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12월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53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회담을 마치고 브리핑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 등으로 작전계획 5015 대폭 수정.보완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SCM을 개최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했다”고 밝혔는데요, 전략기획지침은 새로운 작계를 수립하거나 기존 작계를 대폭 수정·보완할 때 국방장관이 합참 등에 지시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입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군은 향후 1~2년간 북한의 새 위협 평가를 토대로 첨단 신무기와 작전 개념을 활용한 각종 대응 방안이 포함된 작계를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서 장관은 새 전략기획지침의 배경에 대해 “북한의 위협 변화, 저희 군 자체적인 국방 개혁 2.0으로 인한 변화, 연합 지휘 구조에 대한 변화 등을 담을 작전 계획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는데요, 북한 위협 변화 외에 한국군 대규모 병력 감축 및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변화,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른 지휘 구조 변화 등도 고려했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이 2021년3월 함경남도 함주군 일대에서 발사한 KN-23 개량형 탄도미사일.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하지만 소식통들에 따르면 작계 대폭 변신의 가장 큰 이유는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 등 북한 위협의 변화라고 합니다. 미국측은 수년 전부터 북한의 비대칭 위협 증대 등을 이유로 작계 대폭 수정·보완을 우리측에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2019년 이후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할 수 있는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600㎜ 초대형 방사포, 극초음속 미사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소형(미니) SLBM 등 남한과 주일 미군을 겨냥한 신무기들을 집중적으로 시험 발사를 했거나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습니다.
◇2015년 작계 5015가 5027 대체...5027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
특히 KN-23과 초대형 방사포 등 이른바 신종무기 3종 세트를 ‘섞어쏘기’ 하면 기존 한·미 미사일 방어망은 속수무책입니다. KN-23 개량형과 소형 SLBM,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에 장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전술핵은 한반도 유사시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이지요. 하지만 현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이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을 놓고 서로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 즉 주고 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면 작계는 뭐가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요? 작계 변화 내용은 앞으로 1~2년간 양국 합참의 공동 작업으로 구체화될 예정이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 혼동하고 계신 작계 5027과 5015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일각에선 전면전에 대비한 작계 5027과 북한 국지도발 및 우발사태 등에 대비한 작계 5015가 공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북한과의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과 5015의 차이점 비교. 작계5015는 방어과 반격(공격)을 거의 동시에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조선일보 DB
1974년 이후 작계 5027이 한미 연합 작계로 자리잡아 왔지만 지난 2015년 작계 5015로 완전히 대체됐다는 것이지요.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작계 5027은 지난 2015년 이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50은 아시아 지역을 의미하며, 5015는 지난 2015년 발효돼 붙은 명칭입니다. 참고로 5029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개념계획인데 작전계획에 가까운 수준으로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계 5015는 방어와 동시에 반격, 공세적 성격 강화
그러면 왜 아직도 작계 5027이 존재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었을까요? 이는 작계 5015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작계 5015는 원래 2015년으로 예정돼 있던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한·미 양국군이 준비했던 계획입니다. 5027은 미군이 주도하는 한반도 전쟁 계획인데 전작권이 전환되면서 한국군이 주도하는 형태로 그 골격을 확 바꿀 필요가 있었고 거기서 5015가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2015년 전작권 전환 계획이 박근혜 정부 시절 무기연기됐지요.
이에 따라 미군이 주도하는 골격은 유지되면서 공세적인 성격을 대폭 강화한 현재의 5015가 탄생, 2015년 발효됐고 동시에 5027은 소멸된 것입니다. 종전 작계 5027은 북한의 전면전 도발 시 한동안 방어에 치중하다 전쟁 발발 90일 이내에 대규모 미 증원군(增援軍)이 한반도에 파견된 뒤에야 본격적인 북진을 해서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증원군 도착까지 3개월 동안 우리 지역이 큰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크고, 우리가 승리하더라도 ‘폐허 속의 승리’가 될 수밖에 없었지요. 이에 따라 작계 5015는 북한이 남침하면 대규모 미 증원군이 오기 전이라도 주일미군 등의 항모, 전투기, 원자력잠수함, 해병대 등의 지원을 받아 즉각 반격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저위력 핵무기 등으로 북 핵미사일 도발 억제 가능성
즉 방어와 공격(반격)을 거의 동시에 한다는 게 종전 5027과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입니다. 여기엔 북한 정권과 군의 두뇌와 심장, 중추신경망을 파괴하거나 마디마디 끊어 무력화하는 ‘효과기반작전(EBO·Effect Based Operation)’ 개념도 도입됐고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징후가 있으면 미리 때리는 선제타격 개념은 작계 5027의 최신 수정계획에도 일부 도입됐지만 작계 5015에는 좀더 적극적으로 반영됐다고 합니다.
즉 5027과 5015는 모두 전면전에 대비한 한미 연합 작전계획의 과거와 현재 ‘대표선수’이고, 5015는 5027을 보완하는 성격이 아니라 5027보다 공세적 성격을 강화해 대체했다는 것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미 양국군이 북한이 핵탄두 미사일 등을 발사할 징후가 포착되거나 발사하면 양국은 첨단 신무기가 포함된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 전력을 동원해 사전 억제나 방어, 보복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존 확장 억제는 핵우산과 미사일 방어, 정밀 유도 무기 등으로 구성돼 있지요.
앞으로 새로 포함될 대북 억제 수단엔 미국이 최근 F-35 스텔스기 투하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B61-12 신형 전술 핵폭탄 같은 이른바 저위력 핵무기 등도 거론됩니다. 저위력 핵무기는 위력이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보다 훨씬 작아 ‘쓸 수 있는 핵무기’로 꼽힙니다. 아무쪼록 한·미 양국군이 날로 커지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5015 환골탈태형’ 작계를 만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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