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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생의 하루 2024 ver모바일에서 작성

수갤러(106.101) 2024.11.22 10:01:30
조회 120 추천 0 댓글 0

기나긴 시간 얼마나 흘렀을까... 눈을 떳다.  


<이번 역은 청량리 청량리 역입니다>  


청량리 역이다.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눈을 깜박깜박 할때마다 점점 더 선명히 보인다.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보니  

청량리(서울시립대 입구) 가 보인다.  


나는 핸드폰을 본다. 11시31분.  


수업시간전까지 29분남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 대학생이다.  

유독 K글자가 써 있는 과잠이 많다.  


나는 할 일이 없어 멀뚱히 휴대폰만 본다.  

액정에 반사되는 면상을 보니 화가 나지만,  

화를 낼 기력도 없는 병든 닭 마냥 눈만 꿈벅꿈벅거리는 나. 나 자신을 떠올리면 그마저도 귀찮다.  


전철이 다시 문을 닫고 달린다.  

배경속 사람들이 움직이는건지, 내가 타고 있는  

전철이 움직이는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몽롱하다.  

점점 희미해지는 배경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눈을감는다. 다가오는 정거장의 안내방송을 듣기 위해  

이어폰의 볼륨을 줄인다.  



<이번역은 회기, 회기 역입니다>  


회기역이다. 잠이 오지 않아 다시 눈을 뜬다.  

유독 유동인구가 많다. 정신이 없다.  

k과잠을 입고 있는 경희대생이 하나 둘씩 내린다.  

그들의 표정은 벚꽃구경을 가든 언제나 행복해 보였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거지..  



난잡했던 지하철 안이 평화로워졌다.  

회기장터라고 불려도 되겠다. 사람이 많이 없어졌다.  


지하철은 내 의식의흐름기법을 무시하고 다시 달린다.

<이번역은 외대앞 외대앞 역입니다>  


청량리,회기에 이어 바로 외대앞이다.  


이번에는 [한 국 외 대]라는 한자가 써 있는 학생들이  


내린다.  


나는 광운대 공대생으로써, 그들을 깔보기 시작한다.  


'내 성적으로 엥간한 과는 다 뚫었을 텐데'


하지만 그 마저도 잠시, 그들이 나름 한국에서 불리는 대학에 다니는 재학생들 답게 포부가 넘치는 표정을 하며 전철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며  

유리창 너머 보이는 내 슬픈 자화상과 이미지가 겹친다.  

'ㅅㅂ 공대가 뭐라고 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이번역은 신이문 신이문 역입니다.>  


신이문 역이다.  

청량리,회기,외대앞에서 한국의 지식인들이 오고가는 반면, 이 역은 한산하다.  


나는 살짝 눈을 떠 신이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휴대폰의 시간을 다시 본다. \'11시39분\'  



지하철은 다시 달린다..  



<이번역은 석계, 석계역입니다>  


석계역이다. 또다시 k과잠을 입은 학생들이 보인다.  

그 와중에 이니셜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건,  

다름이 아닌 호랑이다.  

호랑이와 눈을 마주쳤다.  

마치 나를 보며 놀리는 것 같았다.  

귀를 막고싶다.  


막고싶지만, 다음역에서 내려야한다. 나는 정신을 차렸다.  



지하철은 힘들지도 않은지 또 다시 달린다.  


<이번역은 광운대 광운대 역입니다.>  


광운대역이다.  

지하철 사이로 보이는 낡은 간판들과, 허름한 풍경들이 내 오감을 자극한다.  

또 다시 K과잠을 입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은  

내릴 준비를 한다.  

눈만감으며 내내 지하철에 몸을 맡겼던 나도  

이번 역에서 드디어 일어났다.  


앞으로간다.  

흔들림이 심해 봉을 잡고 몸의 균형을 잡는다.  

지하철이 멈춘다.  

내린다.  


그리고 나를 냅두고 또 다시 지하철이 달린다.  


달리며 마찰음이 난다.  

그 지하철의 소음이,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원본: https://m.dcinside.com/board/4year_university/5706290?headid=&recommend=&s_type=subject_m&serval=%EC%99%B8%EB%8C%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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