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정도전과 이색이 목숨걸고 싸우는 사전혁파와 일전일주제모바일에서 작성

닉넴고정(118.41) 2014.05.03 22:13:40
조회 578 추천 4 댓글 1

정도전의 사전혁파(私田革罷): 모든 토지 몰수해서 백성에게 나눠줌.

이색의 일전일주제(一田一主制): 한 토지에 주인이 여러명이라고 사기치고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는거 막으려고 토지의 진짜 주인을 한 명으로 확실히 하자는 것.


아주 간단함.

사유재산 제도를 부수자는 정도전과 끝까지 사유재산 제도는 지키겠다는 이색




///////////////////////////////////////////////


대한민국은 민족사회주의국가를 지향했다


제헌의회 속기록>을 통해본 대한민국 건국정신

1. 들어가는 글

‘대한민국 건국정신은 00다’
‘00’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요? 

주변에 물어보면 ‘반공’이라는 답변을 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이런 견해는 1919년 건국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쏙 빼놓고 ‘대한민국 건국’을 1948년8월15일로 국한해서 생각하시는 것이니, 재고가 필요한 답변이 아닐까 싶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대한민국 건국정신은 00다’ 라는 문장이 없더군요.  ‘대한민국’과 ‘건국정신’을 조합해서 만들어놓은 문장이 없다는 사실... 한편으로는 제가 새로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시린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요즘 ‘대한민국 건국정신’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건국정신’이 동일하게 ‘민주’, ‘자유’를 얘기하면서도 서로 딴 생각을 하는 분열상을 극복하는 큰 원칙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수입된 사상 속의 ‘민주’와 '자유‘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시절, 신분을 뛰어넘어 풍찬노숙(風餐露宿),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을 하며 함께 투쟁을 했던 그 분들을 떠올리며 대한국민이 지켜야할 ‘자유’와 ‘민주’가 무언지를 생각한다면, 뭔가 또 하나의 그리고 설득력 있는 공통 기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심이 뻗쳐서 1948년 5.10선거로 선출된 제헌의회의 <헌법제정 회의록> 즉 속기록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198명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제헌의회는 6월3일 헌법기초위원 30명과 전문위원 10명으로 헌법기초위원회를 설치한 뒤, 유진오 전문위원의 초안을 중심으로 16회에 걸쳐 토의를 끝내고 6월23일 초안을 국회에 상정하고 6월30일 제1독회, 7월7일 제2독회, 7월12일 제3독회를 거쳐 7월17일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합니다. 

자료를 뒤져보니 그 중요한 회의의 속기록을 <헌법제정 회의록>이라는 이름으로 1967년 12월30일 국회도서관이 발행을 했더군요. 한국전쟁과 이러저러한 사회혼란을 겪고 제헌의회가 열린 지 근 20년 만에, 더 이상의 자료유실을 방지하기위해 ‘헌정사자료정리사업’의 일환으로 단행본으로 묶어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벌써 속기록 중간 중간에 빠져있는 부분(총 28차 회의 중 10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락된 속기록들이 모두 헌법에 대한 각 의원의 의견개진을 하는 제1독회의 내용이고, 각 조문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제2독회의 내용은 모두 남아있어서 제헌헌법의 결정과정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들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국회입법조사국장이 책 머리말에 ‘모든 국민과 의원 여러분 그리고 헌정학도’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을 바란다는 말을 썼던데, 속기록을 보면서 정말로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더군요.

이번 5월 연휴를 맞이해 무슨 일을 할까 생각하다가, 이 속기록을 읽어보기로 하고, 당장 국회도서관으로 달려가 꼬박 2시간동안 속기록(711쪽)을 복사했습니다.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된 그 단행본도 너덜너덜해진 상태... 1967년 발행된 뒤 1987년 까지 20년 동안 그 속기록을 본 사람은 단 7명. 그 이후는 대출을 안 했는지, 대출이 금지돼 관내 열람만 했기 때문인지 대출자 기재가 안돼 있었습니다.

여하튼 그 복사본을 제 네 살 된 딸아이의 방해(?)를 뚫고 주로 새벽시간을 이용해 휴일 동안에 다 읽는데 성공!  독후감 겸 나름 정보의 공유를 위해서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글은 다음의 순서로 적어볼까 합니다.

1. ‘대한민국’은 ‘민족사회주의국가’로 ‘재건’됐다
2. ‘3.1혁명’이 ‘3.1운동’이 된 사연
3. ‘인민’이냐, ‘국민’이냐
4. 이제 그만 표결에 붙이겠습니다.
5. 이승만, 그는 무슨 말을 했나?
6. ‘헌법기초안’과 ‘대한민국 헌법’ 무엇이 달라졌나?
7. 낙수(落穗)
// end clix_content -->
 
대한민국’은 ‘민족사회주의국가’로 ‘재건’됐다

1948년 6월23일(수) 제헌의회 17차회의, 제헌의회 헌법기초위원회는 유진오 전문위원 기초안을 중심으로 6월3일부터 ‘신중한 토의’를 거친 뒤, 드디어 헌법기초안을 본 회의에 보고합니다,  전문(前文)과 10장 102조의 기초안을 낭독한 뒤, 헌법기초위원장인 서상일 의원이 헌법초안의 대강을 설명합니다.(서상일 의원은 독립운동가이자 해방 후 한민당, 1956년 진보당, 1957년 민주혁신당, 1960년 사회대중당을 창당했던 분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의 노선은 두 가지 밖에 없는 것입니다. 독재주의공산국가를 건설하느냐, 민주주의국가를 건설하느냐 하는데 있어서 이 헌법정신은 민주주의민족국가를 건설하려는 한 기본설계도를 여기에 만들어 낸 것입니다.  (중략) 헌법의 정신을 요약해서 말씀하자면 어데있는고 하면 우리들이 민주주의 민족국가를 구성해서 우리 3천만은 물론이고 자손만대로 하여금 현 시국에 적응한 민족사회주의국가를 이루자는 그 정신의 골자가 이 헌법에 총집(總集)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00쪽)


‘민족사회주의국가’? 

‘민주주의국가를 건설하는 기본설계도’로서의 헌법이 구현한 국가의 모습이 ‘민족사회주의국가’? 참 의외였고, 신선하기도 하고... ‘민족사회주의’하면 오히려 북한 헌법에 어울리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헌법기초위원들의 머릿속이 궁금해졌습니다.

이런 표현은 재산권을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의 헌법기초안 15조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언급이 됩니다.  답변은 유진오 전문위원과 함께 헌법기초에 중요하게 참여했던 권승렬 전문위원이 했습니다. (헌법기초안이 유진오의 안을 원안으로 하고, 권승렬의 안을 참고안으로 했다고 합니다. 권승렬은 일제 강점기 시절 변호사가 돼, 독립운동가 변호 등을 하며 지내다가 해방 후 미군정 시 사법부 법제처장, 정부수립 후 초대 검찰총장, 반민특위위원, 2대 법무부장관 등을 역임한 법률가입니다)

“15조 2항(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을 말하면 우리는 국가사회주의 우리 공동생활을 하는 국가를 말하니까 그러므로 소유권을 행사치 못하는 것입니다” (151쪽)


‘국가사회주의’? 

문득 ‘나찌즘Nationalsozialismus’ (영)National Socialism 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바로 몇 년 전 나찌를 무찌른 미국과 유엔의 감시 하에 세워지는 정부의 헌법이 나찌즘을 표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니, 결국 다른 의미로 그 용어를 사용했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로 사용한 것일까?

‘국가사회주의’. 그냥 사전적인 의미로는 ‘계급투쟁을 부정하고 자본주의의 폐단을 국가 권력의 개입으로 해결하려는 사상’으로 정의됩니다.  제가 보기에 바로 이 사전적 정의가 <헌법제정 회의록>에서 언급되는 ‘민족사회주의’ 또는 ‘국가사회주의’의 개념이었습니다.  그러한 흔적은 헌법 조항과 속기록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특히 헌법기초안 제6장 ‘경제’에 관한 조항이 그렇습니다.

‘제83조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

이 조항은 ‘사회주의적 통제경제의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평가받는 조항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은 아무 이의 없이, 가부 투표도 없이 원안 그대로 통과됩니다.  유진오 전문위원은 이 조항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합니다.

“(생활의 기본적 수요의) 그 기본취지는 생활의 기본적 수요가 사람으로서 먹고 입는 것으로는 우리의 사람다운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먹고 입고하는 이상에 최저문화의 욕망을 취할 수 있는 그러한 정도의 생활을 할 수 있어야 경제적 기본균등이 실현될 것이라고 이렇게 생각해서 말을 써본 것입니다.”(212쪽)

“즉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입니다. 자유경쟁을 원칙으로 하지마는 만일 일부의 국민이 주리고 생활의 기본적 수요룰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하면은 그 한도에서 경제상의 자유는 마땅히 제한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 헌법은 그러므로 균등경제의 원칙을 기본정신으로 하고 있다고 말씀할 수가 있겠습니다.”(110쪽)

최저의 문화 향유는 고사하고, 먹고 사는 문제로 목숨을 건 거리의 투쟁을 해야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또는 거리에서 노숙을 하게금 하는 지금 이 시기에, 이 조항은 그리고 이 조항을 만들고 이의 없이 통과시켰던 제헌의회에 대해서 저는 경외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건국절’을 얘기하면서 동시에 ‘생존권 투쟁’은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분들은 이런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저로서는 놀라왔던 이 사실을 가능케 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배경은 헌법기초안의 17조~19조 노동권과 관련한 토론 중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제헌의원들은 헌법기초안의 노동권 조항에 없던 새 문구를 토론을 거쳐 통과시킵니다. 바로 노동자의 이익균점권 조항입니다.

헌법기초안의 18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근로자의 단결,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의 자유는 법률의 범위내에서 보장된다.”
그런데 아래 조항이 추가됩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

추가조항은 원래 17조의 노동권 조항에 대한 문시환 의원 외 18인의 수정안과 조병한 의원 외 10인의 수정안에 대한 토론의 결과였습니다.  문시환 수정안은 ‘경영참가권’과 ‘이익균점권’을 넣자는 것이었고, 조병한 수정안은 ‘이익균점권’을 넣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17조가 아닌 18조 2항으로 추가되게 된 것입니다.

제헌의원들은 제2독회 6일 중 이틀을 이 조항을 결정하기위해 치열한 토론을 별였습니다.  단일안건으로는 가장 긴 시간을 들인 결정이었습니다.  이승만 당시 국회의장이 토론 종료를 종용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토론은 며칠을 더 지속됐을지도 모릅니다.  이 토론과정에서 수정안을 제출하거나 찬성하는 의원들의 발언들 속에서 왜 ‘민족사회주의 국가’를 기본정신으로 하는 헌법이 탄생했는지를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문시환 의원은 수정안 배경설명을 아래와 같이 했습니다. (문시환 의원은 모스크바동방공산대학을 나오고, 일제강점기 의열단 활동 등 독립운동을 했고, 1948~1949년 경남도지사를 역임한 분이더군요)

“세계각국의 인류사를 통해서 지금 모순이 있는 모든 점을 각성해서 앞으로 우리나라는 국가조직에 있어서 모순이 없는 국가를 조직하자고 하는 것이 이 헌법의 조항입니다. (중략)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만 실행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민주주의를 실행하자고 하는 것이 이 조항입니다. (중략) 해방 이후 2년 동안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시끄러운 큰 원인이 어데 있느냐 하는 것을 우리는 봐야할 것입니다. (중략) 사상대립을 완화시키지 못하면 앞으로 우리가 어떠한 좋은 목표를 세워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장래는 비참한 앞길을 밟지 않을 수 없습니다.” (456쪽)

정해준 의원은 좀더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며 현실적인 이유로 수정안을 찬성합니다

“근로자에 대한 권리를 헌법으로써 명문(明文)으로써 조금 더 적극적으로 추궁(追窮)도 하지 않을 것 같으면 헌법에 있어서 노동자 내지 농민이 3천만동포가 앞으로 생겨질 정부를 지지할 것이냐, 38이남에 있어서 반동자와 폭도들은 그러한 의도하에서 폭동이 나타나든지 혹은 좋지못한 일에 가담하게 될 것입니다” (461쪽)

한민당 계열로서 당시 대한노총 회장이었던 전진한 의원은 수정안을 찬성하며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합니다. (전진한은 대한노총 초기 실세였던 안재홍, 김구 세력을 몰아낸 이승만계 인물로, 정부 수립 후 초대 사회부장관으로 입각했으나, 이승만 노선에 반대해  1948년 12월 이승만 정부 최초로 사임을 했고, 이후 5선 국회의원를 지내며 민정당, 민중당에서 활동하고, 1966년에는 한독당 후보로 대통령 출마도 한 인물입니다)

“민주주의노동을 전개하지 않을 것 같으면 국내적으로는 근로대중에게 위반이 될 것이고, 국제적으로는 우리가 남북을 통일할 기본을 잃고 또 일면에 있어가지고 남조선정권이 남북을 통일할 수 없는 한 개의 정권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470쪽)

박기운 의원은 좀 더 비장한 어조로 찬성발언을 했습니다.

“지금 국회 내에서 헌법초안 제17조가 수정되느냐 안되느냐 하고 일대 격론이 일어난 이 순간 북한동포나 남한동포나 시청(視聽)이 집중되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저 바다 가운데 제주도에서 우리 민족끼리 피를 흘리고 싸우고 있는 참경(慘景)속에서도 서로 총대를 버리고 본 헌법 제17조가 어찌 되었는가하고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오직 우리 민족은 8할을 점하고 있는 농민근로대중을 무시하는 헌법이 제정되어서는 통일도 독립도 민족의 행복도 없을 것입니다. (중략) 국회의원동지여러분! 민족을 살리겠습니까? 죽이겠습니까?  헌법초안 제17조가 우리 민족을 살리고 죽이고 하는 조목입니다” (489쪽)

토론이 길어지자 의장인 이승만은 긴 시간 발언을 하며, 서둘러 조문을 처리하자는 취지와 함께 원안에 대한 찬성의사를 밝히면서도 ‘지주와 자본가와 노동자는 공동한 평균이익을 국법으로 보호한다’는 것을 넣으면 좋겠다며 이익균점권을 인정하는 발언을 합니다. (509쪽)

이승만의 토론중단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반론은 계속 이어집니다. 광복군 총사령관을 지낸 이청천 의원의 발언은 그 중 으뜸이었습니다.

“공산주의체제와 모든 그 무제한자본주의를 취하지 않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말하자면 국가권력으로서 철두철미 민족주의로 나가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경제면에 들어가서는 사회주의로 나가야 되겠습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민족사회주의입니다.  (중략) 공산주의와 자유주의가 충돌을 하고있는 가운데 우리 한국민족이 살고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만대무궁한 완전자주독립을 하는데 아주 사상의 두 뜻을 잘하게 조화하는 이것이 헌법제정의 기본정신이라고 하겠습니다” (516쪽)

결국 이례적으로 무기명 비밀투표를 밀어 붙여서 문시환 수정안은 재석 180명, 찬성 81, 반대 91, 기권 5, 반대 3으로 부결됩니다. 발언하지 않던 많은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익균점권만을 추가하고자 한 조병한 수정안은 재석 180, 찬성 91, 반대 88 기권 1로서 과반수를 단 한 표 넘겨 아슬아슬하게 가결됩니다. 

이런 아슬아슬함은 결국 제3독회 때 다시 뜨거운 논쟁으로 재연됩니다. 수정안 제안을 했던 조병한 의원이 긴급번안동의(動議)를 해서, 17조로 하기로 한 것을 법률상 체제상 18조 2항으로 옮기고, 제안자의 뜻을 분명히 하기위해 처음 ‘단, 근로자이익배당의 균점권을 가진다’하고 한 조항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로 수정하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이로인해 토론이 또 벌어집니다. ‘제3독회는 자구수정(字句修正)을 하는 것인데, 번안동의는 안된다’(전진한 의원)에 대한 찬반이 있고, 이승만 의장은 신속히 표결에 붙여 재석 156, 찬성 102, 반대 36으로 가결을 선포합니다.  그런데 ‘일반의사통례에 번안동의는 출석인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성립이 된다’며 부결됐다는 주장(신성균 의원)이 나오자, 이번에도 이승만 의장은 ‘시간을 많이 허비할 수 없다’며 다시 표결을 붙여 재석 157, 찬성 87, 반대 38로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을 시켜버립니다. 

조병한 의원이 번안동의를 왜 냈는지, 제2독회와 제3독회 사이에 무슨 막후 조율이 있었는지, 번안동의를 낸 사유설명이 조병한 의원의 진심인지 등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공’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자본주의’와도 어울리지 않는 그리고 헌법기초안에도 빠져있던 ‘근로자의 이익균점권’이 제헌의회 논의과정을 거쳐 제헌헌법에 삽입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토론내용 속에서 보이듯, 제헌의회 내 진보적 의원들은 제헌헌법이 국민의 80%를 점하는 노농계급을 위한, 그리고 남북통일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의 3천만 민중을 위한, 냉전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자손만대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기위한 길로서 ‘민족사회주의’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미 극좌와 극우를 지양한 중도의 길을 모색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 앞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드러내놓고 의사표현을 하지못할 민중적 압력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고, 이는 무기명 비밀투표에서도 ‘이익균점권’이 가결됐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내란에 버금가는 국내의 상황, 민중들의 진보적 열망 속에서 비록 물리력의 우위로 정권을 장악하고는 있으나, 제헌헌법이 그런 시대적 상황을 수용하지 않으면 국가가 또 다시 큰 분란으로 빠져들 것이며, 자신들도 역사의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임을 적어도 과반수  이상의 제헌의원들은 인식하고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점에서 ‘제헌의회’를 의사당안의 제헌의원들만의 집합체로 따로 보는 것 보다는 당시 인민들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정부수립 이후 이승만의 행보를 보면, 그는 이미 이러한 제헌헌법의 조항들을 사문화시켜버릴 것이라고 작심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의 일단을 제헌의회 회의 중에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는 나중에 ‘이승만, 그는 무슨 말을 했나?’에서 따로 소개를 하겠습니다.)

‘민족사회주의’ 국가를 지향했던 제헌헌법의 정신은 이승만 독재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없어지거나 지하로 숨어버리거나 했고, 어느 때 부터인가 제헌의회는 민중의 피를 제물로 삼아 탄생한 친일파, 지주, 그리고 이승만 세력의 독무대였다는 신화가 널리 퍼졌고, ‘대한민국’은 부끄럽거나 저주받은 존재로 천대받아왔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 다시 헌법기초위원장 서상일 의원의 발언을 곱씹어봅니다.
‘우리 3천만은 물론이고 자손만대로 하여금 현 시국에 적응한 민족사회주의국가를 이루자‘
‘3천만’은 당시 남북한을 합친 인구입니다. 즉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표현일 것입니다.  ‘자손만대’ 즉 이 헌법이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것을 염두에 뒀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현 시국에 적응한’ 즉 냉전이 시작되던 당시의 엄혹한 민족적 상황을 고심했다는 표현일 것입니다.  한민족의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위한 신생독립국가의 모습으로서 ‘민족사회주의국가’를 꿈꿨던 분들.  전 멋져 보이더군요. 그리고 자기 땅에 새롭게 재건할 국가의 모습을 ‘민족사회주의국가’로 설정했다는 점은 ‘대한국민’으로서 또 하나의 자부심을 갖게 하기도 했습니다.

‘민족사회주의국가’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하다보니 ‘재건’에 대한 설명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간단합니다. 

헌법기초안 전문에 ‘자주독립의 조국을 재건함에 있어서’ 라는 표현이 제헌헌법에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로 바뀔 때까지, ‘재건’이라는 말에 시비를 건 제헌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이와 관련 이승만 의장, 물론 이후 초대대통령이 된 그가 이례적으로 특별히 자신이 만든 문구로 ‘대한민국’의 ‘재건’을 언급한 발언을 소개하면서 이에 대한 논증은 끝낼까 합니다.

“우리가 헌법벽두의 전문에 더 써넣을 것은 「우리들 대한국민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민족으로서 기미년 3.1혁명에 궐기하여 처음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세계에 선포하였으므로 그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자주독립의 조국재건을 하기로 함」이렇게 넣었으면 해서 여기 제의하는
 
 
 
. ‘3.1혁명’이 ‘3.1운동’이 된 사연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민국은 3.1혁명의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지금 자주독립의 조국을 재건함에 있어서...”
제헌의회 본회의에 보고된 헌법기초안의 전문(前文) 도입부입니다.  보신 바와 같이 초안에  ‘3.1혁명’으로 기재돼있으나, 이후 토의를 거쳐 제헌헌법에는 ‘3.1운동’으로 변경이 돼서 기재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무슨 반민족적인 의도로 변경된 것은 아닐까? 이것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입니다.
‘3.1혁명’이라는 말은 이 초안에 불쑥 튀어나온 말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3.1혁명’보다 ‘3.1운동’이라는 표현이 친숙합니다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광복 후 민족국가 건설계획으로 1941년 공포한 <대한민국 건국강령>에서 밝힌 1919년 3.1독립선언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독립선언은 우리 민족의 혁혁한 혁명을 일으킨 원인이며 신천지의 개벽이니 이른바 "우리 조국의 독립국임과 우리 민족의 자유민임을 선언하노라. 이로써 세계만방에 고하여 인류평등의 대의를 밝히며 이로써 자손만대에 경계하여 민족자존의 정권(正權)을 영유케 하노라"하였다. 이는 우리 민족이 3·1헌전(憲典)을 발동한 원기이며 동년 4월 11일에 13도 대표로 조직된 임시의정원은 대한민국을 세우고 임시정부와 임시헌장 10조를 만들어 반포 하였으니 이는 우리 민족의 힘으로써 이족전제를 전복하고 5천년 군주정치의 허울을 파괴하고 새로운 민주제도를 건립하여 사회의 계급을 없애는 제일보의 착수였다. 우리는 대중이 핏방울로 창조한 국가형성의 초석인 대한민국을 절대로 옹호하며 확립함에 같이 싸울 것임.」(강조 필자)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세운 것은 군주제와 제국주의를 극복하고 민주제도를 향한 혁명이고, 그 기원에 3.1독립선언이 있다고 <건국강령>은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독립선언’을 ‘헌전(憲典)’이라고 표현했다고 봅니다. 이는 3.1독립선언 이후 건국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 이라는 제1조를 포함해 인민의 자유와 평등을 규정한 임시헌법을 선포하고, 이를 수호하며 독립운동을 진행했음을 볼 때 객관적으로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1919년 3.1 독립선언을 한 차례의 사건(물론 3.1만세운동은 국내외적으로 1년여에 걸쳐 있어났다는 사실도 간과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이 아니라 이후 한민족이 독립, 자유, 평등을 쟁취하는 ‘혁명’의 시작으로 여기는 것은 임정에 참여했던 독립운동가들에게는 당연한 논리적 귀결일 것입니다. 
이는 1943년 당시 중경에 있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주석 김구가 3월1일을 맞이해 발표한 글의 제목이 <석(釋) 3.1혁명정신>인 것을 봐도 확인이 됩니다.  백범은 “마땅히 분발하고 가일층 노력하여 3.1운동을 완성함으로써 미완의 혁명대업을 완수해야할 것이다” 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3.1독립선언의 의미를 더욱 확대시킵니다.
“3.1대혁명은 한국민족 부흥을 위한 재생적 운동이다.  달리 말해 이 운동은 단순히 일본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자는 운동만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이 5천년 이래로 갈고 닦아온 민족정기와 민족의식을 드높이자는 것이다”
백범은 ‘3.1독립선언’을 나라를 되찾기 위한 운동의 차원을 넘은, 한민족 안에 있던 ‘정기’와 ‘의식’을 새롭게 살리는 운동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3.1대혁명’이라고 명명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천 비추천

4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이성보다 동성에게 매력을 더 어필할 것 같은 남자 스타는? 운영자 24/07/29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2/28 - -
737855 뉴비가 질문좀 올려봄. ㅇㅇ(175.223) 14.05.26 93 0
737854 불 완전 크게났다 ㅠㅠ ㅇㅇ(223.62) 14.05.26 473 1
737852 고양역 사고를 보고 오늘 날짜를 보니 [2] 긱스(123.143) 14.05.26 852 9
737851 이게 예수 그리스도가 말한 십자가의 길이야... 담담하게 사형을 받는 것 무인지경(175.193) 14.05.26 696 0
737850 5명 사망.. 불은 진화했지만 몇 명이 있었는지 모를테고.. 찜찜한데.. 最終鬼畜滅殺抹殺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26 113 0
737849 고양역에서 사고난다고 분석한 글 나만 봤냐??? [6] ㅇㅇ(223.62) 14.05.26 1246 0
737848 언제든지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면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야 무인지경(175.193) 14.05.26 68 1
737847 박원순 부인 출국설이 돈다 ㄷㄷㄷ(199.115) 14.05.26 495 0
737846 일산 터졌다. 대형화재! [4] 옴마니반베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26 940 9
737845 여기에서 우리는 에덴동산에 이르게된다... 최초의 인간은 벌거벗었어... 무인지경(175.193) 14.05.26 196 0
737844 사람이 아무것도 은폐할 것이 없다면 어떤 감시체제도 무용지물이 된다... 무인지경(175.193) 14.05.26 104 0
737843 육체가 소멸하기 때문에 공포가 있는거야... 싸움은 영적인 문제라고... 무인지경(175.193) 14.05.26 142 0
737842 물리적으로 위치나 상황을 바꾼다해서 벗어날 수 있는 그물이 아니라고... 무인지경(175.193) 14.05.26 148 0
737840 결국 이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은 없어... 숨을 곳은 없어... 무인지경(175.193) 14.05.26 115 0
737839 당산철교위에 철충이 두대가 서잇다네 개공감(117.111) 14.05.26 707 1
737838 인간은 주인이 아니야... 심지어 전세계를 통치하는 황제라 할지라도... 무인지경(175.193) 14.05.26 178 0
737837 일산에서 불났다 ㄱㄹㄱㄹ(119.65) 14.05.26 311 3
737836 권력자와 부자도 마찬가지 신세야... 그들이 진정 힘이 있다면 숨지 않아 무인지경(175.193) 14.05.26 118 1
737835 예민한 자들은 그 시선 자체를 피하기 위해 산속으로 숨어드는거야... 무인지경(175.193) 14.05.26 165 0
737834 일루미나티와 랩틸리언의 이해를 돕기위해 ㅇㅇ(118.33) 14.05.26 3162 8
737833 인간은 보이는 위치가 아니라 보는 위치에 서려고 안간힘을 쓰는거야.. 무인지경(175.193) 14.05.26 71 1
737832 그래서 그것은 단지 보고만 있는데도 그 시선이 권력이 되어버리는거야... 무인지경(175.193) 14.05.26 96 0
737831 이 공포가 그 알 수 없는 시선을 자동적으로 피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무인지경(175.193) 14.05.26 120 0
737830 그리고 그것이 밝혀지면 아주 위험한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는거야... 무인지경(175.193) 14.05.26 118 0
737829 인간은 각자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뭔가를 숨기고 있거든... 무인지경(175.193) 14.05.26 122 0
737828 2호선에 또 뭔가 일이났나보네 개공감(117.111) 14.05.26 347 2
737827 왜 보는 것을 두려워할까... 간단해... 감추는 것이 있기 때문이야.. 무인지경(175.193) 14.05.26 117 0
737826 ㅇㅅㅇ [1] ㅇㅅㅇ(175.125) 14.05.26 158 0
737825 그것은 모든 것을 보고 있어... 단지 보기만 하는데도 두려워하는거야.. [2] 무인지경(175.193) 14.05.26 127 0
737824 오딘은 미미르에게 눈 하나를 주고 그가 지키던 지혜의 샘물을 얻어 마셨어 무인지경(175.193) 14.05.26 75 0
737823 전시안이나 사우론이 눈알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되는 건 우연이 아니야... 무인지경(175.193) 14.05.26 237 0
737822 무언가가 자기를 계속 보고 있고... 그것이 너무 답답하고 불쾌하거든.. 무인지경(175.193) 14.05.26 119 0
737821 엘리엇 로저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아도 한국이라면 통했을거 같은데.. 오라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26 123 0
737820 그들은 혼자서 아니면 무리를 지어 어딘가로 숨으려 했지... 보고 있거든 무인지경(175.193) 14.05.26 129 0
737818 끝을 모르는 기술과 문명의 발달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어... 무인지경(175.193) 14.05.26 140 1
737817 그저 손에 스마트폰 하나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는데.. 무인지경(175.193) 14.05.26 78 1
737816 웨어러블컴퓨터... 사물인터넷... 사람들은 이미 모두 자동인형이야... 무인지경(175.193) 14.05.26 145 1
737815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야... 여기는 대체 어디일까 무인지경(175.193) 14.05.26 196 0
737814 상상 그 이상을 보게 될거야... 세상은 언제나 나의 예상을 넘어서 있어 무인지경(175.193) 14.05.26 126 1
737813 해냈다! 해냈어!! 이상호 기자가 해냈다!!! [2] ㅇㅇ(118.33) 14.05.26 1126 25
737810 일루미나티가 원하는건 사람들이 인터넷중독이 되는것이다 ㅇㅇ(180.231) 14.05.26 163 6
737809 조물주가 벌에게 침을 만들어준 이유 신인(175.199) 14.05.26 164 0
737807 14.8블로그 제작자 죽었어? [1] 카메나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26 520 4
737806 하늘을 걷는 별 신인(175.199) 14.05.26 207 0
737804 1시간이라는 시간동안 애들을 납치해서 [6] 1시간충분(121.154) 14.05.26 1561 9
737803 끝판이 어디갔니~~~ [1] 안티가문아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26 197 0
737802 인간으로 변장한 요괴가 포착된게 미스테리 헐랭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26 156 1
737799 유병언이를 이용할려면 안잡아야 [2] 유병언(121.154) 14.05.26 320 3
737797 [펌] 세월호는 국정원과 청해진이 짜고벌인 조작극 [2] 동탁(121.153) 14.05.26 2017 23
737790 공포가 닥쳐오기전.. 고요가... 대지를 적신다... [2] 옴마니반베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26 45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