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을까’ 의구심 뚫고…이번 주 시제 1호기 출고식 열려
부속 못 구해 5년간 500건 넘게 비행 못한 KF-16 등 한계 극복
미사일·폭탄 등 국산 무기를 우리 마음대로 장착할 수 있어
“4가지 주력 품목은 미국에서 정식으로 (기술 제공을) 거절해서 유럽과 국제협력을 통해 획득하고 국내 기술을 활용해 개발할 계획입니다.”
2015년 9월 당시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KF-X(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필수적인 4대 핵심 기술 이전을 미국이 공식 거부했음을 확인하며 이같이 말했다.
4대 핵심 기술은 ‘AESA(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EOTGP)’, ‘전자전 재머(교란장비)’ 통합 기술 등이었다. 이들은 KF-X가 목표물을 포착해 정밀 타격하고 전자전에서 살아남는 데 필수적인 장비들이다.
당시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은 국감에서 “미국이 4개 기술을 제공하지 않아도 KF-X를 개발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수십종의 전투기를 개발·생산해온 선진국들도 신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데 보통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본격적인 전투기를 만들어보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핵심 기술 지원 없이 10년 내에 제대로 개발할 수 있겠느냐는, 지극히 당연한 의문이었다.
KF-X(한국형 전투기) 사업
그 뒤 5년이 흐른 지난해 8월 한화시스템 용인종합연구소에선 KF-X에 장착할 AESA 레이더 시제품 출고식이 열렸다. AESA 레이더는 잠자리 홑눈과 같은 모듈(송수신장치)이 1024개 들어가는 첨단 기술의 결정체다.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개발한 것이다. 한 달 뒤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KF-X 시제기(試製機) 최종 조립 착수 행사가 개최됐다.
그 결과물인 KF-X 시제 1호기가 대중에게 공개되는 출고식 행사가 금주 중 열린다.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2015년까지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선언한 지 20년 만에 한국형 전투기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KF-X는 4세대 전투기지만 일부 5세대 스텔스기 성능을 갖고 있어 4.5세대 전투기로 불린다. 세계 최강 스텔스기인 미 F-22 ‘랩터’와 비슷해 ‘베이비 랩터’라는 별명도 붙었다. 시제 1호기는 22만여 개의 각종 부품, 7000개의 구조물, 1200여 종의 튜브 및 배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KF-X는 단군 이래 최대의 무기 개발 및 도입 사업으로 불린다. 개발비와 120대 양산 비용을 합쳐 18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KF-X가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국산 전투기라는 상징적 의미 외에 여러 실질적 의미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신속하게 전투기를 정비할 수 있고,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과 F-15K는 모두 미국제여서 수리 부속 확보 문제 등으로 전투기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5년간 수리 부속 부족으로 비행이 불가능했던 사례는 F-15K가 535건, KF-16이 548건에 달했다. 반면 국산 전투기는 신속한 정비가 가능하고, 30여 년간의 누적 운용 유지비도 훨씬 싸다.
두 번째는 각종 미사일과 폭탄 등 국산 무장을 우리 마음대로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국산 미사일을 만들어도 이를 미국에서 수입한 F-15K 등에 장착하려면 수백억원 이상의 체계 통합(연동)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우리 미사일의 비밀(소스코드)을 미측에 제공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F-15K에 유럽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하는 통합 비용도 800억원이나 미국 회사에 지불해야 했다.
특히 KF-X에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중·러·일 등 주변 강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국산 ‘독침무기’들이 장착될 예정이다.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이미 개발 중이거나 앞으로 개발할 국산 ‘독침무기’들로는 초음속 순항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그리고 상승 단계 요격미사일 등이 꼽힌다. 국산 초음속 순항 미사일은 유사시 KF-X 등에서 발사돼 중국 항공모함과 수상 함정 등을 격침할 수 있는 무기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 이상의 초고속으로 비행해 서울에서 평양 상공까지 1분 15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발사 직후 상승 단계에서 KF-X에서 발사한 고속 미사일(요격탄)로 요격하는 무기 개발도 추진 중이다. 북 미사일을 상승 단계에서 요격하면 미사일 파편이 우리 땅에 떨어져 생기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출고식을 했다고 이런 무기들을 바로 달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1년여 동안의 지상 시험을 거쳐 내년부터 2026년까지 2000여회의 비행시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또 북한은 물론 중·러 등 주변 강국의 해킹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사이버 전문가인 임종인 전 청와대 안보특보(고려대 교수)는 “KF-X 개발 프로그램에 백도어를 심어놓으면 나중에 작동 불능 사태 등 모르고 당할 수도 있다”며 “KF-X의 소프트웨어 비중이 꽤 높은데 해킹 문제에 관심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의 우려와 신중론이 있지만 지난 10여년간 순조롭게 개발을 진행해 예정대로 출고식을 하게 된 것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지난 2월 경남 사천 KF-X 시제 1호기 조립 현장에서 만난 KAI 관계자들은 예상보다 담담한 표정으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KF-X 개발이 성공적으로 완료돼 국산 ‘독침무기’들을 장착한 한국형 전략무기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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