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표정으로 돌계단에 고개 숙인 채 앉아있는 부연에게

누군가 천천히 다가온다.

욱이다.

[욱] 여기 있었네. 기다려도 안 와서 혼자 단향곡이라도 간 건가하고 찾으러 갈 뻔했잖아.

[부연] 거기 다녀왔어. 그래서 내가 누군지 알아 버렸어.

욱의 표정도 심각해진다.

먼발치에서 욱과 부연을 보던 율은 어두운 표정으로 몸을 돌려 자리를 뜬다.

취선루 일각.

[욱] 잃어버렸던 너의 기억이 떠올랐다는 거지?

[부연] 그래.

욱에게 등을 보이고 서있던 부연이 천천히 마주보고 선다.

[욱] 근데 왜 집에 안 오고 여기서 이러고 있었어. 기다리다가 안 와서 찾으러 나왔어.

[부연] 내가 기다린다고 했는데 미안하네. 근데 나 이제 너 못 기다려. 아주 중요한 기억을 찾았거든.

[욱] 미리 말해두는데, 잃어버렸던 너의 기억 속에서 네가 어떤 사람이었든 난 아무 상관없어. 무슨 기억이든 다 괜찮다는 거야.

[부연] 난 괜찮지 않아. 

[부연] 내가 찾은 기억 속에 아주 많이 좋아한 사람이 있었거든.

[욱] 넌 정말, 꾸준히 전혀 예상 못할 얘기로 사람을 당황시킨다. 그런데?

[부연] 근데 그 사람이 날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해.

[욱] 그래? 그럼 알아볼 수 있게 얘기해 주지 그랬어.

[부연] 그럴 수가 없어. 내가 그 사람한테 너무 큰 상처를 줘서 얘기할 수도 없고 옆에 갈 수도 없어. 도저히 미안해서 네 옆에 있을 수가 없어. 난 진요원으로 갈게.

[욱] 잠깐만 잠깐만. 아니, 이러고 그냥 간다고? 기다린다고 해 놓고 나가더니 갑자기 다른 사람이 떠올라서 그냥 간다고? 그럼 나는 ‘어 그렇구나. 그 사람이랑 잘해봐라’ 뭐 이러라는 거야? 아니지, 알아보지도 못하고 갈 수도 없다며.

[부연] 내가 정말...많이 좋아했었다. 사실 내가 더 많이 좋아했었는데 한 번도 제대로 말해 주지 못했어...

욱이 할 말을 잃은 듯 부연을 멍하게 바라본다.

슬픈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던 부연은 애써 감정을 추스르고 욱을 응시한다.

[부연] 장욱, 넌 이제 불을 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약속대로 간다는 나를 놓으면 돼.

기막힌 심정으로 부연을 보던 욱의 손에서 점점 힘이 빠지더니 잡고 있던 부연의 손목을 놓는다.

[부연] 미안해...

부연은 몸을 돌려 그대로 떠나고

욱은 그 자리에 멍하게 서 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동자가 허망하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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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늘은 8화 화면해설 들고 왔어!

이 장면은 본방 보면서 부연이랑 같이 울었던 장면이지ㅠㅠㅠ

마음이 넘 아픈 장면이었어...

이 다음은 '따뜻하게 쉴 수 있게 해줄게' 씬 가져올게! 

다들 좋은 밤 보내고 푹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