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제어 시스템에 에러 표시가 떠 있어도 브레이크 밟으면 차가 서죠? 제동등도 정상적으로 켜지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29일 강원도 원주에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실험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종혁 국과수 법공학부 교통과 차량안전실장은 최근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차량 급발진과 관련한 시연을 하며 "브레이크 시스템에 전자적인 문제가 있어도 수동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차는 반드시 서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급발진은 차량이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최근 차량 사고 시 이를 주장하는 운전자가 늘면서 사회적 핫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2022년 할머니가 운전하던 차량이 급가속으로 사고가 나 동승했던 손자가 사망한 사고나 올해 1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시청 인근 사고 등의 운전자가 모두 급발진을 주장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김 실장은 "제동 시스템이 무력화돼 브레이크가 딱딱하다는 느낌이 있는 상황에서도 브레이크를 충분히 밟으면 차는 완전히 정지한다"고 거듭 언급했다.
그는 "시청역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열심히 밟았지만 딱딱했고 제동등조차 들어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전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시연에 사용된 제네시스 차량은 제동 제어기 연결을 아예 끊었지만 브레이크를 밟자 빠르게 돌던 바퀴가 정상적으로 멈췄다. 제동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김 실장은 "제동시스템은 최후의 안전장치여서 엔지니어는 어떤 상황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서게 설계한다"며 "제동시스템은 독립적이라 다른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서고,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아도 가속 페달이 무력화되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또 브레이크 자체에 기계적인 결함이 있다면 제동되지 않을 수 있지만, 시청역 사고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 실장은 "브레이크 자체 고장은 국과수에서 검사하면 다 확인할 수 있는데 시청역 사고는 모든 제동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브레이크만 밟아도 차가 선다면 급발진 주장은 왜 끊이지 않을까.
전우정 교통과장은 "내가 밟고 있는 것은 브레이크인데 차가 급발진하기에 멈추지 않는 것이라 믿는 확증편향(確證偏向)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런 확증편향은 통계적으로도 입증된다.
차량 급발진 주장 사고는 2020년 45건에서 2023년 105건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도 국과수에 급발진 여부 감정을 의뢰한 건수가 상반기에만 66건이다.
하지만 이중 급발진으로 감정된 사례는 아직 단 한 건도 없다.
브레이크 페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은 경우가 83%였다. 13.8%는 사고 차량이 대파돼 감정이 불가하거나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입증할 만한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가 제시되지 않았다.
전 과장은 "급발진 사고는 태양계 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정도의 확률"이라며 "차량 조작이 힘들면 '발을 떼고 브레이크 밟자'고 의식적으로 생각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단순히 제동제어 시스템이 완벽하기에 운전자가 무조건 페달을 오조작했으리라고 여기는 것은 아니다.
국과수는 EDR와 페달캠(페달 부분을 찍는 카메라), 슈마크(발자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고 원인을 규명한다.
대부분 차량에는 EDR이 있어 이것만 분석해도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나, 페달캠과 슈마크를 통해 이중 삼중으로 체크하는 것이다.
특히 사고 순간에 페달을 강하게 밟아 마찰력으로 생기는 '슈마크'는 EDR나 페달캠 등이 없는 구형 차량의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전 과장은 "차가 내 의지와 다르게 움직일 때 차가 아닌 운전자인 나를 의심해야 한다"며 "발을 떼고 내가 정확히 어떤 페달을 밟고 있는지 확인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발진 주장 운전자 연령이 평균 60대인 것을 거론하며 "노인의 인지 오류를 방지하는 장치 및 기술을 개발해 차량에 접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일본처럼 안전운전 기능이 있는 '서포트카'(사포카)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노인들이 면허증을 반납하면 합당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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