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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法] 딜레마존 구간에서 운전자 주의의무에 대하여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4 22: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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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운전자들은 교차로 진입을 앞두고 신호가 황색으로 바뀌면서 멈추는 것이 곤란한 상황, 즉 딜레마존을 마주하며 고민에 빠집니다.

딜레마존은 녹색신호에서 황색신호로 바뀌었을 때 멈추려고 해도 정지선이나 교차로 직전에 멈추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계속 가려고 하면 적색신호로 완전히 바뀐 순간에도 교차로를 빠져나가지 못해 신호를 불가피하게 위반하게 되는 구간을 의미합니다.


출처=도로교통공단



도로교통시행규칙 별표2에서 황색신호의 뜻을 ‘정지선이 있거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 그 직전이나 교차로 직전에 정지해야 하며, 이미 교차로에 일부라도 진입한 경우에는 신속히 교차로 밖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규정이 딜레마존의 행동 요령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교차로 진입 바로 전에 황색신호로 바뀌어 교차로 직전에도 멈추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4월 12일, 딜레마존과 관련해 신호위반이 쟁점이 된 대법원 2024도1195 판결이 나와 주목받았습니다. 지난 2021년 7월, 부천 한 교차로에서 자동차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시속 20㎞ 초과해 주행하던 중 황색신호에 정지하지 않고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신호 위반한 오토바이와 충돌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운전자의 신호위반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차량과 정지선 사이의 거리가 차량 정지에 필요한 거리보다 짧아 급제동할 경우 교차로 내에 차가 멈춘다면, 교통사고가 날 위험이 있었으므로 신호위반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인천지방법원 2022노4780 판결)을 파기 환송하며, “교차로 진입 전 교차로 신호가 황색의 등화로 바뀐 이상, 차량의 정지거리가 정지선까지의 거리보다 길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피고인이 교차로 직전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대법원 판결을 “교차로 진입 직전 켜진 노란불, 안 멈췄다면 신호위반”, “차량이 교차로 중간에서 멈출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정지해야 한다”는 뉴스 제목으로 다소 확대해석하여 보도했고 시민들은 비난과 부정적인 의견을 대부분 피력했습니다.

물론 대법원 판결은 딜레마구간을 부정하다시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고, 극단적으로는 운전자에게 신호가 있는 교차로에서는 주행신호라 하더라도 황색신호로 바뀔 것까지 대비해 운전하라는 주의의무까지 부과한 것으로 볼 여지도 많습니다. 하지만 “차량의 정지거리가 정지선까지의 거리보다 길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교차로 직전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위반”이라는 일반론을 인정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딜레마존 구간과 관련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53094 판결의 입장도 소개합니다.

“딜레마존에서 정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재빠르게 통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최선’이란 일반적인 교통상황에서 정지 거리 등의 문제로 그 위반 차량이 교차로 내에 정차해 버리면 차량 흐름에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재빠른 통과가 최선이라는 의미이지, '어떠한 경우에도 그렇게 하여야만 하는 것'이라고까지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교차로 직전에 황색 등화로 바뀜으로써 어쩔 수 없이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은 자신이 이미 적시에 정지를 하지 못하여 신호위반 상태로 접어들었고, 그러한 상황에 빠진 이상 최선을 다하여 어떤 경우에도 사고를 회피할 수 있도록 제동, 조향 등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여야 하는 것이지, 다른 위험요소를 모두 무시하고 오로지 교통의 흐름만을 위하여 교차로를 재빠르게 통과하여야 하는 행동이 최우선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판결들뿐만 아니라 도로교통법 제1조는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교통안전을 우선합니다. 그리고 운전자의 주의의무도 교통안전을 위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출처=도로교통공단



이렇듯 위 판결들, 도로교통법 목적, 운전자의 주의의무는 운전자들에게 딜레마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따라서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뀔지 모르니 빨리 통과하자’는 생각과 ‘신호가 바뀔지 모르니 조심하자’는 생각 중에서 전자가 아닌 후자를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운전자는 신호가 있는 교차로에서는 신호가 바꾸기 마련이니 제한속도보다 감속운전, 악셀보다는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고 운전하는 안전운전 습관을 한 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딜레마존 사고 위험부담을 운전자들에게만 전가할 것이 아니라 딜레마존에서 어떻게 운전해야 할지 명확한 법 규정 마련과 함께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보행자 신호등에도 나타나는 잔존시간을 차량 신호등에도 표시하도록 시설물 개선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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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와 法]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부과의 문제점▶ [자동차와 法] 공공기관의 친환경차 의무구매제도 현황에 대하여▶ [자동차와 法] 자동차 튜닝…어디까지 합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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