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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수인이 된 민구 한강에 가다

소설러(211.200) 2015.07.22 09:57:07
조회 515 추천 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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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껏 빛나던 노을도 져버리고 보라색인지 남색인지 모를 색깔로 하늘이 물들고 있었다. 그저 아무생각 없이, 민구는 어느 다리 위에 멍하니 서서 구름을 보고 있었다. 구름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왜 한강까지 찾아와서 이러고 있는지는 민구 자신도 알지 못했다. 기분전환이라기엔 장소가 적절치 않았고, 자살이라기엔 너무 충동적이었다. 적어도 환생을 기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라면 컴퓨터 정리가 우선이었으니깐 말이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

'니가 자살하려는건 의지가 부족해서 그래.'

'죽을용기로 노력을 해라 노력을.'


하지만 역시 자살명소라서 그런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확실히 느껴졌다. 다리 난간에 쓰인 문구를 보니 없던 자살충동도 생길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 컴퓨터 정리를 한건 아니었기에 민구는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대신 그 충동을 달래보려고 했다.


원래 민구는 흡연충이 아니었다. 담배를 산 것도 오늘이 처음이었다. 담배에 대해선 뭘 잘 알지도 못해서 편의점에선 그냥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걸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을 정도였으니까.


알바는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고, 민구는 주민등록증을 내밀었다. 주민등록증에는 민구가 아직 인간의 모습이었을 시절의 사진이 있었다. 이젠 세상 사람들 모두가 동물로 변했지만, 민구는 절대 주민등록증의 사진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모습은 정말 사진조차 찍기 싫었다. 어쨌거나 민구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기까지 해서, 알바는 신분증을 보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담뱃갑의 바코드를 찍었다.


담뱃갑의 비닐포장을 상처난 부위에 앉은 딱지를 떼듯이 살살 뜯어내었다. 그리고 그 유해한 화학물질이 가득한 하얀 막대를 민구는 입에 물었다. 필터 부분을 이빨로 씹어도 되나 했지만 역시 안될것 같아서 입술로만 물었다.


근데 라이터가 없었다.


담배를 산건 괜한 돈낭비였던 것이다. 너무 허탈해서 웃음이 다 나왔다. 우연히 옆을 돌아보는데 더 웃긴 장면이 있었다. 어떤 고양이가 난간 바깥에 매달려 있었다. 마치 자살을 하려고 했지만 막상 하기가 두려워서 지나가던 사람이 안말려주나 간보는 것처럼.


민구는 그냥 무시하려고 했다. 그 고양이가 뒤지던 말던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 그러나 그 고양이는 더 흥미로운 구경거리의 중심에 있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경찰관 두 명이 이쪽으로 뛰어오는 것이었다.


"오지마!" 고양이가 발악을 한다. 사실은 누군가 오는걸 원했으면서 왜 저러나 싶었다.


경찰관들이 진정하라며 천천히 고양이에게 다가왔다.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왠 모터소리에 민구의 시선이 다리 아래쪽으로 쏠렸다. 벌써 그 고양이가 뛰어내릴 것에 대비해 구조보트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오지 말라니까!" 고양이가 더 발악을 하며 뛰어내릴 준비를 했다. 경찰관들은 결국 더 이상 다가오지 못했다.


"이런 모습으로 변한거 더이상 못버티겠다고!"


민구는 속으로 동의했다. 그러나 자기는 적어도 경찰관들 얼굴 보려고, 하려는 자살은 안하고 쇼만 하는 관심종자는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인터넷에서 본적이 있다. 헬륨가스만 막 많이 들이마시면 잠들듯이 편안하게 자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헬륨자살이라... 자신의 영혼이 헬륨이 담긴 풍선처럼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을 하니 민구는 그것이 뭔가 웃기기도 했다. 아무튼 자기가 자살할 때가 된다면 반드시 헬륨을 들이마시리라고 민구는 생각했다. 적어도 저 고양이처럼 강으로 뛰어내리니 마니 하는 지랄은 안 하겠다고 말이다.


"난 토끼가 되고 싶었는데 왜 고양이가 된거야! 고양이 싫다고!!!" 고양이놈이 드디어 지가 뒤지려는 이유를 말했다.


순간 민구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정신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고양이에게 달려가서, 민구는 그를 밀쳐버렸다. 곧이어 비명소리와 풍덩 하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구조보트가 움직이는 소리도 들렸다.


경찰관들은 난간 너머로 고양이가 구조보트에 건져지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민구는 보지 않았다. 더 이상 그 고양이에겐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콩콩 뛰어대는 민구의 가슴은 마치 사이다를 원샷한 것처럼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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