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곱 번의 글에서 마인드테크를 살펴보았다. 글을 연재한 후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필자의 게으름 덕에 철 지난 주제가 된 건 아닐까 염려스럽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하여’
이번 글의 주제 또한 어렵다. 이전 글에서는 마인드테크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했다. 명상, 상담, 수면 그리고 마음의 상태인식을 위한 기술들이었다. 이런 기술과 서비스는 도대체 왜 필요할까? 성공, 성장, 건강 등의 키워드를 가진 다양한 답변이 가능하다. 이런 답변을 아우를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행복. 필자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꼽는다. 하지만 과연,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마인드테크가 이룰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해야할 일이 하나 있다. 우선은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인간 삶에서 항상 꿈꾸고 추구하는 주제 중 하나다. 수많은 종교와 철학자들이 고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행복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답이 없다. 개인을 둘러싼 시대적 환경, 종교 사상에 따라 행복의 정의도 다르다. 절대자의 뜻을 따르는 삶이 행복이라고 정의하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 고통과 욕망에서 벗어난 해탈을 행복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욕구를 충족시키는 쾌락을 행복이라 하기도 하고 덕을 따른 걸 행복이라 하는 이들도 있다.
행복에 대한 정의가 이렇게 다양한 이유는 행복이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다양한 환경과 문화, 가치관 속에서 살며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경험한다. 개인이 경험하는 삶은 제각각이며 느끼는 감정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당연히 정의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그래도, 억지로라도 정의해보자면 ‘철저히 주관적인 경험으로 이루어진 삶 속에서 만족하며 즐겁고 흐뭇하게 느끼는 상태’ 정도로 할 수 있겠다.
자기 이해를 위한 기술들
행복에 대한 정의가 너무 애매모호한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행복은 결국 개인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행복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개인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는 니체의 행복론에 관심이 간다.
니체는 행복을 개인의 힘과 자유로움을 통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이 자신만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이며, 일상적인 규범과 관습을 벗어나 자기만의 가치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자유와 행복의 시작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용기와 자기 혁명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래서, 니체를 따라 ‘당장 실천을 하자!’라고 마음을 먹었다고 상상해보자. 당황스러울 것이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하나도 알 수 없을 터다. 나 또한 그렇게 느낀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 우리가 살아왔던 생활, 교육, 사회 환경 자체가 개인의 개성과 자율성보다는 사회의 일원을 만드는 데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자신을 아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일은 어렵다.
니체의 말에 따라 행복해지고 싶다면, 나를 이해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를 알아야 자기를 바꾸며 자기의 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 아닌가.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관찰해야 한다. 관찰하면 자신의 현재 상태와 생각, 감정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좋아진다. 다시 말해, 메타인지 능력이 향상된다. 메타인지 능력은 삶 전반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문제,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친다. 메타인지 능력 향상을 위한 대표 활동에는 명상, 감정관찰, 글쓰기(일기), 시간표 쓰기, 새로운 지식 탐구하기 등이 있다. 마인드테크 대표 기술, 서비스 등이 바로 이런 주제들과 관련이 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명상 및 감정 일기 앱들이 대표적이다.
치유를 위한 기술들
그런데, 현재 내가 불안과 두려움에 잠식된 상태라면 자신을 알아가는 활동 따위는 의미가 없다. 이유도 없이 스트레스를 받고 두렵고 불안하다. 잠을 잘 수가 없다. 점점 더 우울해진다. 우울해지면 더 두렵고 불안해진다. 심리 문제 가중 사이클이다. 가중 사이클에 들어간 상태면 하루라도 빨리 사이클을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심리문제 가중 사이클을 벗어나는 기술들이 있다. 마음상태인식 기술, 상담테크, 수면테크가 대표적이다. 가중 사이클에 들어선 사람들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어떤 심리적인 문제에 잠식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문제에 잠식된 상태에서는 문제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에 한정된 시야로 상황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에서 떨어져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볼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럴 때 타인과 기술의 도움이 필요하다.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인지하고 알려주고 치유를 위한 최소한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와 기술이 필요하다. 수면과 마음의 상태를 개선하도록 돕는 기술도 필요하며 심리적 문제에 잠식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서비스도 필요하다. 지금 당장 깊은 우울에 빠진 이에게는 “괜찮니?”라는 말 한마디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나를 알아주는 당신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
티벳과 맞닿은 히말라야 산맥에 한때 국민행복 국가 1위인 부탄이 있다. 부탄은 인구 80만의 작은 나라다. 국민총행복지수라는 지표를 도입해 국민의 심리적 행복을 중시했던 이 나라의 유엔행복지수는 ‘19년 기준 95위다. ’20년 이후에는 아예 유엔 행복지수 명단에서 이름이 사라졌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였던 부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1.7%에 그친 연 평균 경제성장률, 30%에 육박하는 높은 청년 실업율 혹은 인터넷과 SNS 서비스를 통한 비교 등 다양한 원인을 꼽을 수 있겠다. 정확한 원인을 알기는 어렵지만 인터넷과 SNS 서비스로 삶을 비교하면서 행복지수가 낮아졌다는 주장도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과 SNS 서비스가 나오기 전에도 경제적으로 그리 충족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타인과 비교는 본능적이다.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겠나. 사람과 사람이 섞여 살며 서로 비교하는 세상에서는 에덴동산 같은 천국은 꿈꿀 수도 없을 터다.
결국 모두가 행복한 사회는 없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행복이란 개인 스스로 삶에 만족하며 즐겁고 흐뭇하게 느끼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만족하고 감사할 때 행복할 수 있으며 이런 행복의 순간이 늘어날수록 행복한 삶이 될 가능성이 높다.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점점 더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겠나. 점점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 마인드테크의 역할이다.
글 / 베러마인드 대표 최예신
대기업 임원 재직 중, 열흘 간의 묵언명상으로 인생 방향을 바꾼 사람. 명상 에세이 <방석위의 열흘> 저자, 세종대학교 빅데이터MBA 겸임교수, 명상심리상담사, 감정코치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