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IT동아] 아시아 최대 규모의 IT 박람회, 컴퓨텍스 2024가 6월 3일부터 오는 6월 7일까지 대만 타이베이 전역에서 개최된다. 올해 컴퓨텍스는 ‘AI를 연결하다(Connecting AI)’를 주제로 전 세계 36개 국가에서 15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1200여 개의 부스가 마련된다.
행사는 6월 3일 시작하지만, 전날인 6월 2일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블랙웰에 이은 차세대 그래픽 아키텍처 ‘루빈’, 생성형 AI 기반의 게이밍 보조 기능인 프로젝트 G-어시스트, AI 기반 자율 머신을 위한 엔비디아 아이작 로보틱스 플랫폼 등을 발표하며 운을 띄운 상태다.
6월 3일 첫날에는 리사 수 AMD CEO가 개막 기조연설을 진행했고, 이어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가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오는 이틀 차에는 펫 겔싱어 인텔 CEO, 차이 리싱 미디어텍 CEO가 연설을 맡는다. 퀄컴의 경우 새로운 내용보다는 ‘새로 태어난 PC(The PC Reborn)’을 주제로 이미 성숙한 IT 산업 군에서 퀄컴 AI PC가 어떻게 변화를 일으킬지를 소개했다.
퀄컴, 스냅드래곤X엘리트 및 플러스로 새 시장 구축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생성형 AI는 생산성, 창의성, 엔터테인먼트 전반에 걸쳐 개인의 컴퓨팅 경험을 재정의하고 있다”라면서, “퀄컴은 스냅드래곤X엘리트와 코파일럿+PC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라며 발표를 시작했다.
퀄컴은 UL프로키온 AI 테스트에서 스냅드래곤X엘리트가 애플 맥북, 인텔 코어 울트라 7 155H보다 높은 와트당 성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 출처=퀄컴
앞서 여러 행사를 통해 퀄컴 스냅드래곤X엘리트의 성능 및 구성을 소개한 만큼, 이번 발표에서는 실질적인 성능 격차를 제시했다. 퀄컴 스냅드래곤X엘리트 X1E-80-100는 UL프로키온 AI 테스트에서 애플 M3 대비 와트당 성능에서 2.6배, 인텔 코어 울트라 7 155H 대비 5.4배를 획득했다.
즉 동일한 테스트를 수행했을 때 그만큼 소비전력이 적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성능 효율이 좋고 배터리 성능이 더 길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서 NPU 테스트를 연속 1시간 정도 실행했을 때 인텔 코어 울트라 7 155H와 비교해 발열이 5배 정도 적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대 성능 면에서 비교하기 보다는 와트당 성능이 높다는 점이 더욱 강조됐다 / 출처=퀄컴
동작 성능은 AMD 라이젠 7940HS와 인텔 코어 울트라 9 185H와 긱벤치 싱글 스레드 성능을 직접 비교했다. 이때 스냅드래곤X엘리트는 x86 기반 CPU와 비교해 10W 소비전력에서 최대 51%까지 성능이 더 높고, 최대 전력 소비는 약 65% 더 적게 소모한다. NPU 역시 경쟁사 대비 2.6배 높은 와트당 성능, 35% 빠른 메모리 대역폭 등을 소개했다.
파반 다부리(Pavan Davuluri)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및 디바이스 통합 부사장이 직접 나와 윈도우와의 협업 건을 소개했다 / 출처=퀄컴
아울러 소프트웨어, 운영체제 측면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는 점을 한 번 더 강조했다. 퀄컴은 윈도우 11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실리콘 수준에서 설계했고, 프로세서의 성능과 반응성, 배터리 성능 측면도 NPU에 맞도록 최적화했다. 또한 코파일럿+PC에 프리즘 에뮬레이터를 통해 x86용 프로그램도 퀄컴 스냅드래곤 기반 PC에서 동작하도록 한다.
퀄컴, 코파일럿+PC 제품 폭격으로 시장 양단할까
퀄컴이 노리고 있는 시장은 AI 미지원 노트북에 대한 교체 수요다. 지난해부터 생성형 AI 수요가 급증하며, 서버가 아닌 노트북 자체에서 온디바이스 AI로 생성형 AI를 구현하는 기술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미 AMD는 지난해 6월에 AMD 라이젠 AI 엔진이라는 이름으로 NPU를 탑재한 노트북을 출시했고, 이번 컴퓨텍스에서 3세대 AMD 라이젠 AI 엔진 탑재 제품을 공개했다. 인텔 역시 지난해 12월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로 온디바이스 AI 대응 PC를 출시했다. 이 시장에 퀄컴이 진입하는 것이다.
기조연설임에도 HP, 삼성전자, 델, 레노버 등 주요 협업 기업이 모두 소개됐다 / 출처=퀄컴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 및 랩톱, 삼성 갤럭시 북4 엣지는 지난달 개최된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2024에서 퀄컴 스냅드래곤X엘리트 탑재가 확정되어 제품까지 공개됐고, 에이수스는 6월 3일에 자사의 고성능 라인업인 비보북 S 15 OLED 모델에 퀄컴 스냅드래곤X엘리트를 탑재한 제품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 더 많은 제조사와 판매처가 퀄컴 스냅드래곤X엘리트 기반 PC 판매에 나선다. 이날 발표에서만 HP, 삼성전자, 델 테크놀로지스, 레노버가 연달아 제품을 공개했는데, 더 많은 브랜드가 이를 지원할 예정인 만큼 AI PC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목전에 둔 퀄컴, 시장 가능성은?
퀄컴 스냅드래곤X엘리트는 그간 퀄컴에서 출시한 Arm 기반 PC와는 성향이 다르다. 이미 Arm 기반 PC의 성능과 가능성은 애플 실리콘을 통해 증명됐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적으로 보조한다. 또한 실험적으로 몇몇 제품만 출시했던 과거와 달리, 거의 모든 OEM 기업에서 스냅드래곤X엘리트 탑재 제품을 내는 것도 차이다.
퀄컴 오라이온 CPU를 탑재한 노트북은 오는 6월 18일 동시 출시된다 / 출처=퀄컴
관건은 경쟁 구도다. 그간 퀄컴이 경쟁해온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은 퀄컴과 겨룰만한 대상이 없었다. 브로드컴이나 미디어텍 등이 치고 올라오긴 했으나, 점유율 측면에서 겨룰 바가 못됐다. 하지만 노트북 프로세서 시장은 다르다. 이미 인텔이 십수 년 간 80~90% 점유율을 유지해 왔고, AMD 점유율도 20%에 가깝다. 게다가 경쟁 기업은 성능과 활용도를 꾸준히 증명한 반면, 퀄컴 스냅드래곤X엘리트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강력한 경쟁 구도 사이에서 퀄컴이 Arm 기반 PC라는 자신만의 영역을 일궈낼 수 있을지, 이제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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