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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와 현

ㅇㅇ(110.44) 2022.04.25 09:34:34
조회 2603 추천 35 댓글 13

50대, 30대, 10대. 연령별 인생, 사랑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얘네는 좀 작위적이란 생각이 들었음.

그래서 불만이 쏟아지는 것도 일정부분 이해가 가는 편.


영주와 현은 수재임.

영주는 부동의 전교 1등인데 공부벌레라기보단 날라리. 공식 설정임.

현이도 수위권엔 들고.

왜 수재란 걸 거론하고 들어가냐 하면, 공부만 죽어라 파서 점수만 올리는 것과 머리 자체가 좋은 사람은 시각이 다름.


둘은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임.

영주네 호식이는 화장실 물 내리는 것도 아까워하고 치약도 아껴 쓰라는 집.

살아보면 그거 몇 푼이나 한다고 싶지만, 가난에 매몰되면 더 버는 게 어려우니 한 푼이라도 아낀다는 생각밖에 없어짐.

물론 그 와중에도 꼬박꼬박 술은 마셔야겠지만.

그러니 영주네 집은 바닥에서도 밑바닥임. 가난이 몸에 파고들어 낙인이 되고, 피부에 스며 냄새가 지워지지 않는.


호식이네 살림이야 먹는 장사 하니 밥은 안 굶을 거임.

그래도 그 나물에 그 밥. 시장통 순대국밥 팔아서 자식새끼 키울 돈은 벌겠지만 그게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는 수준은 아님.

가난이 일상이고 옷에 밴 일이라 그저 덜 쓰고 안 쓰면 어떻게 살아진다, 라는 느낌.


그 가난에 신물이 나고, 두 집 다 엄마가 집 나간 과거를 온 동네 사람이 다 알고 있는 게 싫은 애들임.




그런데, 콘돔을 써도 실패할 수 있는 1%의 피임? 아니 그 이전에.

아무리 한 세기 전엔 열여섯에 시집장가들 가고 그해에 애를 낳았다지만서도, 저 끔찍한 가난 속에서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을까?

과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걸 그냥 불꽃이 튀었다고 냅다 할 정신이 있었을까?

거기서 일단 몰입이 방해받았음.

설정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

가난을 덜든, 애들이 빡대가리든 뭔가는 좀 밸런스를 맞춰줬어야.



아무튼 좋아. 혈기왕성한 나이에 어쩌다 눈이 맞았다 치자.

피임 종류가 콘돔 하나 뿐인 것도 아니고, 사후에 먹는 약은? 몸에 안 좋다고? 애 지우는 것보단 백 배는 덜할 텐데?

6개월은 가도 너무 갔다는 생각에 더 이해가 가지 않았음.


물론, 알고 있음. 마른 여성의 경우 배가 불러오는 게 늦다는 거,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사람들의 경우엔 크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는 거.

원래 생리 양이 적어서 그냥 넘길 수도 있고, 아무튼 그래, 그런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는 건 알아.

내가 이런 걸 왜 아는 지는 모르겠지만서도.


근데 세상 민감할 때잖아.

불꽃이 튀었을 때야 그럴 수 있다 치지만, 지나고 나면 겁에 질려서 발발 떠는 게 그 나이대 애들인데.

임신 테스트기로 검사도 안 될 정도로, 자고 난 다음 날부터 호들갑 떠는 게 그네들인데.




난 갤럼들이 두 명의 의사를 두고 입방아를 찧는 건 솔직히 공감은 안 됐음.

남자 의사의 반응이 몹시 당연하지.

학생에, 혼자 애 지우러 온, 숨기기에만 급급해서 반항심에 가득 찬, 늦어도 많이 늦어서 온 환자.

모자 쓰려고 달아놓은 듯한 목 위의 그건 꼭 그럴 때만 유리하게 생각하는 건지, 최선의 경우만 생각하는 애새끼.

의사가 법적인 책임을 질 필요도 없고, 훗날 수술한 걸 알게 된 애 부모가 찾아와서 난장을 피는 걸 받아줄 필요도 없지.


그리고 여자 의사의 경우도 그래.

그게 뭐 환자에게 친절?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

불편하게 볼 수도 있지만, 일단 낳는 게 돈이 된다.

중절수술은 하루면 퇴원하지만 애 낳는 건 돈이 돼.

오히려 남자 의사가 훨씬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준 거지.


무지성 공감마도 아니고, 애 심장소리 들려주고 건강하네요~ 하는 것보다, 어차피 니네가 결정해서 될 문제가 아니니까 부모 동의서 받아와라 하는 게.

현실이 빤하잖음.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도 한껏 미루고 미루다 산부인과를 찾아야만 가능한 그 6개월.

대개 그렇게 시간을 끄는 이유는 하나임. 가정 형편이 빤해서.

날라리도 집안 사정 따라 다르지. 돈 있어봐. 애 뱃속에서 다 키워선 낙태하겠다고 병원 뒤늦게 가는 경우 잘 없음.


지우러 온 애 초음파로 상태 보는 거야 당연하다지만, 심장소리 한 번 들어보세요는 목적이 분명해. 진짜 지울 거냐고 되묻는 거지.

그게 병원 매뉴얼이면, 남자 의사야 말로 그 매뉴얼을 뛰어넘어서 배려해준 거야.

사고 친 애새끼들이라도 그간의 고민과 결정을 존중해준 거지.

그러니까 의사 성별에 따른 의도같은 건 없었다고 난 생각한다.



그래, 여기까진 드라마니까 했어.

드라마니까 아무튼 두 번 했는데 한 방에 임신을 했고, 석 달 뒤에 한 번 더 했는데 그 뒤로 생리를 다시 안 해서 불안했다?

이것도 참 그렇긴 한데 이해했다고.


근데 낳기로 해...?


그래, 좋아. 현이가 영주를 너무나 좋아해서, 그래서 애를 지우고 영주를 잃기 싫어서 낳자는 거 좋아.

영주가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애를 지우고 지금껏 준비했던 대로 나아가고자 했지만, 자꾸 혼자만 나쁜 놈 되는 거 같고, 애 심장소리 듣고 무너져내렸다? ok.

근데 그런 이야기 아니었잖아. 마냥 해피엔딩이기만 바라는, 세상이 밝고 깨끗하고 행복하기만 한 그런 이야기 아니었잖아.


난 뭐, 소재야 그럴 수 있다고 침. 하고싶은 말 하는 게 작가 특권이니까. 근데 캐릭터를 저렇게 짜두고 개연성이 안 맞잖아...

이 드라마 1화부터 컨셉 잡은 게 온니 캐빨에 인생 갑갑해도 아무튼 행복해집시다가 모토였는데 뜬금 애 불쌍해서 낳고 우리 인생 조지는 거 아무튼 잘 해보자 하는 게, 캐릭터나 드라마나 득 될 게 없음.

고딩 둘이 애를 낳니 마니 지우니 마니 한 거 계속 본 이유도 그거잖.

현실적으로 애 낳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아무튼 소재를 임신과 낙태로 잡았으니 저 상황에서 어떻게 난관을 헤치고 행복할 수 있을까.

근데 갑자기 현실 개무시하고 판타지로 가는 건 아니지...


어떻게 그런 결정을 저런 배경의 아이들이 할 수가 있었을까.

그냥 애가 생각보다 더 커서? 지우기 힘들어서? 심장소리가 그렇게 강하게 가슴에 박혀서?

아직 열여덟, 인생 오래 살지 않았다지만 그만큼 몸과 머리에 깊게 박힌 게 가난이고, 그게 얼마나 가족이란 걸 비참하게 만드는지 잘 알 텐데?

그것도 둘 다 야반도주에 이혼한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놓고?


애가 돌도 지나기 전에 떼놓는다고 해도 최소 1년.

당장 고등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수능을 보는 것도 불가능해지는 건 둘째치고, 제주 탈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

영주가 늦어지는데 현이 혼자 정상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대학을 서울로? 말이 되나?

둘 다 발이 묶이는 거임. 얘네 아빠들 사정 내놓고도 현실이 저럼.

애가 클 때까진 애 봐야겠지. 애가 크고 나면 나이를 먹었겠지. 제주를 떠나진 못하니 늘 보고 자란 그 동네 그 사람들처럼 살아가게 되겠지.

다들 그렇게 한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늙어갔던 사람들처럼.

그걸 쟤들이 모를까?


어른들보다 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떠는 게 애들인데, 그렇다고 얘네가 빡대가리에 미래가 애초에 캄캄해서 그냥 우리 사랑하니까 애 놓고 잘 살자 할만큼 멍청한가? 그거 아니라잖슴.

사랑 그까짓거를 입에 담을 만큼 똑똑한 요즘 애들인데? 머리가 꽃밭이 아닌데?



하나쯤은 눈 감고 넘어갈 돌파구를 마련해줬어야 했음.

아, 그래. 알아. 현실엔 저것보다 더 미친 애새끼들이 분명 있다는 걸.

어리다고 사랑? 못하란 법 없고, 남녀가 눈 맞으면 할 수도 있지.


근데 애를 낳는 건 애 인생을 책임져야 된다는 소리잖아.


난 애초에 덮어놓고 싸지르는 게 애를 뱃속에서 죽여서 꺼내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보는 편임.

아무리 세상이 흉흉해서 출산율이 바닥을 친다지만, 저러면 안 되는 거잖아.

당장 산 생명이 중요하다지만, 그 생명이 앞으로 십수년 저 어리고 멋모르는 부모 밑에서 살아갈 세월은 안 중요함?


어차피 그래 다 남의 일이지. 심지어 이건 그냥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창작된 이야기일 뿐이야. 맞아.

근데 화는 난다.

그냥 남들 다 하는 착한 척일 뿐이고, 단지 극적인 장치로만 소모하기 위해서 그 위선을 뒤집어쓴 게 싫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앞뒤를 존나게 맞춰봤어.

근데 없어.


이혼한 홀애비 밑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크면서도 전교 톱을 다투는 애들이 저 나이에 애를 낳아 키울 이유.

없어.




근데 또 하나 중요한 건, 내가 불만인 건 사실 저것들이 아냐.

저런 이유들로 인해서 난 이 드라마에 제대로 몰입할 수 없었고, 그래서 훌륭한 연기를 감상할 수가 없었다는 거야.

사람 냄새 풍겨서 좋다 좋다 했더니 어디서 시궁창 냄새도 사람 냄새니까 맡아! 이러는 거 같다.

이래놓고 또 아빠들이랑 지지고 볶고, 아무튼 애 못 이겨서 애는 낳고, 엔딩엔 해맑게 웃겠지?

그게 싫어.


어차피 난 이 드라마를 20화까지 다 볼 텐데 남은 14화를 볼 동안 쟤들, 영주와 현이 얽히는 씬이 나올 때마다 난 몰입이 깨지거나 덜 될 거란 게 싫어.


그래서 기분이 참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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