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 이야기인데 정말 동시에 사랑한다는 것이 불가능할까?
아는 사람은 어릴 적 아버지가 새 엄마와 재혼하고 그 과정에서 친엄마와는 연락두절인 상태로 새엄마를 친엄마로 알고 지냈어. 멍청하게도 어릴 적 기억으로 어렴풋이 갑자기 엄마가 머리가 짧아지고 날씬해졌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꿈인줄 알았던 그 기억이 현실이었던거야.

아버지는 새 엄마와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면서 살아왔어. 새 동생도 생기고 누구보다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것 같아. 그런데 자식들이 모두 성인이 된 후 아버지는 또 다른 여성분과 바람이 난 것 같고 그 일로 엄마와 이혼을 하셨어.
그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어. 그 한테는 더 없이 헌신적이고 자상한 아버지인데 엄마에겐 누구보다 악독한 사람이지. 옆에서 엄마가 겪는 아픔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도 다 봤어.
근데 말이야. 그도 사랑을 하잖아?

대학교1학년에 만나서 군대도 갔다오고 졸업도 하고 직장도 구하고.  그 8년의 과정에서 정말 완벽한 사람을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했다고 생각해. 서로 같이 미래를 그리고 아이 이름도 다 정했어. 사실 그는 가정을 꾸릴 용기가 없었는데 이 사람을 통해 용기가 생겼어.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직장에서 새로운 한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느꼈어. 그 동안 했던 사랑은 점점 부담과 미안함으로 얼룩지는데 새로운 사람에게 가는 감정은 더욱 깊어져만 가. 친구들이 사랑이 아니라고, 단순한 호감이고 선망일 뿐이라며 말하지만 그가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라 말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깊고 아득해. 이미 내가 되어버린 8년의 사랑과 한순간 갑자기 찾아와버린 새로운 사랑 앞에서 어떻게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까. 이제 와서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매번 새로운 사랑을 선택하던 아버지. 그는 그 결정이 끔찍했었는데도 그도 결정을 해야할 순간이 오겠지.
누구는 쉽게 바람기가 유전됬다고 말하겠지.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건 노래가사 속이나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이야기라며 웃고 가볍게 넘기겠지.
근데 말이야. 진짜인 사람도 있어. 어디에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