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중개소들 장기 보유자 매물 중개 가능해 '숨통']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주변 공인중개소 대표 A씨는 "반포주공1단지가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항을 적용 받으면서 중개를 단 1건도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부터 200만원 정도인 사무실 월임대료를 저축한 돈으로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건축 단지인 이 곳을 당장 떠날 계획은 없다. 지난 9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예외적으로 허용된 장기 실거주자 등 일부 조합원 매물의 거래를 기대해서다. 

재건축 단지 주변 중개소들이 사무실 이전에 따른 실익을 따지며 주판을 굴리고 있다. 재건축 단지는 투기의 진앙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 주로 분포해 있다.

3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3구 등 재건축 단지 밀집 지역 중개소들은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업황 악화에도 섣불리 일반 아파트 단지 주변으로 사무실 이전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도정법 개정안의 통과로 재건축 조합 설립 이후에도 장기 소유자의 조합원 지위는 양도 가능해졌기 때문. 

개정된 법은 내년 초부터 시행돼지만, 일부 재건축 단지 주변 중개소는 벌써부터 매물을 인터넷 포털에 등록하고 있다. 추후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매물을 미리 소개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은 10월 공포 이후 3개월 후인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장기소유자의 구체적인 요건은 시행령에서 정하는데 국토교통부는 해당 항목에 대해 '재건축 아파트를 10년 이상 소유했고, 5년 이상 실제 거주한 1주택자'로 결정할 전망이다.

재건축 단지 주변 중개소들은 사무실을 옮길 경우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매물을 중개해야 한다. 더욱이 중개소들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어떤 지역이든 발 디딜 틈 없이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연초 전국 개업공인중개사의 수는 9만7000명 수준이었지만 9월 말 기준 10만1000명에 달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사업 초기 단계의 재건축 단지 주변 중개소들은 사업 진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단지는 현재 추진위원회(토지 등 소유자 동의 50% 이상 필요)를 구성한 단계로, 조합(토지등 소유자 동의 75% 이상 필요) 설립 전이기 때문 지위 양도 금지 규정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조합이 설립되는 즉시 지위 양도 금지로 중개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은마아파트 주변 중개소 대표 B씨는 "고령에 수십 년 간 실거주한 이들이 많기 때문에 거래가 완전히 두절되진 않을 것"이라며 "재건축 아파트는 입주 완료 이후 3년까지 거래량이 절정이기 때문에 그 시점까지 어떻게든 버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거래 심리의 위축으로 인해 강남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거래가 활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건축 단지 주변 중개소들이 당장 이전하거나 문을 닫진 않겠지만 8·2 대책 시행 이후 반년 쯤 후인 내년 초까지 거래 가뭄이 이어지면 휴업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