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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컨디션이 장난 아니더라. 그렇다면 오천원배 우승은 바로~

바갤러(121.133) 2024.11.26 00:50:36
조회 297 추천 11 댓글 8

결승까지 지켜보면 알 수 있겠고 팬으로서 설레발은 자중하려고 한다. 승부라는 게 내가 잘해도 상대방이 정말 인생경기를 하면 이기기 힘든 상대적인 면이 있고 매일매일 단판승부를 거치기 때문에 세계기전에서 우승하려면 상대방이 헛발질도 하고 운도 좀 따라줘야한다. 그래도 지금 오유진의 컨디션이 엄청 좋은 것은 맞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대가 된다.



어제는 5차원이지만 밉지 않은 우이밍과 붙는다니 바쁜 와중에 챙겨봤는데 오유진이 쉽지 않은 수들을 잘 처리하더라.


오늘 저우훙위와의 경기는 중계해주는 곳이 없던데 다행히 프로연우 채널을 통해서 봤다. 최근에 저우훙위한테 3연패를 당해서 그 갈매기 눈썹만 봐도 지리는데 오늘은 싱거운 승부였다. 저우훙위가 묘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은 좀처럼 안두는 묘한 수를 자주 두면서 오유진을 괴롭혔고 오늘도 그렇게 뒀는데 오유진이 잘 응수를 하니까 전혀 맥을 못 추더라.


나는 개인적으로 오유진이 바둑실력으로는 여류 최강이라고 생각하는데 멘탈이라든가 전략적인 마인드가 2% 부족해서 실력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해서 아쉽다. 오유진이 집바둑 위주로 두지만 시간이 충분하다면 수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결국 속기대국에서 시간의 안배를 못해서 정작 시간을 써야 할 곳에서 허둥대다가 허무하게 지는 경기가 많았다. 속기대국에서는 평소에 연구가 되어있지 않은 자리라면 그냥 감각에 따라 무난한 자리를 둬야하고 묘수보다는 패착이 아닌 지만을 빠르게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오유진은 습관적으로 어려운 자리에서는 시간을 물 쓰듯이 쓰고 결국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처럼 별 의미 없는 수를 두고, 정작 어느 쪽을 선택할 지의 승부의 기로에서 형세 판단을 해야 할 자리에서는 시간이 없어서 허겁지겁 두다가 바둑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정유진처럼 조금이라도 수싸움이 자신있는 기사들은 이런 오유진의 약점을 파고들어 계속 싸움을 걸어온다. 이런 건 오유진이 약간 마인드를 바꿔서 어려운 자리면 최고의 수보다는 그냥 무난한 수를 두면서 바둑을 길게 끌고 간다는 전략으로 좀 바꿔주면 오유진도 승부에 각성하게 될 것이다. 이기기 위해 바둑을 두지만 승부에 대한 집착을 조금만 내려놓고 내가 잘하는 걸로 승부를 보겠다는 쿨한 자세가 필요하다.


오유진 같은 장고파가 오청원배처럼 장고바둑을 매일 두면서 데쓰매치를 두면 체력적으로 좀 버거울 수도 있는데 다행히 우이밍과 저우훙위과의 경기는 그다지 에너지를 쓰지 않고 고수가 하수 다루 듯이 쉽게 둬서 아직까지는 체력적인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고무적인 것은 저우훙위보다 2,30분 정도 여유있게 시간을 남기면서 바둑을 뒀고 그렇다면 저우훙위가 얼마나 힘든 경기를 했을 지 짐작이 갈 것이다. 체력 고갈은 대국시간도 작용하지만 안되는 자리에서 수를 내야할 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까...


바둑이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으로 고수가 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끝까지 인내하며 버티는 바둑을 좋아한다. 복싱에서도 기회가 올 때까지 방어에 우선순위를 두고 정석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선수보다는 어설픈 붕붕 훅이라도 한방에 떡실신을 시키는 선수한테 환호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높은 KO 승률을 자랑하며 최강으로 믿다가 반대로 막주먹에 한방에 가는 걸 보면서 심리적 충격을 받는다. 바둑팬이라고 해도 지루한 바둑보다는 기발한 수로 한방에 보내는 통쾌한 바둑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한테는 오유진은 그닥일 것이다. 유창혁 사범이 여류기전 해설하면서 예전 전성기 때의 이창호가 한참 좋은 바둑이고 뻔한 자리인데도 장고를 하면 괴로워서 유 사범이 돌을 던졌다는 얘기를 해서 좀 웃었는데 대국을 보는 팬들에게는 고구마 정도이지만 대국자의 입장에서는 거의 고문 수준인 것 같다.


나는 오유진이 장고를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써야할 자리에 쓰는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우이밍과 저우훙위와의 경기에서는 잘 풀리는 경기라서 그런지 시간도 적절하게 쓰더라. 남은 경기에서도 오유진 스타일 대로 바둑을 둬서 시간 트러블이 없었으면 좋겠다. 팬 입장에서는 장고로 지루한 것보다는 엉뚱한 데다 시간을 다 쓰고 정작 생각해야 할 자리에서 시간이 없어서 당황하는 모습이 훨씬 보기에 괴로우니까.


8강부터는 만만한 상대가 한명도 없지만 또 오유진이 장고바둑으로 못이길 상대도 없다. 신예들은 하루하루 기력이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기왕이면 리허와 만나서 최정이 당한 것을 갚아주길 바랬는데 탕자원이라면 해볼 만한 상대로 보인다. 지금 오유진과 탕자원은 비등한 기세 같은데 저우훙위와의 경기처럼 상대의 무리수를 응징하면서 유연하게 둔다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 단판승부에서는 컨디션도 중요하고 운도 좀 따라줘야 하는데 이기든 지든 자기 스타일의 바둑을 두기 바란다.








밑에 세줄요약에 대한 클레임이 들어와서 댓글은 스킵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추가한다.

 

<3줄 요약> 

1. 오유진은 실은 최정보다 기력이 높은 여류 최강인데 시간 안배를 못하는 약점이 있어서 실력에 맞는 성적을 못 낸다.

2. 속기바둑에서 시간은 형세 판단같이 정답을 도출할 수 있는 자리에서 써야 한다.

3. 장고바둑에서도 답을 찾기 힘든 어려운 자리에서는 1감으로 떠오르는 곳을 패착이 아닌 지만 따져보고 둬서 시간을 아껴야 한다.




예전에 오유진이 최정한테 연패를 당할 때 기술적으로는 오유진이 앞서는데 심리적인 면에서 밀린다면서 10가지 정도 전략적인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꽤 긴 글을 쓴 적이 있다. 가령 최정하고 승패를 알 수 없는 안개속 승부를 벌일 때 오유진이 그 긴장감을 못 이기고 강력한 수를 두려다가 되려 악수를 둬서 허무하게 진다거나 신예들에게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역시 무리수를 둬서 지는 경우가 많은데 승부 결과는 동전의 신에게 맞기고 시간이 부족하고 어려운 대목에서는 가장 좋은 수를 찾기보다는 자기 강점인 끝내기로 승부를 보는 마인드가 훨씬 승률을 높일 수 있다.  


승부의 원리를 제대로 각성한 예로 미들급 챔피언이었던 버나드 홉킨스가 있는데 그다지 특출난 재능은 아니었고 복싱으로 먹고 살 만한 적당한 기량이었는데 서른이 넘은 나이에 느닷없이 이기는 법을 배워서 웬만하면 지지 않았고 말 그대로 환골탈퇴하였다. 인공충들이 설치는 현시점에서도 오유진이 나름대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그 만큼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고 이런 바둑기술에다 전략적인 마인드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승부의 원리를 각성한다면 새로운 전성기를 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중 시간 안배를 하는 노하우를 익히는 게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본다. 복싱에서도 강력한 펀치 한방으로 승부를 보는 복서한테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듯이 바둑에서도 전투형이 더 강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것으로 많지만 대국시간이 매우 중요한 변수라는 걸 망각한다. 가령 국내기전에서는 별 임팩트가 없어보이는 허서현이 2시간 룰로 두는 중국에 가서는 승률이 드라마틱하게 높아지는 걸 보지 않았나? 


어제는 기량이 좋고 수읽기에도 강한 저우훙위를 상대하면서도 오유진이 자기 수준에서 충분히 가능한 수들로 응수를 하는데도 저우훙위를 곤란하게 만들며 시간적으로도 한참 여유가 있는 오리둥절한 상황을 보여주었다. 오유진도 충분히 순발력이 있고 수읽기에도 강한데 그래도 온통 머리속에 난전만 가득찬 전투형 기사들과 개싸움을 벌인다면 당연히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평소에 연구가 되어 있지 않다면 몇 시간을 들여도 정답을 찾기 어려운 자리인데 속기바둑에서 시간을 물쓰듯 쓰고 정작 정확하게 수를 읽어야 하는 자리에서는 시간이 없어서 허둥대는 것은 말이 안되는 에러였다는 것을 오유진이 은퇴를 해서 깨닫게 된다면 너무 슬픈 스토리 아닌가? 전투형에게 유리한 속기바둑에서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부러지는 끝장승부보다는 긴 바둑을 위해 물러설 때는 물러서고 상대가 너무 무리하게 들어오면 그때는 기다렸는 듯이 강력하게 응징을 하는 유연함을 키울 필요가 있다.   


우리가 8282공화국이라서 그런지 솔직히 너무 속기대전이 판치고 있고 그러다보니 인공지능으로 세뇌된 전투형들한테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다. 그래도 권위를 내세우는 기전이라면 아무기 속기라도 최소한 각자 생각시간 1시간에 1분 초읽기 5회 정도는 보장이 되어야 한다. 우회전 할 때 한번 속도를 줄이는 것도 벅찬 조급증 환자들이 넘치는 이 땅에서는 힘들려나? 그렇다면 내가 돈을 왕창벌어서 오유진 체력에 최적화된 장고시간이 반영된 기전을 만들어 버릴까? 그러나 그런 부질 없는 기대보다는 오유진이 속기대국에 맞는 시간 안배의 노하우를 익힐 것을 추천수로 제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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