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이었다.
나는 원래 코인 따위엔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아침 뉴스를 틀었더니 "코인 대세 상승장 임박! 비트코인골드 100% 상승 가능성!"이라는 자막이 떴다. 그냥 흘려보내려 했지만,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 한 줄이 내 하루, 아니 내 삶을 뒤흔들 줄은 정말 몰랐다.

그날 오후, 나는 고깃집 알바 중이었다. 항상 그렇듯 손님 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고기 굽는 소리와 불판에서 나는 연기 냄새, 그리고 틈틈이 던져지는 “여기 삼겹살 추가요!” 소리에 익숙해진 나날이었다. 잠깐 짬이 나서 편의점에서 담배태우면서  핸드폰을 켰다.문득 아침에 봤던 뉴스가 떠올랐다. 그리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업비트라는 앱을 깔았다. 어리둥절한 상태로 앱을 켜서 가입하고, 내가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모은 500만 원을 한 번에 송금했다. 1년간 땀 흘려 번 돈이었다. 고깃집 불판을 닦으며 남몰래 품었던 작은 자존심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모든 걸 덮었다.

앱을 켜자마자 제일 위에 보인 건 비트코인골드(BTG). 설명도 읽지 않고, 왜인지 그냥 이거다 싶었다.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내가 가진 돈이 눈앞에서 움직였다. 500만 원이 512만 원으로, 조금 뒤엔 530만 원으로 뛰었다. 손끝이 떨렸다. ‘이래서 사람들이 코인에 빠지는구나.’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손님이 많아지면서 핸드폰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테이블을 치우고, 고기 접시를 나르고, 불판을 갈면서도 머릿속엔 온통 530만 원뿐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550만 원, 600만 원이 되겠지?"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일을 마쳤다.

알바가 끝나자마자 곧장 탈의실로 달려갔다. 핸드폰을 켜고 업비트를 열었다. 그런데.

140만 원.

뭐? 아니야. 잘못 본 거겠지. 내 손가락은 새로 고침 버튼을 눌렀다.
다시 보이는 숫자도 똑같았다. 140만 원.
손이 덜덜 떨렸다. 숨이 막혔다. 어깨가 굳었다.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 돈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너무 놀라서 우선 남아 있는 돈이라도 건지려고 전부 매도를 눌렀다. 겨우 남은 140만 원. 나머지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내가 한 게 도대체 뭘까.

그 순간 나는 업비트 앱을 바로 삭제했다. 아니, 핸드폰을 아예 던져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이 일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냥 멍하니 서 있었다.

너무 우울하고 혼란스러워서, 사장님께 이렇게 말했다.
“사장님... 저 오늘까지만 일할게요.”
사장님은 놀라셨지만, 별다른 질문 없이 "수고했어. 고맙다."라며 보내주셨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에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왜 그랬을까? 차라리 더 일할 걸. 더 벌어서 다시 모을 수도 있었을 텐데.’

오늘 나는 하루 만에 너무 많은 걸 잃었다. 돈도, 자존심도, 희망도.
이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 제발, 절대 코인하지 마라.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욕망의 불구덩이에 한 발만 잘못 들여도, 모든 걸 태워버린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은 돈은 겨우 140만 원.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배웠다. 내 손으로 다시 잃어버리진 않을 거라는 거다.

제발, 여러분은 이런 짓 하지 마라. 정말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