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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늇 며칠전 이야기모바일에서 작성

걸갤러(106.101) 2024.09.04 22:15:31
조회 196 추천 0 댓글 0


"잘.... 지냈냐구요....?"
"....."
" 글쎄요, 저는......"

혜인은 민희진의 간단한 안부인사에 머라고 대답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나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그럴듯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대답보다 울컥하는 마음이 먼저 새어나왔다.

"크흑.....!"
"혜 혜인아.. ...!"

혜인이 울음을 참으며, 그간의 소회를 고백했다.

"잘.... 못 지냈던 것 같아요....."

혜인은 한참이나 울먹이며, 아주 많은 이야기를 했다.

민희진 대표의 해임, 그리고 잠수이후  뉴진스 스태프가 하이브파와 반하이브파로 나뉘었다는것.

신어도어에 남을지, 민희진 전 대표를 따라갈지를 두고서 싸우는 스태프간의 갈등 탓에,

멤버들 역시 싸움에 휘말려 마음고생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것.

핵심 인력의 부재로 마비되어버린 어도어 탓에, 정규앨범도 불투명해지고 ,

향후 활동일정도 텅 비어버려서, 뉴진스 멤버들도 서서히 연습실에 얼굴을 비추지 않고 각자의 개인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것.....

이 모든 사정을 청취한 민희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랬구나....."

"......."

"많이, 힘들었겠어."

혜인은 그말을 위로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혜인의 귀에, 민희진의 '그랬구나'는 끔찍하기 짝이 없는 기만으로 들렸다.

원통함을 참지 못한 혜인이, 결국 분통을 터뜨렸다.

"힘들었겠냐구요?"
"............"
"그게 전부에요? 대표님?"

뉴진스의 귀염둥이 막내 혜인

혹은 문학초등학교 중퇴 16살 이혜인.

이 어린 소녀는 지난 몇 개월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 원흉을 마주한 지금, 울분은 막힌 둑이 무너진 것처럼 흘러나왔다.

"전부 대표님때문이자나요! 멤버들끼리 서먹해진것도, 정규앨범 무산된것도, 반희진 날아간것도, 포닝 라이브 막힌것도 전부다!"

"......"

"대표님이 자기욕심때문에 그러지만 않았다면...  그냥 그자리에 앉아만 계셨으면 되는거잖아요!  제가 사정을 모를줄 아세요?

물론 대표직을 뺏긴것도, 말도안되는 프로듀싱계약도 힘드셨겠죠. 그런데 이사자리는 지키셨자나요. 주식 나중에 팔면 되자나요.

그럼 그냥 일반이사로, 능력있는 프로듀서로서, 그냥 옛날처럼 대퓨님 해주시면 안되는거였어요? 예?"

혜인은 흘러나오는 눈물을 소매로 벅벅 닦아내면서도, 끝까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참았던 말들이었다.

결국 그 말들을 전부 쏟아내고서야, 혜인은 겨우 말을 멈추고 숨을 쉴 수 있었다.

"아니면, 잠수하실때 하시더라도, 마리알도 해주시던가...."

"........."

"그것도 안 되면, 그냥, 미안하다고, 한 마디만 해주시지, 대체 왜 ......."

".............."

"대표님, 그냥... 이제라도 돌아오면 안되요?"

혜인의 정신력은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혜인은 오열하며 테이블 위로 무너졌다.

울음때문에 숨이 쉬어지지 않아, 혜인이는 한참이나 고통에 떨었다.

그때.

"혜인아"

민희진은 혜인이를 조심스레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건 안 되"

"네...?"

"내가 회사에 남는것도, 떠날때 떠나더라도 작별인사나 남기는 것도, 전부 불가능한 일이었어.

이제와서 어도어에 돌아가는것도 그렇지. 안되는 건 안 되는거야."

이혜인의 뇌가 잠시 정지했다.

옆에서 보던 전부대표와 민지의 두뇌도 잠시 정지했다.

그나마 심적인 여유가 있던 부대표가 민희진이 싸이코패스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즈음.

그가 말을 이어갔다.

"물론 지금이라도 너한테 미안하다고 그렇게 좋은말로 사과할 수 잇겠지. 하지만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니?

이미 모든일은 일어나 버렸는데."

민희진 전대표는 자신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혜인이를 똑바로 응시했다.

"난 변명할 생각 없다. 너희가 곤경을 겪을 줄 알면서도 이런 일을 저지른게 맞고,  내가 어도어에서 하던일이 새어나갈까봐

너희에게 아무 말도 안 해주었던게 사실이야."

"......그럼-"

"하지만 단 하나. 변명하고 싶은게 있어. 내가 이런일을 했던건, 내 욕심 때문이 맞지만, 그욕심은 돈과 권력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단다, 혜인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민희진 전대표의 표정이 너무나도 진지했기 때문에, 혜인이는 그를 타박하는 대신에 이렇게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예술이요?"

"그래, 예술"

민희진이 의자에 몸을 기대며 잠시 천정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인공눈물을 더듬거리다가, 이내 포기하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혜인아, 나한테도 예술이라는게 있다."

"....."

"그 예술은 너희가 생각하는 예술이랑은 좀 달라. 춤이나 노래 따위가 아니라, 일종의... 경영철학이라도 볼 수 있겠다."

민희진은 사업가이자, 총괄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예술관을 고백했다.

"내가 이바닥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았을때만 해도, 아이돌은 사람이 아니라 일종의 도구취급을 받았어, 돈 벌어오는 도구....."

"내가 그 처지를 더 낫게 바꾸었다고 한적은 없어. 그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본질적으로 아이돌은 여전히 회사의 입장에서는

돈 벌어오는 도구니까. 내가 소속 아티스트들의 예술적인 가치관을 존중했다면, 컨셉이니 머니 하는 소리를 밀어붙였겠니? 아니면,

잘 나가는 그룹 컨셉을 베껴서 써먹자고 공공연하게 말했겠니. 나도 결국엔 똑같은 사람이야. 사람팔아서 돈버는 사업가......"

혜인이는 맹세코, 민희진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근데 말이야."

"........."

"거기에도 정도가 있는거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도 그녀는 진실되어 보였다

"너희들 눈엔 멀쩡한 대표이사였던 내가 그냥 이사로 바뀌어 보인 게 전부일지도 모르겠지만, 본사가 이사를 전부 교체하고부터의

어도어는 그 이전과 완전히 다른 회사였단다. 대표이사는 여전히 나였지만,  실질적으로 어도어의 방침을 결정하는건 하이브에서

꽃아넣은 이사회였어"

"......."

"민희진은 착하고, 하이브는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야. 혜인아. 나나 그놈들이나 본질적으로는 똑같아. 다만 상황이 선악을

거를뿐이지....."

민희진은 마른 눈을 깜박이며  괴로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혜인아, 듣기 쉽게 설명해줄게. 원래 어도어는 나 민희진과, 이사들과, 실무진인 프로듀서, 뮤비감독, 작곡가들이 아웅다웅 싸워대면서

의견을 결정하는 회사였단다. 가끔은 본사에서도 이런저런 간섭을 했고 말이야."

"네......"

"그런데 본사가 르세라핌 Easy을 내고서부터는, 그런 협의와 토론의 과정이 완전히 없어졌어. 하이브는 자기들끼리만 대화를 했단다.

이사회로 제기되는 안건이라고는, 전부, 본사에서 내려오는 지령 뿐이였지......"

민희진은 바로 그 '본사에서 내려오는 지령'이 무었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입에 담지 않았다.

부대표가 아는것만으로도 탈세,은폐,강제 동원, 복귀시기 변경, CF 교체요구, 물적분할을 통한 주주 기만, 정치권의 요구에 따른 다큐참여 등등...

어린 아이가 알기에는 너무나도 지저분한 것들이었다.

"...... 오직 누군가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회사에서는, 결국 모두가 누군가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뿐이란다."

"......"

"혜인아, 나는 거창한 예술을 하려는게 아니란다. 나는 그냥....."

민희진의 예술이란, 아주 소박한 것이었다.

"내 집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야....."

민희진에게는 가정이 없다.

40넘었지만 결혼도 안했고 . 하려 하지도 않았다.

홀로 남은 그녀에게 어도어는 마지막으로 남은 집이었다.

그리고 같은 집에 사는 이들을, 사람들은 흔히 '가족' 이라고 부른다

"내가 완벽한 사장이었다고는 차마 못 하겠다. 직원들이랑 너희들에게 몹쓸말을 한것도 한두번이 아니니까.

춤한번 춰보지 않고 노래한번 부르지 못한 놈이 대표랍시고 평가질을 해대기도 했고, 직원들한테는 일이 잘 안풀릴 때마다 신경질도 부리고..

그랬다"

"대표님......."

"그런데, 혜인아. 내가 한 가지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어도어는 내 모든 것이었어. 직원들한테도, 너희 뉴진스에게도, 한번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어. 그런 회사가 망가지는 꼴을 도저히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었어."

지금에 와서야, 민희진은 처음으로 사과했다.

"미안하다. 혜인아."

그러나 그 사과는 , 혜인이가 원하는 방향의 사과가 아니었다.

"회사로 돌아갈 순 없어. 나도 내 예술을 포기할순 없어. 지금의 어도어는 어도어가 아니야."

그 단호한 선언을 들은 이혜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혜인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길게기른 생머리가 맥없이 늘어지며 시야를 가렸다.

그때, 이혜인은 자신의 손을 붙잡는 따스한 감촉을 느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민희진 전대표가 결연한 표정으로 혜인이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대표님?"

"혜인아,"

전 대표가 말했다.

자신이 만든 아이돌에게.

"총괄 프로듀서로 한 가지만 약속하마. 지금 당장은 무리지만, 언젠가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난 이후에는.... 어도어로 반드시 돌아갈게."

"......정말요?"

"그래. 반드시 회사로 돌아가서, 못한 일본투어도 다니고, 정규컴백앨범도 꼭 내고, 지금못한것들.... 꼭 다시 시작해보자."

혜인이는 그렇게 자신에게 약속하는 민희진을 멍하니 처다보았다.

그리고 어느샌가 가까이 다가온 전 부대표와 신우석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

"..."

전 부대표에게 민희진대표는 자주 만나는 높으신 분에 불과했다. 방송노출을 좋아하는 괴인이었고. 사내복지는 훌륭한데 가끔은

음흉한 모습도 있는 사업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지금 민희진이 보여준 마음에선 나 역시도 어떠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 아름다움음 밖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라 삶에

내재된 아름다움이었고, 어떤인간이 굳게 품고있는 신념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들은 신우석감독의 감상은 조금 달랐다.

신우석이 바라보는 민희진이란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그녀는 디렉터로서 이쪽에서 세 손가락안에 들어갈만한 거물이며, 동시에 십수년동안 아이돌판과 같이 호흡한 그동안의 역사 그 자체

이기도 했다. 그녀는 언제나 '인물' 이라기보다는  '현상' 이나 '사건' 에 가까운 자연재해였고, 돌판을 뒤덮는 태풍에 도망 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도리어 그런 태풍을 일으키는 용의주도한 모략가였다.

그러므로 신우석은 이 무시무시한 괴물이 천사의 탈을 쓰고서 또다시 어리숙한 아이를 세뇌하는구나- 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신우석은 민희진 앞에서는 크게 감명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기나긴 논변은 그의 마음을 별로 움직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혜인에게 '민희진'이란.....

- 거기 너, 아이돌을 해보지 않을래?
- 자랑스럽다! 우리 뉴진스!
- 애들아 우리 초동앨범 백만장 넘었어! 아직 이틀이나 남았는데!
- 괜찮어 잘 안팔린게 아니야. 저번앨범이 너무 잘나간거야. 다음에 하면 되자나! 응? 울지말고... 뚝!

민희진이 뉴진스라는 집의 가장이었다면, 혜인은 그의 딸이었다.

민희진은 '인간' 이혜인의 어머니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뉴진스막내' 혜인이의 어머니였다.

그러므로, 혜인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 알았어요. 믿을게요."

혜인이는 이 약속을 믿는 것 말고는 별다른 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를 믿는것처럼 보였다.

그러니, 이러한 당부 역시도, 혜인이는 진심을 담은듯 말했다.

"그러니까, 꼭, 약속 지키셔야 해요......."

그 진심이 무언가를 바꿀꺼라 믿는거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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