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것은 70년대 어느 관료의 개소리로 시작된 삽질성 프로젝트의 결과물 되겠소. 철갤 초기에 보신 분들 많을게고, 왜놈들이 떡밥으로 아주 즐기는 사진이오. 개잡쓰레기 오덕후 낚시꾼을 낳고서 그 부모께서 존내 기뻐했을 걸 생각하면 열라 안구쓰나미라오.
아래 것은 존내 대륙적 뽀쓰를 자랑하는 러시아의 고속열차 시제차량이오. 이름은 소콜이라 하고, 80년대 부터 90년대 초반까지 개발했던, 1520mm 광궤 기반의 고속열차로, 레닌그라드(현 페테르스부르그)-모스크바간을 300km/h으로 내달리는 걸 목표로하던 놈인데, 250km/h 시험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이후 소식이 없는 걸로 봐서는 좌절 먹은 듯 싶소. 저번에 ICE로 깔겠다는 보도도 나왔고 말이오.
우리는 모두가 경제를 근간 논리 중 하나로 삼고 살고 있소. 당장에 돈 빼간다 그러면 화를 내고, 무얼 살때 이게 조낸 좋은건가 아닌가를 갈등하오. 물건이 비싸면 벌벌기고, 물건이 싸면 화르르 불타오르기도 하오. 낚고 낚이고 그렇게 사람들은 경제적 마인드를 가지고 살고 있소.
고속철 역시 출발은 경제적 이유에서 출발하오. 왜 고속으로 다녀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그까이꺼 뭐 대충 지금 있는대로 다니지, 뭐가 그렇게 바빠서 존내 달료대는거삼?" 이라 답하는게 보통이오. 사실 고속으로 내 빼는 것 자체는 막상 그리 큰 메리트가 안보이기도 하고, 그걸 빌미로 대개 돈을 삥뜯어가기 때문에 그리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소.
하지만, 고속화라는 것은 철도가 최초로 도입된 시점부터 엄청난 화두라 할 수 있소. 발달된 역마차 시스템이 있던 유럽대륙에서도, 고속으로 내빼는 철도(당시 기준으로는 고속이오. 지금 보면 하품나지만)를 보면서 뭣하러 쌩돈 깨고 다니냐... 라는 측과, 존내 빠르니 조낸 좋아염~ 하는 측으로 나뉜다오. 실현까지는 뻥카와 사기, 억지가 지배하지만, 일단 뚫어놓으면 사람들은 몰려들어 왔소. 그리고, 그 단축된 시간으로 사람들의 시간기준은 옮겨오게 되오. 조선시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빡세게 가야 20일이 걸리던 루트였소. 그렇지만, 사람들은 별로 불평하진 않았소. 그게 사람들의 기준이었기 때문이오.
하지만, 경부철도가 뚫리고, 증기기관차가 하루 한 대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기준은 점차 빨라지게 되오. 만 하루 내지 이틀 거리로 사람들의 인지가 바뀌기 시작하고, 이후 급행도입, 복선화, 디젤화를 거치면서 이러한 기준은 점점 더 짧아지게 되었소. 지금 경부선 12시간 타고 가라고 하면 미친쉑 존내 맞는거다 라고 반응하지만, 90년 전에는 "...그 시간에 갈 수는 있는기라?"라고 반응했을게요.
고속철도 역시도 그런 경로를 밟게 될 것이오. SNCF가 뺑이치는 프랑스의 경우도 80년대엔 무슨 삽질? 이라는 분위기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파리-마르세이유 간에 일반열차(TER던가...)는 하루 1대 다닐까 말까할 지경이라오. 이는 영업적 이유 때문에 자꾸 장거리편을 줄이는 것도 있지만, 또한 사람들이 싼 기존열차 보다 빠른 고속열차로 자꾸 이전해 가기 때문이오. 일본쯤 되면 통근 신칸센까지 나올 지경이니, 고속화 자체는 사람들의 인지변화에 따라 점차 그 의미를 강화해 갈 것이오. 이미 우리도 그러한 경험을 얻는 중이고 말이오.
또한, 한국사람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고속화의 가치는 올라가게 되어 있소. 매우 거시적인 논리지만, 단위 시간당 벌 수 있는 돈이 커지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만큼 시간을 아끼게 되어 있소. 이건 일을 하는 것에 한정된 게 아니라, 노는 것도 포함되오. 쉬는 시간 조차 가치가 올라가게 되어, 그만큼 밀도있게 쓰고 싶어지게 되오. 특히 사람은 천성적으로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하기 때문에, 아침이나 저녁에 1시간을 놀거나 잘 수 있다면 그 댓가로 돈을 더 낼 사람들 역시 많고, 이는 돈을 많이 벌수록 강화될 것이오.
그러나 고속화 만이라면 사실 너무 썰렁한 이야기 되겠소. 시간비용에 따른 효용 만이 고속철의 전부라 하기에는 고속철은 턱없이 비싼 프로젝트라 할 수 있소. 경부고속철이 18조원을 깨먹고 1단계 개통이고, 20년 전 도호쿠 신칸센 까는데 든 돈은 경부고속철 보다 100km 더 긴데, 든 돈은 10조를 더 깨먹었소. 구간 더러운 조에쓰신칸센의 경우(뭐 나가노 보다는 나은 것도 같은데)는 270km 남짓 구간에 16조원이오. 수평 비교를 하려면 당시의 일본의 구매력지수와 현재의 구매력 지수를 맞춰야 하고, 또 현재가치화 하는 등의 복잡한 계산이 따라야 하지만, 단무지스럽게 단순 비교로만 본다면 경부고속철도는 중간의 난공사 구간들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준수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 택이라 할 수 있으니, 참으로 쉽게 말하기 어려운 면이 있소. 이게 다 프로젝트 기획자의 장밋빛 광고에 낚인 탓일지도 모르겠소.-_-
이렇게 큰 돈을 들이게 된 이유는 또 한가지가 더 있소. 앞서 여러 햏들께서 이야기를 했지만, 경부선의 용량포화가 있소. 이는 IBRD(아마 세계개발은행이던가... 뭐 국제원조 잘주던 단체 이름이오)가 70년대에 권고할 때 부터 고려되던 사실이오. 경제발전은 필연적으로 교통 수요의 증가를 야기하오. 그게 여객이건 화물이건, 하지만 경부선은 70년대 기준으로 1944년 전선복선완공 이후에는 별다른 용량증설이 없었소. 되려 1974년 경수통근전철 개통(당시엔 복선으로만 운행하고, 40분 시격으로 차가 다녔다 하오) 등으로 용량한계가 다가오기도 했고 말이오. 따라서, 이러한 용량 부족을 타개할 국가적 시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고, 그 대안으로 고려된 것이 바로 경부고속철이었소. 이 외에 고속도로의 증축(경부고속도의 전선 4차로화), 철도 복복선 등이 언급되기는 했지만, 이후의 과정을 보았을 때, 그게 먹히는지 아닌지는 눈에 보일게요.
고속철도가 왜 용량증대를 야기하는가? 이는 수송량의 특성을 생각하면 빠르오. 수송량은 기본적으로 수송의 밀도X수송의 단위X속도의 함수라 할 수 있소. 즉, 시격이 촘촘할수록, 단위 별(편성, 객차1량, 차1대 등)로 탑승하는 인원이 많거나 적재하는 화물이 많을 수록, 그리고 이들이 빨리 다닐 수록 늘어나오. 새마을호와 KTX 각 2 편성이 10시간동안 경부간을 왕복하면서 사람을 태워 나르고, 이 둘의 탑승정원이 1000명으로 균등하다고 가정해 보겠소. 새마을은 4시간 10분 걸려(이게 KTX도입 전까지 주파속도 최고 기록이오) 다니니, 10시간 동안 1왕복, 즉, 2편성이 다녀오는 정도에 그치게 되오. KTX는 현재 2시간 40분인데, 10시간이면 1왕복을 하고 편도 주행을 할 수 있소. 2시간 30분만 끊는다면 2왕복이고. 즉, 새마을은 10시간동안 2편성이 4000명을 나르지만, KTX는 6000명을 나르게 되오. 2시간대라면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말이오.
이것이 용량 증대로 이어지면서, 또한 기존선의 여객열차 수를 감편할 수 있는 여지를 주게 되오. 그리고 그 여지를 화물 수송으로 쓸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고속열차가 수송력 증강에 기여하는 메커니즘이오. 이런 이유 때문에, 또한 그 외의 정치적 이유도 있지만, 일본은 신칸센을 1964년에 개통시킨 것이고(도카이도 본선의 경우 1960년대 말인가에 용량 포화가 일어났던가 그렇소), 독일의 경우도 이런 이유로 신선 건설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소.
이런 논의 과정에서 고속철 대신에 기존선을 그만큼 빠르게 하면 되지 않는가? 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소. 틸팅으로 가자... 라는 배경에는 이런 논리가 깔려있고 말이오. 이는 반쪽의 의견이라 할 수 있소. 일단 당장에 기존선은 무수한 저속열차와 용량을 공유해야 하오. 우리나라의 예를 들면 전동차(최대 110km/h)라던가, 무궁화나 새마을호 열차(최대 150km/h), 각종 화물열차(80km/h~120km/h) 등과 같이 선로를 써야 하고, 이런 환경에서 고속열차가 남는 용량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 되겠소. 다이어를 짜려면 못짤 건 없소. 이미 1980년대에 한자릿수 새마을 같은걸 굴리면서 서울대구동대구부산만 찍을 수 있게 하는, 즉 무수한 열차들의 대피를 얻어낸 바 있기도 하고 말이오. 하지만, 그만큼 다른 열차의 표정속도 저하가 일어나고, 만일 중간에 한두 열차가 지연이나 조착을 낼 경우에는 순식간에 열차 속도를 떨어뜨려야 하오.
여기에 또 고려해야 할 사항이 더 있소. 바로, 선로의 질 문제 되겠소. 고속열차가 다니려면 그만큼 고급의 선로가 필요하오. 최첨단 틸팅 열차라 하더라도, 다 썩은 목침목에 재래식 고정구로 도배된 단선 노선을 다니면 제속도 못내오. 장항선이나 경춘선 같은데서 캔트 부족을 빼고(즉, 원심력으로 아웃되는 게 없다 가정) 200km/h 밟아버리면 어떻게 될 것 같소? 레일이 깨지던가, 침목이 깨지던가 둘중 하나요. 다음 열차는 얄짤없이 탈선이고. 인프라 자체가 후진 상황에서는 아무리 첨단 열차라 해도 대책이 없소. 침목이 나가 떨어지는 판에 틸팅이 무슨 소용이오?
더욱이, 고속화에 따른 신호 시스템의 첨단화와 분기기 고속화(고속신선용 분기기는 전체 길이만 200m 라던가... 거기에 탄성 가동 노즈에 망간합금화에 등등... 꽤 비싼 물건이오), 그리고 틸팅고속화의 기본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전기운전화 등등... 이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지하철 노선 하나 놓는 돈이 들어가오. 기존선이 땡전 한푼 안들어갈거라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오. 당장에 경부선 전기운전화 추진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2조가 넘소. 이게 인프라 비용이고, 차량 조달(전기기관차 1량 당 100억이던가) 등을 생각하면 철도공사 예산담당하는 아저씨들 잠이 안올게요. 만약, 복복선화 한다면 도심구간에서도 토지매입 하랴 보상하랴 공사하랴 돈 깨나 들어갈텐데, 이 경우 고속철 보다 빠르고 싸게 지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소. 병점-천안간이 3년인가 5년 걸렸는데, 대도시가 중간에 걸린게 없어서 가능했던 일이오. 대전이나 대구를 밀어버리려면 이때야 말로 대략 정신이 멍해질게요. 공사비도 아마 녹녹찮게 들거고 말이오. 전기운전화 까지 한다면?.... 잠이 안오는 정도가 아니라 과로사가 속출할지도 모르오.
복복선이 또 한계가 있는 것이, 선로 용량은 크게 늘지만, 대신 노선이 담당하는 범위는 전혀 확대되지 않소. 즉 복선으로 노선을 하나 더 만드는게 나을 수도 있다는 의미 되겠소. 도카이도 본선을 제외하고, 복복선 간선은 사실 일본에서도 그리 흔하다기는 어려운 걸로 알고 있소. 병행선이 많기는 하지만 말이오. 대개 통근과 간선을 겸해야 하거나 하는 경우나, 통근 용도로는 있지만, 전선 복복선은 거의 없다시피 없는게 결국 시간비용에서 별 장점이 없는 만큼 중장거리에선 메리트가 많이 줄기 때문이라 할 수 있소.
대략 쓰다보니 쓸데없이 길어졌구랴.... 세 줄 요약 쌔우겠소.
1. 사람의 시간관념은 바뀌기 때문에 고속화가 삽질이라 말하기는 좀 이르다.
2. 고속화는 용량 증대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라서 안하고 개기면 다같이 피곤해진다.
3. 틸팅열차 도입, 기존선 복복선화도 다 돈 깨나 깨지는 일이고, 생각만큼 고속화 기여도가 높지도 못하다.
P.S. : 고속도로는 전용차선 이외에 새로 뚫어서 고속버스 전용으로 쓰는 것은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라오. 다만, 어차피 수동운전을 해야 하고, 석유연료를 때우면서 소단위로 다녀야 한다면 인프라 투자비용에 비해 얻는게 좀 애매할 것으로 생각되오.
운송기계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 할 수 있소. 즉, 크기가 커질 수록 마진이 커져서 무언가 서비스를 더 넣거나, 역으로 그만큼을 줄여서 연비나 수송력을 늘리기가 용이해 지오. 고속버스에 비해 철도가 가지는 부분이 이것이오. 고속버스에 자판기나 화장실, 로비 등을 달아놓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소. 하지만 철도는 가능하오. 그것도 더 적은 에너지 소비와 오염물질 배출로 말이오. 특히 이 부분은 엔진 기반 시스템이건 전기모터 기반 시스템이건 철도가 유리하오.
공기충진식 고무 타이어와 철제차륜의 효율성 부분은 일장일단이 있는 부분이오. 어느게 우월하다 말하기는 사실 어렵소. 다만, 차량에 비해 철제차륜은 가감속이 약하지만, 그만큼 속도유지에 들어가는 에너지 또한 적소. 마찰과 가감속 능력은 서로 상계하는 관계기 때문이오.
무엇보다, 고속버스는 도심까지 전용의 고속도로를 가져갈 수 없지만, 철도는 그게 가능하고, 철도는 프리 억세스가 안되기 대문에(개인이 자기 차 가지고 뛰어들 수 없소), 인프라의 효율적이고 계획적인 활용이 용이하오. 변수가 적기 때문이오. 하지만, 의견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는 구상이오. 고속도로 건설시에 잘만 고려해 준다면 정말로 가능성이 풍부할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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