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MIL 뉴스] KDDX 기본설계 업체 선정 공정성 논란 가열
한국 최초의 국산 6000t급 스텔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개념도. KDDX는 국산 첨단 전투체계, 레이더, 소나(음향탐지장비), 무장 등을 갖춘 해군의 차세대 주력 전투함이다. / 출처 : bemil.chosun.com
7조원대에 달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 업체 선정 결과를 놓고 이의신청 및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고 기밀유출 사실이 뒤늦게 불거지는 등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KDDX 기본설계 사업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치열한 경합을 벌여왔는데 방위사업청은 지난달말 불과 0.056점 차이로 현대중공업을 1순위 업체로, 대우조선해양을 2순위 업체로 각각 선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에 불복해 방사청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데 이어 이달 초 법원에 행정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와중에 현대중공업 관계자와 해군 관계자가 KDDX 관련 기밀을 주고 받은 혐의로 검찰과 군 검찰의 수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 탈락한 대우조선해양 이의신청, 가처분 신청 제기에 이어 기밀유출 사건까지 불거져 논란
방사청은 대우조선해양의 이의신청에 대해 외부 전문가 등을 통한 평가검증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기밀유출 사건까지 불거지자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와 현직 방위사업청 간부(전직 해군 간부) 등 10여명이 울산지검과 군 검찰에서 각각 KDDX 관련 기밀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현재 일부는 군사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13~2014년쯤 KDDX 관련 기밀을 주고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고 한다. 당시 해군 간부가 KDDX 기밀 자료를 면담 장소에 갖다 놓은 채 자리를 비웠고, 그사이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자료를 동영상으로 찍어가 문서로 편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때 유출된 기밀문건 중 하나가 KDDX 개념설계 문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개념설계는 대우조선해양이 수행해 방위사업청에 납품한 것이라고 한다.
출처 : 비밀TV@bemil.chosun.com
군사안보지원사령부(구 기무사)는 지난 2018년 수사에 착수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으며 관계자 중 일부는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 방사청 내부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대우조선측의 이의신청 및 가처분 신청외에 기밀유출건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겨 방사청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 해군사업 사상 처음 0.056점 차이로 5조 규모 사업 당락 갈려
KDDX는 국산 첨단 전투체계, 레이다, 소나(음향탐지장비), 무장 등을 갖춘 해군의 차세대 주력 전투함이다. 한국 해군 최초의 국산 6000t급 스텔스 구축함으로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린다. 척당 비용은 1조3000여억원으로, 총 사업비는 7조8000여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2023년 후반기까지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2024년부터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1번함) 건조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기본설계 사업은 209억원 규모다. 하지만 향후 6척 건조사업을 따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돼 두 회사가 사활을 걸다시피한 경쟁을 벌여왔다. 전투체계, 레이다, 무장 등을 뺀 순수 함 건조비용은 4조8000억원(척당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상세설계비 1077억원을 합하면 5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해군 대형사업에서 0.056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경우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소식통은 “보통 각종 무기사업에서 소수점 한 자리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소수점 두자리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경우는 육해공군을 통틀어 거의 전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006년 방위사업청이 생긴 이래 각종 입찰에서 가장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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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이 문제를 제기하는 세가지 이유
대우조선해양이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크게 세가지다. 이 세가지 중 한가지라도 법정에서 인용될 경우 업체간 순위가 뒤바뀌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현대중공업의 한국전력 뇌물공여 부정당 업자 제제 처분에 대한 감점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디브리핑’에서 한국전력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내부 지침에서 규정하는 ‘정부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감점 조치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디브리핑은 업체 요청시 제안서 평가 점수와 평가 사유 등을 설명해주는 제도다. 대우조선해양측은 감점 기준을 적용할 경우 현대중공업에 0.816점을 감점해야 해 0.056점 차이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선정 결과가 뒤집힐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번째로는 장비·시설·도구·소프트웨어(SW) 보유 현황 등 설계 준비 여부에 대한 항목에서 경쟁사와 거의 차이가 없었는데, 유사한 항목인 미보유 장비 및 시설 관련 대책 항목에서 0.1286점이라는 큰 점수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디브리핑에서 “양사 모두 미보유 장비/시설이 없는 것으로 평가했지만 우열을 가려야 하는 평가 지침에 따라 점수 차이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세번째로 대우조선해양은 유사함정 설계와 건조 실적이 경쟁사보다 많은데도 점수는 0.28점을 더 낮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근 5년간 실적을 보면 대우조선해양은 기본설계 9건, 상세설계 10건, 건조 23건으로 현대중공업의 기본설계 7건, 상세설계 8건, 건조 19건 보다 앞선다고 주장했다. 과거 절대평가 당시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을 충족하면 모두 만점 또는 동점을 줬는데 심사위원의 주관적 상대평가로 점수차가 발생했다는 게 대우조선해양측 주장이다.
◇ 기밀유출 수사건 중대 변수 여부 주목
방사청 소식통은 이에 대해 “종전에는 전투함 실적은 몇점, 잠수함은 몇점 등으로 점수를 매겨 절대평가를 했지만 변별력이 떨어지고 낮은 가격을 써낸 쪽이 유리해져 2012년 이후 지침을 바꿨다”며 “제안 당시 경쟁사는 그간 실적을 이번 KDDX 개발에 어떻게 활용할지 등을 더 상세히 기술해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방사청은 이의신청에 대한 평가검증위원회는 가급적 추석 이전, 이달말까지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밀유출 사건이 불거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방사청 소식통은 “현대중공업에 유출됐다는 KDDX 관련 기밀이 이번 사업 제안에 얼마나 도움을 주고 영향을 끼쳤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다음달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질 전망이다.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은 27일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을 만나 KDDX 개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변 시장은 “객관적이고 철저한 재검증을 통해 KDDX 사업 공정성을 확보하고 25만 거제시민과 모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민 위원장은 이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KDDX 사업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등 국방위원장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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