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수송기서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모습 공개 잇따라
미국이 C-130 등 수송기에서 최대사거리가 370~900㎞에 달하는 ‘재즘’ 스텔스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모습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미 수송기는 수십발의 순항미사일을 수송, 발사할 수 있어 수송기가 사실상의 전략폭격기로 변신, 전쟁 양상 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국방부는 이달 초 노르웨이에서 공대지 순항미사일 AGM-158 재즘(JASSM)을 실사격 하는 미 공군 특수전기 MC-130J 코만도 II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MC-130J에서 낙하산으로 투하된 미사일 발사포드(팰릿)에서 재즘 미사일이 분리된 후 바다 위를 낮게 비행하다 목표물에 명중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미 수송기에서 투하된 팰릿에서 재즘 미사일이 떨어져 나오고 있다. 팰릿에는 총 6발의 재즘 미사일이 탑재돼 최대 900km 떨어진 목표물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 /미공군 CG
◇ 수송기 개조한 특수전기에서 스텔스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영상에 등장한 포드에는 재즘 미사일 4발이 탑재된다. MC-130J는 우리 공군도 보유하고 있는 C-130 수송기를 특수전기로 개조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20년 이후 수송기를 개조한 특수전기 등에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몇차례 성공했는데 유럽에서 이런 시험발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과거에도 실전에서 C-130,MC-130으로 폭탄을 투하한 사례는 있지만 이처럼 본격적인 미사일 발사대로 활용되는 것도 처음이다.
히더 프링걸 미 공군연구소 소장은 “이런 시험을 통해 전력 갭을 매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변화 노력을 보여주기도 한다”며 “이와 함게 미래전 수요를 추산해 실전 배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프링걸 소장은 또 “더구나 이런 방식을 통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전통적인 방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최근 국내 한미 연합훈련에도 등장한 미 수송기 개조 특수전기
MC-130J 특수전기는 최근 우리나라에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6일 경북 영주시 비상활주로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비상활주로 접근훈련에 한미 공군 전투기들과 함께 미 공군 MC-130J도 이례적으로 참가한 것이다. 비상활주로는 적 공격 또는 기타 이유로 공항·공군기지 활주로가 파괴됐을 때 항공기가 이·착륙하고, 연료·무장을 재보급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예비 군사시설이다. 공군은 전략적 요충지에 여러 개의 비상활주로를 운용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접근 또는 이착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수년 전부터 수송기나 특수전기에서 스텔스 순항미사일들을 발사할 수 있는 ‘래피드 드래건’(Rapid Dragon)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여기엔 중국이 미 해공군을 본토 가까이 못오게 하는 반접근 지역거부(A2AD) 전략을 추진하면서 각종 미사일과 신형 전투기 등을 개발.배치하자 보다 먼 거리에서 싼 비용으로 다수의 미사일로 ‘벌떼 공격’을 하려는 전략이 영향을 끼쳤다. 한반도에도 종종 출동하는 B-1B 등 전략폭격기는 수십발의 순항미사일 등 수십t의 폭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지만 대당 가격이 수천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미 MC-130 수송기가 재즘 미사일(6발)이 탑재된 팰릿을 투하하고 있다. 낙하중인 팰릿에서 미사일들이 발진해 적 목표물을 정밀타격하게 된다. /미 공군
◇ C-17 수송기, B-1 폭격기보다 많은 순항미사일 발사 가능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는 대당 가격이 2조원에 달한다. 반면 수송기는 전략폭격기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폭격기에 버금가는 ‘미사일 발사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각종 화물을 적재하는 내부 공간이 크기 때문에 수십발의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것이다. 순항미사일 사거리가 길어 적 방공망 밖에서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피격 가능성도 낮다.
미국은 대표적인 특수전기 MC-130, 전략수송기인 C-17 등을 순항미사일 발사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실용화가 진전되면 서방 세계의 가장 대표적인 전술 수송기인 C-130에서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식은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팰릿(Pallet)을 수송기 화물칸에 탑재한 뒤 공중에서 이 팰릿을 투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팰릿에는 미사일이 칼처럼 적게는 4발, 많게는 6~9발씩 꽂혀 있다.
델타포스, 네이비실 등 미 특수부대의 침투용 최신형 다목적 수송기 MC-130J가 16일 오후 경북 영주에서 한미 연합 비상활주로 접근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MC-130J는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인 재즘-ER 탑재가 가능하도록 성능이 개량됐다. /월간 디펜스타임스
◇ 900여km 떨어진 표적 정밀타격하는 재즘 스텔스 순항미사일
수송기에서 투하된 팰릿에서 미사일들이 떨어져 나와 엔진에 점화된 뒤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 명중하게 된다. 재즘 미사일을 C-130은 최대 12발, C-17은 최대 45발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1 폭격기의 경우 내부 무장창에 24발의 재즘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C-17 수송기가 B-1 폭격기보다 더 많은 재즘 미사일을 탑재해 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즘 미사일은 길이 4.27m, 직경 63.5㎝, 날개폭 2.4m로, 최대속도 마하 0.8인 아음속 순항미사일이다. 스텔스 형상으로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아 위협적이다. 최대 사거리는 기본형이 370㎞이지만 개량형(재즘-ER)은 900여㎞로 늘어났다. 450㎏ 탄두를 탑재하지만 철근 콘크리트 관통능력이 그다지 뛰어난 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GPS와 INS(관성항법장치), 적외선 유도 방식을 종합적으로 활용한다.
◇ 한국군 C-130, 국내개발 수송기도 ‘공중 미사일 발사기지’ 활용 가능
일각에선 우리 공군도 C-130을 주력 수송기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일부 수송기를 ‘공중 미사일 발사대’로 개량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의 한 소식통은 “현재 국내 개발중인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최대 사거리 500여㎞)을 수송기에 탑재해 발사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국산 수송기 개발을 추진중인데 ‘공중 미사일 발사대’로서의 역할도 고려하면 효용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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