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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교 출신 홍정욱 전 국회의원의 영어 학습법앱에서 작성

ㅇㅇ(118.235) 2024.11.17 12:51:17
조회 207 추천 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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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교 출신 홍정욱 전 국회의원의 영어 학습법입니다.



영어정복을 위해 난 암기법을 택했다 - 1


이 글은 홍정욱씨의 홈피에서 몇개를 퍼온 것입니다.



영어공부 방법의 정도를 보여주고 있는,



고통스럽게 공부했던 그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본받고,



또 점점 나태해져가는 나를 채찍질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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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의 7막 7장






<9> 1페이지를 위해 사전을 100번 펼쳤다



공부에 빠질수록 가족 향한 그리움은…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없이 지내는 날이 계속됐다. 혼자서 식사하고, 혼자서 기숙사로 돌아와, 혼자서 책을 읽다가는 잠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당연히 공부밖에 없었다.



오전 7시에 눈을 뜨면 수업이 시작되는 9시까지 예습을 했다. 그리고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수업, 3시부터 6시까지는 축구연습(운동은 필수 과목이었다), 6시부터 7시까지 저녁식사, 7시부터 9시까지는 자율적인 단체 학습시간, 그리고 9시가 지나 기숙사 방으로 돌아오면 매일 밤 1~ 2시까지 복습을 했다.



책을 읽다보면 한 페이지에서 모르는 단어가 무려 100여개나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문법, 작문, 회화…. 초우트에서는 그 3과목에서 모두 A를 받으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보자고 했는데 내 실력으로는 A는커녕 교과서 읽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때 내가 갖고 있던 사전은 영영사전이다. 한국 에서 도대체 누가 영어는 영영사전을 보며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던가 . 모르는 단어를 하나 찾으려고 영영사전을 펼치면 10개도 넘는 모르는 단어로 설명이 돼 있었다.



한 페이지를 읽기 위해 100번도 넘게 사전을 펴들며 나는 그 사람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입학이 안 되면 한국에 다시 가야하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나온 교정으로 어떻게 돌아가나? 아이들은 나보고 뭐라고 할까?" 나는 시계의 초침소리가 들릴 때마다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선다는 것은 어린 내 자존심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낮에 몇 시간씩 운동장을 달려 물에 젖은 솜처럼 늘어진 몸을 이끌고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공부, 공부, 공부…. 그러나 그처럼 쉬지 않고 나를 몰아치는데도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은 날이 갈수록 깊어만 갔다.



<16> 영어사전을 통째로 외우기 시작했다



문법은 큰 어려움이 없었느나 문제는...



애비 스쿨에서 생긴 밥을 빨리 먹는 버릇은 습관이 돼 지금은 아무리 빨리 식사해도 소화에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늘 소화제를 먹어야 했다.



식사시간이면 부지런히 식당으로 뛰어가서는 혼자 앉아서 5분 만에 식사를 끝냈다. 남은 시간에 잔디밭으로 달려가 공부를 할 욕심에서였다. 결국 밥 먹는 시간 몇 분을 제외하고는 아침 7시부터 새벽 1~2시까지 줄곧 책을 붙들고 앉아 있었던 셈인데, 소화기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승부욕이 강했던 나는 다른 외국 학생들보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자존심 상했다. 물론 대부분이 영어와 유사한 언어권에서 온 아이들이기는 했지만 결국 그들에게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지고 싶지는 않았다.



따라서 하루에 3시간씩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축구 연습도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빠져 나와 몰래 공부를 했다. 영어사전을 아예 통째로 외우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의 일이다. 하루에 150~200 단어씩 암기해 나가기 시작한 이 시도는 초우트 시절 초기까지 계속돼 사전의 A에서 P항목에 이르는 어휘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문법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문제가 되는 것은 작문이었다.



영어의 구문체계가 국어와 전혀 달랐고 형식을 맞추지 않으면 바른 작문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심혈을 기울여 쓴 나의 첫 번째 리포트는 원문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처투성이가 돼 돌아왔다. 나는 작문 리포트를 돌려받으면 선생님의 코멘트 하나하나, 단어 용법 하나하나를 모두 암기해 절대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또한 "언어는 사고의 옷"이라는 새뮤얼 존슨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고 한가지 표현을 하면서도 되도록이면 알고 있는 여러가지 단어와 숙어를 다양하게 구사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믿을 것이라곤 무수히 외우고 연습한 단어 실력뿐이었으므로 같은 뜻이라도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사용해 표현하곤 했는데 이것이 일종의 노력 점수를 받게 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시험문제가 내가 공부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나온 아찔한 경우도 있었다. 그때 나는 읽고 또 읽어 외워버린 참고서적이나 교과서의 내용을 일사천리로 적어 내려갔다.



물론 시험문제가 요구하는 것과는 여러 방향에서 어긋난 답변이었다. 그러나 노력이 가상한 탓이었을까. 고맙게도 선생님은 내게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었다.



<17> 애비스쿨 싸움은 나의 승리로 끝났다



한달 반만에 세과목 올 A를 받아내고...



향수,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지독한 공부. 이렇게 해서 미국의 구석진 시골에서 자존심을 걸고 벌인 한 달 반 동안의 싸움은 나의 힘겨운 승리로 끝이 났다. 문법, 회화, 영작 3과목 모두 A를 받아내 초우트의 입학처장과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조그만한 기적은 어머니와 나의 합작품이었음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에 계신 아버지의 도움 때문이기도 했다. 당시 읽어야 했던 교재들 중 번역만으로는 그 안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포스터, 포크너, 프로스트 등의 영시 번역판을 아버지가 꼬박꼬박 구해 한국 신문기사의 스크랩과 함께 속달로 보내주셨던 것이다.



애비스쿨에서 영어 세 코스를 모두 마친 나는 어머니가 계신 뉴욕으로 갔다. 뉴욕은 살아 숨쉬는 거대한 생명체와 같은 도시다. 파크 애비뉴와 할렘, 번스타인과 랩이 공존하는 곳, 다양성과 생동감에서 뉴욕을 따라갈 도시가 또 있을까?



그러나 초우트 측에서 애비스쿨 성적표만으로는 아무래도 신뢰할 수 없었는지 SSAT(미국 고입 학력고사) 성적을 추가로 제출하라고 요청한 데다 나 또한 입학 후 읽어야 할 교재를 미리 봐두고 싶었기 때문에 뉴욕의 아름다움과 활기를 경험할 여유는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감 이틀 전에 초우트 측에서 SSAT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통지를 보내왔다. 명실상부한 '합격 통지서'였다. 실력 면에서는 뒤떨어지지만 가능성을 지닌 이 외국 학생에게 도박을 걸어보기로 한 것이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영어 실력은 형편없었다. 초우트가 나를 받아준 것은 '이렇게 빨리 영어 실력이 향상된 학생을 본 적이 없다'는 애비스쿨 지도교사의 평가에 담겨 있는 가능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



<26> 영어정복을 위해 난 암기법을 택했다



시험 답안지를 일사천리로 적어 내고…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죄의식에 가까운 수치심이 밀려들었다. 견딜 수 없는 부끄러움에 나는 황급히 물수건을 들어 눈물로 뒤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냈다. 언젠가 이 고통을 떨쳐버릴 날이 올 것이다.



5분 만에 밥을 먹어 치우지 않아도 되고, 소화제를 마치 비타민인 양 들이 삼키지 않아도 되고 , 화장실에 앉아 몇 시간씩 활자와 씨름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 그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더이상 나보다 못난 녀석들의 동정의 대상이 되지 않아도, 공부를 마치고 잠든 학우들의 모습을 보며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ꡑ 이를 악물고 바라보는 창밖으로 새벽의 어슴푸레한 빛이 밝아오고 있었다. 영어를 정복하기 위해서 내가 택한 방법은 무조건적인 암기였다. 1학년 첫 학기 영어 수업에서는 신약전서와 그리스 신화를 주로 공부했다.



사지선다형이 아닌 논문식으로 시험의 답안을 작성해야 했는데, 당시의 내 작문 실력으로는 결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신약전서 300페이지를 무작정 외우기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그 방법 외에는 다른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매일 밤마다 외우고 또 낮에 다시 반복해서 외우다 보니 300페이지를 거의 모두 암기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서적의 관련 문장들도 모두 통째로 암기해 버렸다. 드디어 학기말 시험날이 되었다. 나는 문제를 한 번 보고는 거기에 관련된 내가 아는 모든 구절과 정보를 일사천리로 답안지에 적어 내려갔다 .



물론 그것이 그 문제에 대한 정확한 답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때 내가 모두 암기해 쓴 답안지의 분량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것은 누가 봐도 내가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공부했는지를 알 수 있는 답안지였다. 당시 나의 영어교사였던 포스터 선생은 내게 B학점을 주었다.



아마도 내 노력에 대한 일종의 ꡐ감투상ꡑ이었던 것 같다. 하버드대학으로 가는 내 꿈을 가로막고 있던 그림자가 한겹 걷힌 셈이었다. ꡐ라이언은 한 학기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다른 외국 유학생들이 1년 동안에도 이루지 못했을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9월 초만 해도 단어 선택도 제대로 못했고 문장 구조나 문법 등등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한 단락을 쓰고 나면 바르게 쓴 단어보다 틀린 단어들이 더 많았을 정도였다. 그런데 11월 중순이 되자 갑자기 명확하고 어법에 맞는 유창한 영어를 쓰기 시작했다. 또한 단어 테스트에서는 거의 만점을 받았고 어휘력은 나날이 풍부해졌다. 이는 그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ꡑ 포스터 선생이 내 학기말 성적표에 쓴 평이다.



물론 그는 내 영어 실력이 갑자기 향상된 것이 교과서를 모조리 암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 어쨌든 밤마다 화장실에서 외우고 또 외웠던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이 지금도 내 영어 실력의 가장 중요한 기초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



<27> 신입생OT 첫 시간은 '표절' 강의였다



발각땐 퇴학은 물론 전학도 어려워져…



지금도 나는 영어 때문에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무조건 외우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그 문장들이 입에서 술술 나오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외국어 학습이야말로 요령이나 비책이 통하지 않고 그저 정직한 노력만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문장력은 선생님의 지시를 잘 따르고 좋은 문장들을 외워서 활용하는 것으로 실력이 향상되지만 말하기와 듣기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회화 학습의 제1원칙은 '겁을 내지 말고 무조건 외국인과 많이 접하고 대화하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유학생들끼리 몰려다니기가 쉬운데 그러면서 자꾸 한국어를 쓰게 되면 영어 회화 실력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인 룸메이트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영어가 늘 때까지는 한국어를 쓸 기회를 없애야 한다.



시간이 날 때면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영어방송을 보는 것도 영어를 빨리 익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어쨌든 나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영어 문제를 이런 식으로 서서히 극복해 나갔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첫 번째 시간은 '표절'에 관한 강의였다. 이는 하버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표절하면 퇴학이라는 경고성 교육을 받은 뒤 일종의 서약서에 직접 사인까지 해야 했다.



그런데 이 '표절'의 의미는 매우 광범위해서 남의 논문을 그대로 베끼는 강도 높은 것뿐만 아니라 남의 글을 주석 없이 인용하는 경우까지 포함된다. 그러니까 자기생각, 자기 주장 외의 모든 인용문, 견해에는 주석을 달아 출처를 밝혀주어야만 한다.



표절한 사실이 발각되면 퇴학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학교로 전입학하는 것까지 어려워지므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이 규칙이다. 표절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고의적인 범법 행위로,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파렴치한 술수이기 때문이다.



미국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이에 관한 훈련을 철저하게 받아서 꼭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 규칙을 지킨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표절이고 어디부터가 표절이 아닌지 그 경계를 잘 알 수 없었던 나로서는 이 규칙을 배우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첫 학기 영어시간에 나는 한꺼번에 많은 문학작품을 읽어야 했다. 호손, 멜빌, 프로스트 등 한 권을 읽기도 벅찬데, 많은 책을 모두 읽고 해석에 비평까지 하려니 밤을 꼬박 새워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때 학교 앞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 '요약 노트' 였다. 일종의 줄거리 다이제스트에다가 짧은 비평이 곁들어진 요약노트는 나에게는 매우 긴요한 것이었다. 나는 그 즉시 여러 권을 사서 읽은 뒤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리포트에 그대로 적어냈다.



<54> 까다롭기로 소문난 티플린 선생을 통해



초절주의에 매혹된 나는 그들의 문체를…



고교생활의 첫 3년 동안 나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여기에는 물론 육체적정신적인 성장과 함께 지적인 의미의 성장도 포함된다. 어릴 때부터 책과 가까이 지냈던 나는 미국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많은 종류의 책들을 접했다. 특히 3학년에 들어서면서는 철학과 문학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현실정치학 외에도 근대, 현대의 이념과 문학에 심취했던 후일의 내 지적 성향은 아마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이미 그 기반이 닦아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3학년 영어 시간에 유머감각이 뛰어나면서 까다롭고 비판적이기로 소문난 티믈린 선생을 통해 나는 19세기 미국의 초절(超絶)사상을 접하게 되었다.



플라톤, 칸트 중심의 선험주의 학파와 독일 낭만주의 학파로부터도 크게 영향을 받은 미국의 초절주의는 전통과 권력체제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부터 출발해 인간 및 자연과의 직접적 교류와 경험 위주의 행동주의를 강조한 자연철학이다.



에머슨, 소로, 올콧 등이 대표적인 학자인데 이 학파는 일면 인간을 우주의 축도(縮圖)로 파악하는 유교의 인간주의와도 유사한 면이 없지 않았다. 자연으로 돌아가 깊은 숲 속에 오두막을 짓고 살면서 현자와 같은 목소리로 글을 써 내려간 소로의 맑은 음성, 가슴 속까지 청량하게 만드는 에머슨의 자유롭고도 자신만만한 이론 등 초절주의 학파의 글에서는 새로운 지성의 느낌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철학의 초기 단계에 입문해 사상적인 기초를 세워보고자 했던 내게 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왔고, 나는 에머슨의 '자연' '운명' 그리고 소로의 '왈덴' '일기' 같은 책에 매혹돼 심지어는 그들의 문체를 흉내내보려는 시도까지 하게 되었다.



우리는 너무나 홍진에 묻혀 산다.



꼭두새벽부터 밤늦도록 벌고 쓰는 일에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도 보지 못하고, 심금마저 버렸으니



이 남루한 흥정이여!



매사에 시큰둥하다.



신이여! 차라리 사라진 옛 믿음으로 자라는 이단이나 되고지고.



이 아름다운 위안이 되도록



바다에서 솟아나는 프로테우스를 볼수 있고



트라이튼의 조가비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윌리엄 워즈워스(W.Wordsworth)



"The World is Too Much with Us″중에서



워즈워스, 키츠, 바이런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위대한 낭만주의 작가들, 당시 문학의 주류였던 신고전주의에 과감히 도전해 '시는 자연스럽게 넘쳐 흐르는 강력한 감정의 표현'이라는 명제로 세계 문학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던 이 19세기의 대문호들은 나를 매료시켰다



언어를 고르고 골라서 천편일률적인 기교에 실었던, 정형화된 신고전주의의 시들에 비해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낭만주의 시들은 살아있는 인간의 아름다운 영혼, 그 자체였다.



<55> 나는 하버드출신 문인들의 작품집을



마치 교과서처럼 늘 옆에 끼고 다녔다…



나는 그들의 시뿐만 아니라 사상에도 매료됐고, 후일 하버드에서는 독일 낭만주의와 현대 전위예술에도 심취해 정석적인 낭만주의의 학업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게 됐다. 대학 시절 지극히 현실적이고 기능적인 정치학을 공부하게 된 내게 낭만주의 예술은 일종의 지적․감정적 요구에 대한 보상처 같은 것이었다.



또한 나는 하버드 출신 문인들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하버드대를 동경하던 내게 하버드 출신 문인들이 더욱 위대하게 여겨진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초절주의에 관심을 가진 이유 중 하나가 그 대표학자인 에머슨이 하버드를 나왔기 때문이라면 혹자는 나의 편향된 취향에 웃음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에머슨, 엘리어트, 프로스트 등 하버드 출신 문인들의 작품집을 마치 교과서처럼 늘 끼고 다녔다. 그러나 당시의 내 실력으로는 프로스트의 시라면 몰라도 엘리어트의 작품들을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감탄사를 연발하며 엘리어트의 시를 읊고 다녔던 그 시절의 나를 돌이켜보면 떠오르는 문구가 하나 있다.



"세상 사람이 고작 유자서(有字書)나 읽을 줄 알았지, 무자서(無字書)를 읽을 줄 모르면서, 유현금(有絃琴)이나 뜯을 줄 알았지 무현금(無絃琴)은 뜯을 줄을 모르니, 그 정신을 찾으려 하지 않고 껍데기만 좇아다니는데 어찌 금서의 참맛을 알 도리가 있겠느냐."



<채근담>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지식을 통해 지혜를 발견하는 현명함…. 무자서는 커녕 유자서도 제대로 읽을 줄 모르는 소년이 그런 지적 해탈의 경지로부터 동떨어져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게 문학에 대한 애정이 싹트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 페이지 읽을 때마다 두 페이지 분량의 주석서를 읽어야 이해가 되는 어려운 시를 썼던 엘리어트(T. S. Eliot)도 "순수한 시는 이해되기도 전에 전달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어려운 사상과 시적 은유를 이해할 지력은 없었지만 좋은 시를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은 있었다. 때문에 나는 스스로의 무지에 개의치 않고 닥치는 대로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3학년 봄 학기가 시작된 4월 초순이었다. 티믈린 선생이 특유의 초점 없는 눈과 날카로운 말투로 한 가지 중대 발표를 했다.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한 가지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겠다. 모두들 <J. 앨프리드 프루프록의 연가>라는 엘리어트의 시를 알고 있겠지?" 야외 수업을 하겠다라든가, 다음주에는 다과파티를 열겠다라든가 하는 그야말로 신나는 제안을 기대했던 학우들의 눈에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56> 티믈린 선생의 A학점유혹에 빠진 난



131 행의 長詩암송에 꼬박 48시간을……



"그 시를 모두 암송하는 학생에게는 테스트에서 A와 같은 비중의 가산 점수를 주겠다."



A의 유혹에 넘어가 노튼 미국문학연감을 찾아본 우리는 분노 섞인 실망감을 맛볼 수 밖에 없었다. 그 시는 엘리엇 특유의 난해한 문체로 쓰여진 무려 131행이나 되는 장시였다. 티믈린 선생은 잔인한 미소를 띤 채 무력한 우리들을 내려다보았다.



"다음주 금요일까지야."



교실을 나오자마자 친구들의 투덜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릴 놀리는 거지 뭐야?"



"야비한 티믈린 자식~!"



그러나 나에게는 이 문제가 한 번 욕하고 말 성질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2년 반 동안 화장실에서 날밤을 새우며 열심히 공부했어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영어 과목의 A였다. 덕분에 번번이 스트레이트 A를 놓치지 않았던가? 헛소리라고 지나쳐버리기에 내겐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었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곧 수북이 쌓인 숙제들을 미루어놓고 엘리엇의 시집을 펼쳐 들었다.



″다른 과목도 아닌 영어에서 A를 받을 수 있다면."



나는 이 도전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굳혔다. 아니 이미 내 머릿속에는 성적표에 표시될 '영어 A'의 문자가 꽉 차 있었다.



나는 차라리



고요한 바다 밑바닥을 어기적거리는 한쌍의 엉성한 게다리나 되었을 것을...



그리고 내가 공식화되어 핀 위에 펼쳐질 때,



내가 핀에 꽃혀 벽 위에 꿈틀댈 때, ....



나를 구속하는 것은 어쩌면 '꿈'이라는 결코 삶에서 삭제해 버릴 수 없는 압정인지도 몰랐다. 나는 '남보다 뛰어난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꿈에 속박돼 인생을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몰아가는 그런 불쌍한 사람은 아닌가? 내 존재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는 인간적인 모든 욕망, 즉 야망이라고 불리는 이 강력한 감정의 실체는 무엇인가?



현대인의 고뇌를 묘사한 '프루프록의 연가'를 밤새워 외우면서 나는 여러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실 깊이 생각해 보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야망이라는 거대한 벽에 꽂힌 벌레 한 마리 정도의 몸부림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설픈 몸짓이라도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것과 그 몸부림조차 하지 않는 것은 긴 세월이 흐른 뒤 엄청난 차이를 보일 것이다. 그 족적이 단순히 이기적인 방향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꿈은 어느 무엇보다 훌륭한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행하지 않는 것보다 행하는 것이 낫다', 그것만은 분명했다.



131행의 길고 복잡한 시를 완전히 외우는 데는 꼬박 48시간이 걸렸다. 이틀 후 나는 잠을 자지 못해 충혈된 눈으로 티믈린 선생이 살고 있던 미드 기숙사의 방문을 두드렸다. 티믈린 선생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맞이 했다.



<57> 티믈린 선생은 다음과 같이 적어 놓았다



라이언은 이 시험에서 두 번째 합격한…



나는 '프루프록의 연가'를 막히거나 틀리는 곳 없이 완벽하게 암송했다. 티믈린 선생의 초점 없는 눈이 순간 놀라움으로 커졌다. 낭송을 끝낸 후 인사를 하고 나오는 나를 그 거만한 선생이 문 밖까지 배웅해 주었다.



티믈린 선생의 뒷모습이 방 안으로 사라지자 나는 나도 모르게 환호하며 펄쩍 뛰어 올랐다. 화장실에서 영어 단어들과 밤새워 씨름할 때, 한 페이지를 읽고 모르는 단어가 100개가 넘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때마다 넘을 수 없는 장벽인 것처럼 느껴지던 영어, 드디어 내가 그 영어에서도 A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티믈린 선생은 내 학기말 성적표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라이언은 놀라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학기말 시험에서 평균 점수보다 11점이 높은 95점을 맞아 나를 놀라게 했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에 관한 그의 에세이는 이해력, 조직력, 표현력, 통찰력 등 모든 면에서 그가 이 클래스 학생들 중 최고의 작가임을 보여주었다.



내년에 나는 헤밍웨이에 관한 그의 에세이를 최우수작문상 후보로 추천할 생각이다. 게다가 놀라운 일은 가산점을 더 주겠다는 내 도전에 응해 그가 빚어낸 완벽한 성과다. 라이언은 내가 초우트에 재직한 지난 7년 동안 시도해온 이 시험에서 합격한 두 번째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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