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감히 다 헤아릴 수 없는 광활한 대우주와 불가항력적인 재난에 대비해 한없이 하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그러나 여기 '그럼에도 불구하고(모든 걸 해결할 순 없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외치는 영화들이 있다. 바로 올해 3월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2023)' 그리고 최근 아카데미 7관왕에 석관하며 연일 화제를 모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 규슈의 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가 우연히 의문의 청년 '소타'를 만나게 된 뒤, 재난이 넘나드는 문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후 문지기인 그를 도와 일본 전역을 유랑하며 지진을 막아낸다는 스토리이다. 국내에서는 '너의 이름은(2017)', '날씨의 아이(2021)' 등의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일본의 거장 감독 '신카이 마코토'가 연출을 맡았다. 한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는 평범한 주부 '에블린(양자경)'이 황당한 사건들을 계기로 멀티버스 속에서 각기 존재하는 도플갱어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의 모든 초능력을 축적해 세상을 파멸시키려는 존재로부터 세계와 가족을 수호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으로 틀을 깨는 발칙한 시도들을 여럿 선보여 일명 '병맛 감독'이라는 별칭을 얻은 다니엘 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먼저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현실의 숱한 재난과 참상을 연상케 하는 상흔들이 곳곳에 남아있다.(1923년 발발한 관동대지진을 연상케 하는 측면이 있다.) 지진 참사로 소중한 추억, 사람, 터전을 속수무책 잃고 만 생존자들의 심중소회, 그리고 생을 져버린 망령들의 기억 등은 지진 발생 전후의 처참한 변화를 더욱 체감케 한다. 그러나 영화는 스펙터클, 일명 '볼거리'로의 재난을 재현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극중에서 스즈메와 소타가 문을 봉인하는 과정을 집중하여 관찰하면, 참사 이전 그곳에 존재했던 이들의 기억이 핵심적인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재난이 불러온 마음, 염원, 다짐들이 한데 모여 또다른 재난을 막아내는 원동력이 된다는 설정은, 그 모든 걸 가까이서 목도한 감독의 바람에서 기원한 것이 아닐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에 영화적 장치와 기술력을 동원해 가장 사려깊은 방식으로 떠나간 이들을 상기시키고, 남은 이들을 보듬는다.
한편,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지진을 방지하고자 불철주야 달리는 스즈메가 있다면, 영화 '에에올'에서는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가족과 세계를 수호하고자 고군분투하는 히어로 '에블린(양자경)'이 있다. 평범한 주부가 왜 단순간에 세계 수호에 주역이 되는지, 왜 멀티버스 세계관이 갑자기 개입하는 것인지 등 쉽게 납득하기는 힘든 설정임은 분명하나, 모든 걸 온전히 흡수하고 이해하려는 강박을 내려놓고 영화에서 제시하는 스토리 라인을 즐기며 따라가면 종국에는 그 모든 것들이 결국 무얼 말하기 위해 존재했었는지를 이해하는 순간이 온다. 숱한 충돌을 맞닥뜨리고 처치하는 과정에서 에블린이 종국에 내린 결론이자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갈등이 만연한 시대에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은 'Be kind!' 바로 내 곁에 존재들에게 다정함을 전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더라도 소중한 이들과의 현재에 전념하며 그들에게 한없이 다정해질 것. '에에올'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의 파장이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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