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ㅇㅇ 채용담당자입니다.

읽을 필요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 손은 마우스를 움직인다.
열린 창에 적힌
그 차가운 문장들.

먼저, 저희 ㅇㅇ 채용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
지금 내게 남은 건
감사 따위가 아닌
무거운 허무뿐이다.

ㅇㅇ님께서 보내주신 지원서를 통해
열정과 노력을 깊이 느낄 수 있었으며,
ㅇㅇ에 대한 애정과 진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느껴졌다고?
내 애정, 내 진심이?
그렇다면 왜 나는
이 끝자락에 서 있는가?

다만 아쉽게도 금번 채용에서
ㅇㅇ님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기
어려운 점을 전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아쉽게도.
늘 그렇다.
아쉽다는 말 뒤에 숨겨진
이 절망감은
내게 남겨진 마지막 선택을
재촉한다.

지금 내 발 아래
바람이 휘몰아친다.
몸을 떨며 바라보는 이 도시는
이제 내 것이 아니다.

귀하의 역량과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가치?
내 가치는 이제
이 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이 높은 곳에서
더는 기다릴 이유가 없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도전하시는
ㅇㅇ님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응원은 공허하다.
밑이 보이지 않는 이 도시의 불빛이
나를 응원하지 않는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이번 결과가 이후 채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향후 다른 공고에도
언제든지 재지원하실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다른 기회는 없다.
다른 미래도 없다.
이 옥상의 끝에서,
모든 건
여기서 끝난다.

한 발 내딛는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내 마지막 숨결은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흩어지며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