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압) 어머니와 함께하는 일본 여행 (도쿄편)
작년 이맘 때 즈음 저는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했습니다.
훌륭한 의사분들의 도움 덕에 다시 세상에 각혈하며 눈을 뜨게 되었지만,
에크모를 동원 할 정도로 큰 수술이었기에 젊은 나이에도 회복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시간은 많은 일을 해결해주며, 어느덧 스스로 인지할 정도의 건강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죽음 또한 값진 경험이라면 그 속에서 얻은 짧은 혜안은 바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함께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떠난 여행을 이곳에 적어봅니다.
어릴 적부터 디시인사이드를 하면서 얻은 잡지식 덕분에 삶이 여러모로 윤택했었기에,
저의 잡지식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본래 기록을 하는 성격은 아니기에 글이 서툴지만(참 사진도 서툽니다),
앞으로 일본 여행을 계획 하시는 분들이나,
따분한 일과에 지친 분들에게 심심풀이가 되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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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다고 누누히 저에게 말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극성 기분파로 살아온 저는 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행은 즉흥이여야 하고 사건 사고의 연속을 통해 완성된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런 여행 속에서는 희노애락이 파도처럼 몰아치기에 시간이 지나 회상하면 흔히들 말하는 '인생 여행'으로 기억됩니다.
아마존의 샤먼을 만나고 싶어 베낭하나 덜렁 매고서 홀로 오지로 걸어 들어가던 추억도,
생에 첫 이별을 경험한 후 웃음을 되찾고 싶어 대책없이 자전거 여행을 떠나던 추억도 저에겐 인생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저에게 다른 의미로의 '인생 여행'의 뜻을 알려줍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그 여행이 그 사람의 '인생 여행'이 될 수도 있지요.
그렇게 만들어진 경험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통해 계속 상기되며 유기적으로 삶의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믿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여행을 가시더라도 여행사를 통해 떠나는 단체 여행을 하셨지요.
더 연로해지셔서 여행 그 자체가 힘들어지는 순간이 오기 전에 자유 여행의 즐거움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과거에 이런 사실을 알려준 그 사람의 말대로 여행을 계획하는 일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어머니는 이곳에 가면 좋아하실까 저곳에 가면 또 어떨까 구글 지도를 뒤져가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여행 당일이 되었습니다.
준비 과정은 여행을 떠날 여러분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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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출국장을 나오고서 우리는 7박 8일 간의 여정 동안 발이 되어줄 렌트카 차량을 픽업하기 위해 NIPPON RENT CAR 부스로 향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음악, 영화를 좋아하던 저는 어느 순간부터 기본적인 회화가 가능한 일본어를 구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자는 문외한이기에 읽고 쓰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짧은 일본어지만 업체 측에 직접 전화를 걸어 어머니를 위한 여행이니 깨끗한 차량을 부탁한다는 코멘트를 남겼었는데,
감사하게도 150km도 채 운행되지 않은 완벽한 신차 컨디션의 차량을 배정 해 주었습니다.
<한국에서 타고 다니는 투싼의 미니미 버전같은 혼다社의 FIT 모델>
차량 인수 후 처음으로 우핸들 운전석에 앉아봅니다.
아뿔싸 이거 가능하려나... 하는 생각도 잠시 예약해둔 저녁 식사가 떠오르며 용기를 냅니다.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와이퍼가 작동합니다.
차량 네비는 생각보다 정교하지 않고 운행 중 변경이 불가합니다.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는 헤프닝이 있고서 10여분이 지나니 운전에 점점 감을 잡아갑니다.
도쿄로 가는 길은 1시간 30분이 남았다고 뜨네요.
숙소에 짐을 풀고 밥먹으러 가야지 하며 자신감이 붙은 채 블루투스로 노래를 틀어봅니다.
"인간은 사랑없이 살 순 없단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자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달리다보니 어느덧 도쿄입니다. 그런데 네비의 도착 시간은 계속해서 늘어만 갑니다.
퇴근 시간이 겹쳐서 그런가보다 하며 계획을 변경해 바로 식사를 하러 이동합니다.
첫 일정의 저녁 식사는 도쿄 히에 신사 인근의 야마노차야(山の茶屋)입니다.
제대로 된 일본식 장어 요리를 먹어보고 싶었기에 호기롭게 코스 메뉴로 예약을 했습니다.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습니다.
실내를 찍은 사진은 없어 유감이지만, 아주 오래된 고택으로 운영되는 식당입니다.
첫 일품은 장어 뼈 튀김이었으나 그다지 취향에는 맞지 않아 남겨둔채 장어 내장 구이 꼬치를 맞이합니다.
우와 맛있다! 하며 어린아이 같은 감탄사가 나오는 맛입니다.
그 후에는 타래를 바르지 않은 장어 구이 한점이 따라 나옵니다.
정중하게 시간을 들여 구운 장어의 부드러운 살이 입안에서 녹습니다.
저는 운전 때문에 마시지 않고 어머니는 맥주 한잔을 들이킵니다.
이어서 나온 장어 경단과 고추 튀김 요리.
정원이 보이는 창 너머 고즈넉한 분위기를 음미하며 다음 요리를 기다립니다.
오이를 초절임한 것과 장어구이 그리고 계란 지단이라는 단촐한 구성이지만 이 메뉴는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재료와 장인의 고집이 만들어낸 일품 그 자체였습니다.
입안을 가득채우는 복잡한 풍미를 느끼다보니 어째서인지 한숨이 나옵니다.
그만큼 맛있었지요.
그리고 얼마 후 나온 통실통실한 메인 장어 요리입니다.
절묘한 간과 굽기로 요리된 장어는 입안에서 솜사탕처럼 녹아 사라집니다.
사실 도쿄로 오는 길에 두어번 휴게소에 들려 만두며 과자며 이것저것 사먹었던 탓에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이 밥이 지금까지 먹어본 어느 밥보다 맛있어서 꽤나 과식을 했습니다.
필요하면 더 떠내 먹으라며 담아둔 밥.
배가 불러 남기고 온 밥이 괜시리 생각납니다.
식사 후엔 간단한 차와 과일을 주셔서 입가심을 하였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의 긴 식사였지만, 정신없던 입국의 스트레스를 잊을 만큼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되어 좋았습니다.
식사 후에는 인근의 히에 신사로 올라가 구경을 하고서 숙소로 이동합니다.
도착하니 어느덧 오후 9시가 넘어 짐을 풀고서 목욕을 했습니다.
차량으로 도쿄 일정을 여행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소테츠 프레사 인 도쿄 라는 비지니스 호텔을 추천합니다.
대부분의 도쿄의 가성비 호텔들은 주차장이 없거나 타워주차장의 형식이지만, 이곳은 주차 부지가 호텔 뒤편에 넓게 되어있습니다.
또한 숙박 확정 이후 차량 주차를 희망한다는 코멘트만 남겨두면 숙박 기간동안 1일 1500엔에 자유로운 입출차가 가능합니다.
첫째 날은 이렇게 마무리가 됩니다.
<둘째 날>
둘째 날은 츠키지 시장과 팀랩 도쿄의 전시 관람이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오전에 시간이 여유로와 차량도 있겠다 오모테산도로 이동하여 츠타야 서점을 방문합니다.
저는 본래 디자인을 업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색을 사랑해야 하는 업임에도 어째서인지 항상 검정과 회색을 좋아했는데 최근에 들어서는 이런 자연색과 가까운 색에 시선이 계속해서 꽂힙니다.
차분한 색상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고혹적입니다.
아직 이른 오전임에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츠타야 서점.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아 아이들의 소리가 많았습니다.
바삭바삭 넘어가는 책 소리와 왠지 볼륨이 많이 낮은 일본 아이들의 목소리(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문화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쁜 또각또각 구두소리, 밝은 햇살에 비치는 책 냄새 등 오감이 만족스러운 공간입니다.
왜 츠타야와 같은 공간이 한국에는 없을까 생각해보자니 이곳 사람이 아닌지라 한계가 있습니다.
곧이어 츠타야 서점 사이사이에 가판이 서서히 깔리더니 조그마한 장터가 열렸습니다.
오래된 서적을 파는 노인도 있고, 사진과 같은 오리지널 동화책을 그려내 홍보하는 젊은 작가도 있었습니다.
저 캐릭터... 왠지 어릴 적에 티비로 보았던 공항에서 비행기를 씹어먹던 괴물이 나오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제목은 모르지만 분명 지금 다시 보면 그 때 처럼 무섭거나 재밌지는 않겠지요.
츠타야 건물에 함께하는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조식을 먹습니다.
아무튼 짧은 일본어로 단어가 생각이 안나 뜸들이는 타이밍이 많지만, 차분히 기다려주는 점원 덕에 복잡한 주문도 해냅니다.
식사를 하고서는 오모테산도 인근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조용한 거리를 따라가다보니 젊고 감각적인 공간이 계속해서 나타납니다.
10년 즈음도 더 된 과거에 오모테산도를 처음 방문하고 느꼇던 신선함은 아직도 여전합니다.
날씨도 좋은지라 계속해서 걷게 됩니다.
그만큼 모자간의 대화도 싹이 트고 시덥잖은 이야기로 시작해 가끔 진지해질 때도 있지만 행복합니다.
착즙 주스도 사먹고... 군것질도 해가며...
걷다보니 어느덧 편집샵이 많은 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앞서 디자인을 한다고 했었는데 저는 옷을 디자인 했었습니다.
많은 소재중에서 데님과 가죽을 가장 좋아했는데 이유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아름다워 진다는 것.
패션은 업으로 삼으면서도 여러모로 의아한 부분이 많은 장르입니다.
결국 잊혀지고 버려지고 남루하는 원단 덩어리들을 보면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착용자의 버릇과 생활에 맞춰 유연하게 변해가는 일부 원단들을 보면서 일말의 해답을 찾곤 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옷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이번에 여행하며 아직도 멋진 원단과 공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설레는 저를 발견합니다.
이 지역 인근에서는 한국 분들도 보입니다.
친구분들과 함께 쇼핑을 하러 오신 젊은 멋쟁이들을 뒤로 한채 슬슬 점심 시간이 가까워져 츠키지 시장으로 이동합니다.
츠키지 시장은 처음인데 참 일본답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소분해서 판매하는 식자재들은 구입하기도 요리하기도 좋아보입니다.
이곳 저곳 둘러보며 시식도 해보고 즐겁습니다.
성게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덮밥집을 가려했는데 대기열이 많아 예약을 걸어두고 근처의 계란말이집에서 군것질을 했습니다.
포근한 느낌의 식감이 인상적인 계란말이였어요.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조개구이나 먹어보자며 야외 노포를 찾아갑니다.
가리비같아 보이는 녀석으로 고르고 맥주도 한캔 집어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간만에 느껴보는 노포 포장마차의 느낌이었네요.
이후 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안내를 받습니다.
들어가니 한눈에 봐도 신선한 횟감을 작업하는 요리사가 보입니다.
꽤나 가격대가 있는 편의 식당이었는데도 가게 안은 만원입니다.
주인공인 우니(+연어알&참치)덮밥
한국에선 좀처럼 성게를 이렇게 먹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성게를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칭찬 일색으로 식사를 마칩니다.
가격은 안착함
그 후 츠키지 시장에서 다리를 건너 팁랩도쿄의 전시장으로 향합니다.
전시 시간에 잘 맞춰 도착하니 긴 기다림 없이 입장이 시작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체험 예술의 강점은 어찌됫든 구현하는 노하우만 완성된다면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프로그램을 전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은 오감을 자극하여 단순히 바라보는 기존의 예술과는 천차만별의 감동을 선사할 수 있지요.
곧 안내에 따라 맨발이 되고서는 기대를 품고 전시장에 들어갑니다.
뒤엉키고, 넘어지고, 뒹굴고,
빛에 사로잡혔다가,
영원을 체험하고,
타인과 뒤섞이기 시작합니다.
온전함을 경험하기도 하며,
내가 모르던 나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색이란게 이렇게 아름다웠나 싶다가도,
예상한 것 보다 전시 공간이 거대해서 압도당하는 기분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름다움은 가끔 객관과 주관을 초월하는 힘을 지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즐겁습니다.
본질을 날카롭게 파악한 디렉터의 안목이 돋보입니다.
생명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팀랩 구성원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한 전시였습니다.
어머니도 이런 전시는 처음이었다며 만족하시네요.
이제 전시로 붕뜬 가슴을 내려앉히기 위한 식사를 하러 갈 시간입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츠키시마 몬자야끼 거리에 왔습니다.
몬자야끼...
오코노미야끼와 타코야끼는 먹어봤지만 이게 뭔가 주문 후에 네이버로 찾아보니 관동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합니다.
처음 서빙되는 모습은 오코노미야끼와 비슷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급격히 다른 형태의 음식으로 변해갑니다.
이것이 완성된 몬자야끼의 모습.
관서 지역에서는 이 괴랄한 외관을 토에 빗대어 게로야끼라고 놀리곤 한답니다.
과연 맛은 어떨까요?
생각한 것 보다 맛있습니다!
조금 더 건강한 느낌으로 식재료의 맛이 더 잘 느껴지는 철판 요리였습니다.
조그마한 뒤집개 같은 포크로 콕 찍어 먹으니 여행 온 기분도 맘껏 살아나며 즐거운 식사를 했습니다.
가볍게 배를 채우고서 인근에서 유명한 메론빵을 하나 사들고 숙소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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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함께하는 여행 중 도쿄에서의 이틀 간의 일정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하여도 카메라를 다루는게 서툴어 사진을 잘 찍지 못했지만,
이후 떠나는 지역에서는 스스로도 마음에 드는 멋진 사진도 많이 찍게 되었답니다.
여행도 사진도 인생도 역시 계획과 연습을 통해 숙달되는 것인가 봅니다.
기록 또한 서툴지만 나아질거라 믿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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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압) 어머니와 함께하는 일본 여행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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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토키 산에서의 즐거운 등산 이후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를 몰고 후지산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하코네 지역을 떠나 고텐바 지역으로 들어가는 길목 즈음에는 토라야 공방(とらや工房)이라는 화과자 집이 있습니다.
도라야끼와 모찌, 모나카와 같은 전통적인 일본 화과자를 아주 심플하고 맛있게 만드는 곳입니다.
토라야 공방에 잠시 들려 다양한 화과자를 사들고 나와 도라야끼를 하나씩 입에 물고서 다음 목적지로 계속해서 이동합니다.
다음 목적지로 도착한 곳은 후지산 인근의 오시노 핫카이(忍野八海)입니다.
후지산의 만년설이 녹아 내려온 물이 마을의 8개의 연못을 채운다고 합니다.
물이 너무 맑아 수심이 8m 가량 되는 꽤나 깊은 연못에서도 바닥에 떨어진 동전이 보일 정도입니다.
맑은 물로 손도 씻고 산책하며 연못들을 하나 둘 둘러봅니다.
물이 정말 맑습니다.
물소리를 들으면서 산책길을 걷다 보니 슬슬 추워집니다.
인파도 점점 많아져서 차량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주차장을 향해 걷다 보니 민가에서 익숙한 풍경이 보입니다.
어릴 적 상주에 계시는 할아버지 댁에서 방학을 보낼 때에 항상 저렇게 매달려 있는 감들을 보곤 했었지요.
괜스레 추억에 잠기는 기분입니다.
실제로 경험한 오시노핫카이는 전형적인 버스투어의 경유지가 된 명승지의 모습입니다.
중국과 필리핀 관광객들이 많았고, 인근의 점포들 또한 우리가 흔히 해외 단체 투어를 하면 마주하게 되는 그것과 비슷합니다.
아주 맑은 물 외엔 딱히 볼 게 없어서 추천할 만한 장소는 아닌 듯합니다.
후지산 인근의 카와구치 호(河口湖) 주변의 카스이테이 오오야(花水庭おおや)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풉니다.
어머니는 아침부터 산도 오르고 이러저러 걸음이 많아지니 피곤하다며 쉬겠다고 하십니다.
다행히 이번 호텔에도 온천이 있어 어머니는 온천욕을 하시고 쉬시는 것으로 하고,
저는 혼자서 후지큐 놀이공원으로 이동합니다.
사고가 있기 전엔 꽤나 강심장이어서 이것저것 위험한 일도 자처해서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이런 놀이 기구를 타는 것도 걱정이 됩니다.
시간이 애매하게 늦어져서 딱 한 개만 타볼 수 있을 것 같아 줄곧 타보고 싶었던 후지야마라는 롤러코스터를 타보기로 합니다.
후지야마 티켓을 산 뒤 줄을 서있으니 영어와 일본어로 안내 음성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심장질환자는 탑승을 자제하기를 권한다는 말이 계속해서 들리니 점점 초조해집니다.
사실 군대를 특전병으로 다녀왔기에 낙하산도 타봤는데 이 정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대기열에 섰지만,
사고 이후로 심박이 무리하게 올라가는 일은 해 본적이 없습니다.
30분 이상 인파에 둘러져 줄을 서 있으며 몇 번이고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이 정도도 못하면 앞으로 남은 인생도 계속해서 타협해서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탑승해 보기로 마음을 굳힙니다.
그래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무서운 놀이 기구 + 건강 이상에 대한 공포심이 더해져 극한의 롤러코스터 체험이 될 것 같아 은근히 기대도 커져갑니다.
결론적으로는 아주 재밌게 타고 왔습니다.
아무 이상 없이 잘 버텨준 심장이 대견하네요, 열심히 재활한 보람이 있습니다.
이런 위험한 놀이 기구를 탈 일은 앞으로는 없을 것 같지만,
이번 경험은 스스로에게 꽤나 많은 용기를 심어주는 일이었습니다.
안되면 되게 하라! ㅎㅎ
그 후 숙소로 돌아와 온천을 하고서 어머니와 인근의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고 잠이 듭니다.
다음 날은 날이 밝아오기 이전에 일어나 어머니와 새벽 온천을 즐기고서,
후지산과 일출을 구경하기 위해 숙소 맞은편의 카와구치 호로 이동합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지어 후지산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듭니다.
후지산은 실제로 보면 정말로 영험하다는 느낌을 주는 산이었습니다.
후지산이 점점 떠오르는 해로 인해 붉어져 갑니다.
건강할 때에 몇 번이고 가봤던 지리산 천왕봉도 높다 높다 했었는데,
실제로 이렇게나 높은 산이 시야를 가득 채우니 오르고 싶다는 열망조차 없습니다.
그저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하게 됩니다.
사진보다 실제로 보는 게 훨씬 아름다웠습니다.
이제 차량으로 호수 외곽을 둘러 이동하며 후지산의 이모저모를 구경합니다.
서리에 얼어붙은 나뭇잎,
새벽 공기가 매우 춥습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 스폿을 발견하여 잠시 멈춰 서서 카메라를 듭니다.
기념사진도 어머니와 서로 찍어주며 착실히 남깁니다.
차가운 공기 때문인지 호수는 운무를 형성합니다.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지만 조금씩 호수를 이동할 때마다 환경이 바뀌어가는 점도 재밌습니다.
해가 충분히 올라온 아침이 되니 낚시를 놓으시는 분들도 호수에 나타납니다.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풍경이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여행하다 보면 어디 이런 풍경이 어디 없나 살펴보게 되는데,
막상 찾자면 없고 갑자기 나타나는 찰나의 순간은 사진으로 담기엔 어렵습니다.
그래도 어찌저찌 담아내면 순간은 사진 안에서 영속성을 지니게 돼지요.
그 후 어머니와 저는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도쿄로 이동합니다.
도쿄에서는 못다 한 쇼핑을 마무리 짓고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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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처음 글을 올리게 된 이유는 단순히 디시를 통해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유용한 잡지식을 얻었고,
그게 제 삶을 여러모로 윤택하게 하였기에 제가 경험한 잡지식 또한 공유해 보자 하는 취지였습니다.
그래도 기억을 되살피며 글을 적는 행위를 하고 나니 순간으로 끝나는 단편의 기억들이,
장편의 에피소드로 완성되어, 언제고 돌이켜보기 쉬운 기록이 된 것 같습니다.
결국은 저에게도 득이 되는 좋은 경험이었네요.
댓글들은 하나하나 다 읽어보았습니다.
응원의 메시지들은 모두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잘 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악플들은 마음이 아프지만 디시인사이드의 특성이기도 하기에 이 또한 겸허히 받아들이고 배울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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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FUJI X-pro 3
출처: 디지털 사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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