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천궁Ⅱ 등 수兆대 계약… K2 전차·FA-50도 수출 가능성 높아 150억 달러 첫 돌파할 듯
SNT모티브의 신형 5.56㎜ STC-16 기관단총. /SNT모티브
지난해 LIG넥스원, 한화디펜스 등 국내 방산업체가 잇달아 대규모 수출에 성공하면서 ‘K-방산’ 수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70억 달러(약 8조3500억원)를 넘어 당초 예상치 5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 수년간 방산 수출액이 10억~30억 달러 수준에서 정체 상태였던 것에 비춰보면 2~3배 이상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방산 수출액이 처음으로 수입액을 넘어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올해에도 중동과 유럽, 호주 등지에서 굵직한 방산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어 올해 방산 수출액은 최소 100억 달러를 넘어 150억 달러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LIG넥스원·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는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방산업체 TTI와 국산 요격미사일 천궁Ⅱ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UAE 국방부가 천궁Ⅱ를 구입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후속 계약이다. 총계약 규모는 35억 달러(약 4조2000억원)로 알려졌다. 미사일 분야는 물론 국산 단일 무기 수출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각각 2조6000억원, 1조3000억원에 천궁Ⅱ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 II는 교전통제소와 3차원 위상배열 레이더, 수직 발사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대 요격고도는 15㎞로, 패트리엇 PAC-3 CRI(최대 요격고도 20㎞)보다 조금 낮다. 천궁 II의 최대 속도는 마하 5로, 길이는 4m, 무게는 400㎏, 미사일 1발의 가격은 약 15억 원 수준이다. 2017년 시험발사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직 발사대에서 ‘콜드 론치’ 방식으로 발사돼 미사일이 수직으로 솟구쳐 오른 뒤 방향을 급격히 틀어 목표물(적 탄도미사일)을 향해 날아가는 방식으로 요격한다. 2018년 양산에 착수해 지난해 말 첫 포대 물량이 군에 인도됐다.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 차량은 한화디펜스가 개발했다. UAE 수출 과정에서 LIG넥스원뿐 아니라 한화 방산그룹이 ‘원팀’을 꾸려 수주전에 나섰다.
동남아, 중남미 등 수출이 추진중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FA-50 경공격기. /KAI
K9 자주포는 최근 수년간 한국 방산 수출의 최고 효자 종목으로 자리잡아왔다. 지난 2월 한화디펜스는 이집트에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을 공급하는 ‘K9A1 EGY(이집트 수출형) 패키지 수출’ 계약을 현지에서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2조원 규모로 K9 자주포 해외수출 사상 가장 큰 수준이었다. 한화디펜스는 이번 계약에 따라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K11(가칭) 사격지휘장갑차를 이집트 육군과 해군에 공급하고 현지 생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장비 운용교육 및 부대, 야전, 창정비 등의 후속 군수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한화디펜스는 지난 2005년부터 무려 17년 동안 이집트에 K9 수출을 추진하다 이번에 결실을 맺게 됐다. 이집트에 수출할 K9은 200문 가량으로 알려졌다.
한화디펜스는 앞서 지난해 12월엔 1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호주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호주에는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 기타 지원 장비 등이 현지 공장을 통해 생산, 공급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 자주포 물량은 48%를 차지, 세계 최강 자주포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 PzH 2000을 압도했다. K9은 2001년부터 터키와 폴란드,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등 8국에 수출돼 전 세계에서 830여 문이 운용 중이거나 운용될 예정이다. 최근 호주·이집트 수출 계약 성사로 K9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60%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K9 수출 성공에는 수출국 요구에 철저히 부응하는 ‘맞춤형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올들어서도 중동을 비롯, 유럽,호주,동남아 등지에서 대규모 방산 수출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 150억 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방사청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우선 한화디펜스의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가 호주 육군의 LAND 400 장갑차 사업을 놓고 독일 라인메탈 디펜스의 링스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총 5조원 규모로 후속 사업까지 포함하면 8조~9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 소식통은 “빠르면 3월중 기종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UAE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천궁 II 요격 미사일 대규모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후티 반군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제 패트리엇 PAC-3 미사일 등으로 요격을 하고 있는데 가격이 비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궁 II는 PAC-3 미사일의 4분의 1 ~ 3분의 1 가격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는 UAE보다 훨씬 큰 10조원대의 천궁 II 도입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 로템은 최신형 K2 ‘흑표’ 전차의 노르웨이, 폴란드 등 수출을 적극 추진중이다. 노르웨이에선 레오파드2A7 전차와 현지 시험평가를 진행중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고등 훈련기 T50과 경공격기 FA-50도 말레이시아와 중남미에 수출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로템 K2 ‘흑표’ 신형전차. 노르웨이,폴란드 등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군 주변에선 최근 잇딴 방산 수출 성사에는 방위사업청 등 정부·군 당국의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와 발로 뛴 해당 업체 오너 및 CEO들의 노력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2020년 12월 취임한 강은호 방사청장은 지난 1년여 동안 방산수출을 최우선 과제중의 하나로 삼고 코로나 속에서도 수출 대상국들을 직접 방문하며 ‘광폭 방산 세일즈’를 해왔다고 한다.
강 청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축적해온 세계적 수준의 국방기술과 무기체계 제작 능력,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방산 5대 강국’을 2년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며 “K방산의 도약을 위해선 기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s) 전략에서 ‘선도자’(First Mover)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5월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서도 청와대 방산 비서관 등 방산수출 컨트롤 타워를 신설해 방산수출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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