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주력 전투함이자 첨단 함정의 대명사인 이지스 구축함이 ‘유령선'처럼 선체 곳곳에 녹이 슨 형태로 입항한 모습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미 동해안과 대서양을 관할하는 미 해군 2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스타우트’(DDG-55)는 지난해 10월 무려 215일간의 해상 작전을 마친 뒤 미 버지니아주 노퍽항에 입항했다.
◇ 미 해군 사상 최장 215일간 해상작전 기록...선체 곳곳 녹슬어
215일간의 함정 해상작전은 미 해군 사상 최장 기록이다. 미 2함대 SNS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입항 당시 스타우트함은 선체 아랫 부분은 물론 상부에도 녹이 슬어 퇴역한 뒤 폐기된 함정을 연상케 했다.
이 모습들이 뒤늦게 최근 국내 군사전문 웹사이트와 SNS에 알려졌다. 이 모습을 본 네티즌들은 “아무리 미국의 최신예 함정이라고 항구에 입항해 선체 정비을 하지 않으면 폐선처럼 된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 희귀한 사례”라는 반응을 보였다.
215일 동안 항구에 입항하지 못하고 해상에서 작전해 미 해군 최장 해상작전 기록을 세운 미 이지스함 스타우트. 선체 곳곳이 유령선처럼 녹슬어 있다. /미 해군
‘스타우트’는 지난해 3월 출항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악화에 따른 군항들의 입항 제한 조치로 7개월간 계속 해상에서 머물며 임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215일 동안 스타우트는 30차례의 해상보급을 받았다. 대형 강습상륙함 바탄함,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아이젠하워함과 니미츠함을 호위하기도 했다.
◇ 핵추진 잠수함보다 긴 작전기록
스타우트는 미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함으로 지난 1994년 실전배치됐다. 길이 154m, 폭 20m, 만재 배수량 8300t이다. 각종 전쟁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해 최대 1600㎞ 이상 떨어진 적 목표물을 족집게 타격하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비롯, 하푼 대함 미사일(8기), SM-2 함대공 미사일, 127mm 함포, 팰링스 근접방공시스템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최대 1000km 떨어진 적 미사일 등을 탐지할 수 있고 방공능력이 뛰어나 ‘신의 방패' 함정으로 불린다.
7개월간의 무입항(無入港) 해상작전 기록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함정이 장기간 해상작전하려면 연료, 식량 등에 대한 해상 보급이 필요하고, 해상보급이 가능하더라도 인간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 인근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펴고 있는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라센함. '신의 방패'로 불리는 이지스 구축함은 미 해군의 주력 전투함이다. /미 해군
이론상 무제한 작전이 가능한 핵추진 잠수함의 경우도 최대 작전기간은 6개월 가량이다. 미 핵추진 잠수함도 승조원의 피로도 등을 감안해 보통 3개월 가량 작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타우트가 핵추진 잠수함을 능가하는 작전 기록을 세운 셈이다.
◇ 우리 해군은 림팩 훈련 때의 4~5주가 최장 작전
우리 해군의 경우 보통 2~3주 가량 해상작전을 한다.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에 파견돼 작전하는 청해부대의 경우 6개월 가량 작전을 하지만 보급을 위해 한달에 1~2차례 씩 입항을 한다. 하와이 근해에서 실시되는 다국적 연합 해상훈련인 ‘림팩’에 참가하는 우리 해군 함정들은 최대 4~5주 가량 해상에서 훈련을 한다.
해사생도 등을 태우고 세계 각국을 방문하는 해군 순항훈련은 3~5개월 이상 장기간 항해를 하지만 보통 10개 이상 항구를 방문하기 때문에 한번에 바다에 떠있는 시간은 림팩보다 짧다. 한 예비역 해군 제독은 “우리 해군 함정중엔 림팩 훈련에 참가하는 경우가 최장 해상작전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군 근무경험이 있다는 한 네티즌은 “최대 한달 가까이 입항하지 않고 경비작전을 편 적이 있는데 3교대로 근무하는지라 바다에서 2주 정도 지나면 시간 관념이 없어지고 머리가 몽롱해져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이었다”이라며 “3주 지나면 손에도 감각이 없어지던데 215일간이라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수리부속 등에 대한 미 해군의 뛰어난 해상보급 및 정비 작전능력이 뒷받침돼 7개월간 작전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이 2017년6월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 큰 손상을 입은 채 예인되고 있다. 이 사고로 미 이지스함 승조원 7명이 목숨을 잃었다. /AP연합
지난 2017년엔 미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2척이 승조원들의 과도한 업무 등으로 인한 인간적 실수로 불과 2개월 사이에 두차례나 민간선박과 충돌,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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