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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만의 감상 : 덕임

ㅇㅇ(14.35) 2022.03.24 14:34:33
조회 2135 추천 164 댓글 19

산에게 금족령이 내려진 그 날 밤, 갑자기 들이닥친 주상전하의 편집증적인 폭력의 현장을 목격한 덕임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내를 다시 만난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더 이상 호랑이 동궁마마도, 도깨비 세손저하도 아니었다


홀로 임금의 천명을 힘겹게 떠받치고 외로이 떨고 있던 그 사내는 한 때 자신이 겸사서로 착각하여 서고에서 특별한 시간을 함께 보냈던 바로 그 사내였다.

 

그와 서고에서 함께했던 시간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미래의 왕으로서 다짐했던 말과 그의 진심이 실제로는 다른 곳에 있음을 확인한 덕임은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울고 있는 사내의 눈물부터 닦아주어야 했다. 산을 향한 덕임의 마음이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충심은 덕임에게 명분을 주었고

연민은 덕임에게 동기가 되고

사랑은 덕임을 나아가게 했다.

 

숱한 위기가 있었고 그때마다 덕임에게도 위기가 찾아왔지만 궁녀로서 충심과 여인으로서의 연심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덕임에게는 실로 모든 것이 괜찮았던 날들이었을 것이다.

 

저하를 지키고, 그가 짊어지고 있는 천명이라는 짐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줄 수 있다면, 덕임은 궁녀로서도 여인으로서도 만족할 수 있었다

나의 사람이라는 칭찬 한마디에 궁녀로서도 여인으로서도 기쁠 수 있었다.

 

하지만 산이 즉위하고 임금이 되면서 이 모든 것은 틀어져버렸다.

 

임금이 되고나니 오히려 임금의 천명은 산을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괴롭게 만든다


궁녀의 충심과 여인의 마음은 이제 더 이상 같은 곳을 향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제 산은 임금으로서도 사내로서도 더 이상 궁녀인 덕임을 원하지 않았다.

 

힘을 가진 산의 표현은 더 이상 거리낄 것도 망설일 것도 없게 되었지만 내 앞의 이 사람을 임금으로 대해야 하는지 사내로 대해야 하는지조차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덕임은 이제 아무 것도 표현할 수 없고 진심을 숨길 수밖에 없다.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지만 덕임이 돌아서는 산의 용포자락을 붙잡으며 간절히 돌이키고 싶었던 그 때는 온 마음을 다 하여 산에게 헌신할 수 있었고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동궁 시절이 아니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궁녀로 남을 수 있는 자리를 필사적으로 찾는 덕임의 모습은 칼날 위를 걷는 듯 위태롭고 애처롭게 보인다.

 

하지만 궁녀는 스스로 멀어지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고... 연인에게 상처를 주고서야 그를 떠나 멀어질 수 있었지만 그 또한 연인의 배려였음을


그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뒤틀린 방식으로 충족하면서도 자신에게 벌을 주는 확실한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그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멀어지는 것이 답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궁을 떠나 지냈던 1년의 시간은 그 사람을 보지 않고 사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덕임도 알게 만들었다.

 

화빈의 궁녀가 되기로 받아드린 것도 임금이 후사를 잇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정기적으로 화빈의 처소에 오게 될 것임을 알고 있기에 그렇게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이 간절함이 두 번 다시 나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산의 엄포에 덕임이 모든 것을 포기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후궁이 되고 궁녀시절 외출할 때 차려입던 사가복을 입고서 처소에 누워 마음속으로 셈을 하던 덕임이 저울질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덕임은 모든 것을 내어주었으나 임금의 천명은 덕임에게 사랑하는 이의 작은 한 조각을 주었다.

 

임금의 책임과 의무는 덕임에게 딱 그만큼만을 허락했다.

 

만백성의 훌륭한 임금은 사사로이 연인과 기쁜 순간을 함께 하는 것도  슬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것도 덕임에게 온전하게 허락하지 않았다.

 

이 나라와 나라의 모든 백성을 책임지는 자리의 무게와 비교하기에 연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은 너무나 초라했다. 


자신에게 허락 된 연인의 작은 조각에 마음 아파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을 덕임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순간을 마주해야할 때마다

 

그저 연인으로서

 

내가 기쁜 순간에 곁에서 함께 기뻐하고

 

내가 슬프고 힘들 때 곁에서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주는 것마저

 

바랄 수 없고 기대해선 안 되는 욕심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될 때마다 실망하고 절망하고 아파하고 부서진다.

 

자식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는 연인의 앞에 그저 임금의 모습으로 나타나 왕실의 의무를 이야기하는 산의 모습을 보면서 슬프고 답답하고 원망스럽더라.

 

모든 것을 잃었지만 자신 또한 사랑하는 이의 모든 것을 가졌으니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영희보다 덕임은 행복한 사랑을 했던 것일까?

 

하지만 덕임은 산 또한 괴로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임금은 괜찮을 수 있어도 그 안에 있는 내 사랑하는 이는 괜찮지 않음을 알고 있었기에

 

덕임은 스러져가는 몸을 추스르고 가장 먼저 산을 위로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덕임은 산을 찾지 않았다.

 

많은 설명이 있었고 이유가 있었고 다 맞는 해석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나의 짧은 생각을 하나 보태보자면

 

덕임은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 산이 임금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무섭고 싫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없는 남은 생을 임금으로서 살아야하는 산이 사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고 있는 산의 모습을 바라보는 덕임의 눈빛은 진심이 드러난다


내 앞의 이 사람이 임금인지 연인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때에서야 비로소 덕임은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

 

이미 덕임은 자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한껏 눈에 담았다


그리고 당신은 괜찮을 것이라는, 임금으로서 나 없이 보내야 하는 시간이 괜찮아 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임금에게 받은 연인의 한 조각을 돌려주었다.

 

그래서 산을 찾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한다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임금에게 연인을 돌려주었으니 임금에게 하는 당부이자 고백인 것이다.

 

궁녀는 왕을 사랑하지 않았다

왕을 다시 만나 사랑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떠나지 않고 왕의 곁에 남은 것은 덕임이라는 여인이 산이라는 사내를 사랑했기 때문이지 임금까지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아껴왔던 사랑한다는 말을 차마 임금에게 전할 수는 없었다.

 

허장성세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없는 것을 있는 듯 꾸미어야 허세가 되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사랑하지 않은 척 위세를 부리는 것은 허세가 될 수 없다


이미 오래전에 산에게 온 마음을 내주었기에 사랑한다 말하지 않은 것이 허세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내줄 것이 없다던 첫날 밤 덕임의 고백은 진실이 된다.

 

덕임의 진심은 마지막까지 산의 눈물을 닦아주고자 했던 손짓에 담겨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다녔던 생각시 시절부터 덕임의 사랑표현은 말이 아닌 행동이었기 때문에.

 

단지 말로 표현하지 않았기에 덕임의 사랑이 산이 보여줬던 사랑에 비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14년을 기다린 끝에 생사의 갈림길에서 다시 만난 연인에게 혹시 못 다한 일이 있을까 어서 돌아가라 이야기하는 그 마음을 나는 감히 헤아릴 수 없다.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사랑하는 사람의 전부를 받고도 먼저 눈물부터 닦아주고서야 안아줄 수 있는 사랑의 깊이가 얕거나 모자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본 덕임은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을 보여주었다.

 

 

 

내 낭군님은 만백성의 임금이시어

 

세상 모두를 굽어 살피기에 겨를이 없으시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고 푸르른 여름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면

 

언젠가 꽃구경하러 날 데리러 오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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