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은 SM의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다가 SM에서 영향력이 커질수록 악평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그런데 그 악평이 그녀의 인지도에 명백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잡지 스타일의 오려 붙이기 디자인이라면 지긋지긋한 만큼 제일 먼저 민희진이 떠오르게 되었고, 파스텔톤의 몽환적 분위기도 지겹고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는 것과 별개로 민희진이 떠오르게 되었죠.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 민희진의 이름이 계속해서 오고 갑니다. 그때마다 민희진은 자의식 과잉에 사로잡히고 바이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을 겁니다.

여기에 아이즈원의 팬도 없진 않은 걸로 아는데, 아이즈원의 컨셉 화보 중 하나도 가을을 배경으로 몽환적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이유만으로 민희진 느낌 난다는 얘기를 들었을 겁니다. 잡지 스타일이든 파스텔톤이든 민희진이 먼저 시도한 것조차 아니지만, 민희진이 지겹고 퀄리티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줄창 사용하니까 그녀의 아이덴티티가 된 꼴이죠. 아마 이렇게 쌓인 악평에 의한 명성이 페미니즘과 맞물려서 페미니스트들의 워너비가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방시혁도 여기에 낚인 거고요.

르세라핌의 데뷔 컨셉이 어른스러운 섹시함이었음에도 크게 비난을 받은 것과 다르게 뉴진스가 취했던 미성년자들의 어긋난 섹시함은 조금도 비난 받지 않았죠. 수위로 따져도 뉴진스 쪽이 더 심각했고, 르세라핌의 데뷔 컨셉 사진은 나중에 뉴진스도 똑같이 합니다. 그러나 이미 페미니즘의 화신이 된 민희진이 했으니 그냥 넘어갔어요. 모든 게 바이럴의 힘인 셈입니다. 

이번에 민희진이 다른 건 다 넘어가면서 성희롱 건에 대해선 넘어가지 못 하고 아둔하게 반응한 이유도 자신이 쌓아온 그 이미지가 깨질 위기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바이럴로 흥한 자 바이럴로 망하는 꼴이라 상황 자체는 재미있는데, 케이팝이라는 산업의 기준으로 보면 재미없네요. 민희진 덕분에 너무 타격이 심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