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3대 째가 지나가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1시간째 딴 생각에 정신이 팔려 타야 할 버스를 놓치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보폭이 다르다. 그래서 혹여 연인이란 보호적 관계 약속은 손을 맞잡게 한다. 붙잡은 두 손은 두 남녀의 보폭을 상쇄한다. 이상한 일이지만 이건 사실이다. 하지만 남자는 간과하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내민 손이 마음마져 맞추어 주진 못했단 사실을. 남자의 마음은 여자의 마음과 달리 이미 먼곳의 앞을 앞서나가고 있었고. 실제로 맞잡은 그 손은 오히려 마음의 간극을 확인시켜준 결과가 되었다. 그렇게 4번째 오는 버스를 잡아타고서 남자는 깨달았다. "마음의 손을 먼저 내밀었어야 했다." 내일은 목욕탕을 가야 겠다. 탕속에 담겨진 내 심장은 아픔보다는 살아있다는 고동을 느끼게 한다. 압박감이 슬픔을 짙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