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가 현재 개발중인 국산 스텔스 무인전투기(UCAV)들과 함께 편대를 구성해 독도 상공 등을 비행하는 CG(컴퓨터그래픽) 영상을 군 당국이 공개했다. 미국 등 군사강국들이 미래전에 대비해 적극 개발중인 ‘유·무인 전투기 복합운용 체계’ 도입을 우리 군도 추진 중임을 공식 확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 방사청, KF-21과 국산 무인전투기 합동비행 CG 첫 공개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출고식 이후 미리 만나보는 KF-21 비행모습’이라는 제목의 1분여 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KF-21 ‘보라매’가 국산 스텔스 무인전투기 3대와 독도 상공 등에서 함께 비행하며 작전하는 모습이 CG로 구현됐다. 영상에 등장한 스텔스 무인전투기는 미 해군이 시험했던 X-47 스텔스 무인전투기와 비슷한 형상이었다. 군 당국이 KF-21과 무인전투기의 합동작전 개념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었다. KF-21이 스텔스 무인전투기들의 호위을 받아 작전하는 형태다.
무인전투기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스스로 적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거나 외곽에서 레이더 기지 등을 타격하거나 공중전까지 벌일 수 있는 첨단 무기체계다. 아직까지는 인간이 공격 목표를 입력시키면 적 방공망 등을 무력화할 수 있는 수준이며, 스스로 공중전을 벌일 수 있는 수준까지는 개발되지 않았다.
첫 국산전투기 KF-21과 국산 무인전투기 '가오리-X'가 합동비행을 하는 CG./방위사업청
영상에 등장한 국산 스텔스 무인전투기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난해 공개한 ‘가오리-X’ 또는 그 개량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방과학연구소는 창설 50주년을 맞아 “스텔스 무인기를 개발중이며 현재 약 70%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었다. 이때 공개된 가오리-X는 길이 10.4m, 날개폭 14.8m로 중량은 10t에 달하는 대형 무인기였다. 속도는 마하 0.5 이하, 최대 비행시간은 3시간 이하로 고도 10㎞ 이내로 비행한다.
◇ 국산 스텔스 무인전투기 ‘가오리’ 기술시범기 시험비행 마쳐
국방과학연구소는 실제보다 좀 작은 크기의 가오리 기술시범기를 만들어 2015년 첫 비행에 성공했고, 2017년부터 2차 기술시범기 사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3단계로 나뉘는 개발단계 중 2단계까지 끝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오리-X의 무장능력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 각종 정밀유도폭탄과 소형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시범기 사업는 대한항공과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경합을 벌여 대한항공이 선정됐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1999년부터 스텔스 형상 설계기술, 전파 흡수재료 기술 연구개발을 시작으로 주파수 선택적 전파투과 복합재 기술, 전파흡수 복합재 구조 기술, 적외선 흡수재료 기술 등 스텔스 무인전투기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해왔다. 스텔스 무인전투기는 2030년대까지 개발을 끝내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공개한 국산 무인전투기 '가오리-X' 비행장면 CG./국방과학연구소
이에 앞서 2020년대말까지 스텔스 무인정찰기도 개발된다. 엔진 전문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스텔스 무인기용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에 실제 크기 가오리-X 실증기에 장착될 1만 파운드급 엔진 개발에도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오리 개발이 완료되면 군 당국은 KF-21 조종사의 지시로 적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용도 등으로 가오리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 KF-21 유무인 전투기 복합체계 개발해 6세대 전투기 도입에 활용
방위사업청과 공군은 첨단 6세대 전투기 도입에 대비해 무인전투기 등을 활용한 유·무인 전투기 복합체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멈티’(MUM-T·Manned-Unmanned Teaming)로 불리는 유·무인 복합체계는 유인무기와 무인무기를 유기적으로 연동해 운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미래전의 핵심 시스템이다.
6세대 전투기는 인공지능, 유·무인 복합 운용, 극초음속 엔진, 360도 공격이 가능한 레이저 무기, 스텔스 성능 향상, 고용량 네트워크 기능 등을 갖고 있다. KF-21은 4.5세대 전투기이지만 5세대 전투기와 비슷한 준(準)스텔스 성능을 갖고 있어 군 당국은 KF-21과 ‘가오리’의 멈티 개발 경험을 6세대 전투기 도입에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공군본부는 올들어 ‘유·무인 전투임무기 복합체계 임무효과도 분석 및 한국형 차세대 전투임무기 구축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 내용은 한반도 전장 환경에 최적화된 유·무인 전투기 복합체계에 적합한 항공기 편성과 소요량을 도출하는 것이다. 유·무인 전투기 단계별 구축방안도 제시된다.
◇ 미국.러시아 등 유무인 전투기 복합체계 활발히 개발
미국·러시아 등 선진국들은 이미 유·무인 전투기 ‘멈티’를 활발하게 개발 중이다. 지난해 12월 미 애리조나주 유마 시험장에서는 저가형 무인 전투기인 XQ-58A ‘발키리’가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 F-35 ‘라이트닝Ⅱ’와 함께 비행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당시 시험은 XQ-58이 F-22와 F-35의 통신을 제대로 중계하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향후 발키리는 강력한 방공망 지역에 F-22 및 F-35보다 앞장서 들어가 정찰을 하거나 레이더 및 방공무기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미 보잉사와 호주 공군도 ‘로열 윙맨(Loyal Wingman)’이라는 무인 전투기를 공동개발 중이다. 로열 윙맨은 조종사를 대신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할 충성스러운 호위기라는 의미다. 이 무인 전투기는 인공지능(AI)이 제어하고, 다른 항공기와도 팀으로 작전할 수 있다.
전방 상황을 정찰감시할 뿐만 아니라 적과 교전도 해 유인 전투기를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위협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손실 가능성이 커 유인 전투기보다 가격이 싸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도 SU-57 스텔스 전투기와 ‘아호트니크’ 무인전투기의 멈티를 위한 합동 시험비행을 계속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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