웃으면서 "네… 덕분에 잘했습니다ㅋㅋ" 하고 대답했더니, 직원분이 살짝 웃으면서 한마디 더 하시는 거예요.
“아, 그분이 가끔 그러세요ㅋㅋ.”
역시 소문난 황제였던 겁니다!
숙소로 돌아와 아주머니께 오늘 겪은 일을 말씀드렸더니 아주머니도 피식 웃으시면서, “아이고, 그분은 동네에서 이미 유명하지~” 하시며, 다 알고 계셨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고요ㅋㅋㅋ.

참고로 헬스장의 다른 분들은 정말 매너도 좋고 엄청 친절했습니다. 인성도 훌륭하고요. 오직 그분만, 기구 옆자리 경호 임무에 절대적 신념을 가진 “기구 황제”로 군림하고 계셨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