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김미희 기자] 2018년에 출시된 킹덤 컴: 딜리버런스는 중세의 삶을 현실적으로 표현한 게임성으로 국내에서도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로부터 4년 뒤에 발표된 후속장에 '한국어가 지원된다'는 소식이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을 정도다. 게임스컴 현장에서 내년 2월에 출시된다는 소식을 전하며 모두의 마음을 더 설레게 한 '킹덤 컴: 딜리버런스 2'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이번 타이틀의 주인공은 전작에서도 주역을 맡았던 '헨리'다. 아울러 15세기 보헤미아 왕국을 배경으로 실해된 부모님의 원수를 잡기 위한 여정에 오른 헨리를 통해 당대 삶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 헨리는 초보 전사에서 시작해 반란군을 이끄는 위치에 오른다..
불친절하지만 사실적인 기본틀이 유지된다
게임스컴 현장에서 체험해볼 수 있었던 대목은 게임의 초반부다. 모종의 이유로 부상당한 헨리가 전작에서도 그와 함께했던 한스의 부축을 받아 낯선 노인이 사는 오두막에 방문한다. 노인은 낯선 이를 경계하지 않고, 헨리가 꿈결에 엄마라 착각할 정도로 살뜰하게 챙겨준다. 이 와중 오두막에 적이 쳐들어오고, 한스가 이에 대적하다가 중태에 빠졌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컷신으로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게임에 접어든다. 우선 킹덤 컴: 딜리버런스 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삶을 지향한다. 피가 철철 흐르는 어깨에 서둘러 붕대를 찾아 감지 않으면 위험해지고, 따뜻한 수프를 먹으며 기력을 보충해야 잘 움직일 수 있다. 아울러 무기를 장착한 이후에도 단축키를 눌러 장착해야 무기를 손에 들고 적과 맞서 싸울 수 있다.
이 외에도 한스에게 당한 적을 묻어주기 위해 삽을 찾아서 땅을 판 후 시신을 묻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포션을 만들기 위해 뒷산에 가서 꽃의 색 등을 맨눈으로 구분해 허브를 뜯어야 한다. 맵에 허브가 있는 대략적인 위치가 꽃 모양 아이콘으로 표시되기는 하지만 무성한 풀숲에 듬성듬성 피어 있는 허브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그래서 되려 현실감이 느껴지는 전작의 감성은 이번 타이틀에서도 여전하다. 이러한 측면은 다소 느리고 둔한 냉병기를 사용하는 전투 역시 마찬가지다. 냉병기 전투는 단축키를 눌러 무기를 꺼낸 후 공격과 방어 두 가지만 사용해 적의 움직임을 보며 느린 공방을 이어가야 한다. 어떻게 보면 불친절하고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전작을 즐겨 했던 유저라면 되레 반갑게 느껴질 수 있다.
유저 행동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퀘스트 전개
킹덤 컴: 딜리버런스 2에도 여러 대사 중 원하는 것을 골라 퀘스트를 전개한다. 간단하게는 ‘붕대를 갈아라’나 ‘수프를 먹어라’와 같은 간단한 퀘스트로 시작해 한스를 위해 허브를 따거나 삽을 찾아 땅을 파고 적의 시체를 묻어주는 등 좀 더 많은 액션이 필요한 방향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눈길을 끈 부분은 목표는 같지만, 유저 행동에 따라 전개 양상은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스를 위해 허브를 채집하려 뒷산에 가는 과정을 예로 들어보겠다. 이때 오두막의 노인이 한스가 상대한 적을 묻어주라는 일종의 서브 퀘스트를 준다. 만약 이를 묻고 이동할 경우 적이 입고 있던 옷과 석궁을 챙긴다. 게임이 시작될 때 헨리는 상의가 없는 상태였기에 이렇게 확보한 옷은 유용할 수 있다.
반대로 적을 묻어주지 않고 곧바로 산으로 가서 허브를 따거나 특정한 행동을 하지 않고 뒷산을 살펴보며 시간을 보낼 경우, 맨몸인 상태에서 적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는 뒷산으로 가는 문 바로 옆에 있는 작업용 도끼를 집어 들고 전투할 수 있다. 아울러 전자의 경우 한스를 돌보고 있는 와중 적이 오두막 문을 열고 등장하며 전투가 시작되지만, 후자에서는 노인이 밖에서 적들을 상대한다.
두 사례는 어떻게 보면 비슷할 수 있으나 유저가 특정 순간에 어떠한 행동을 했거나 혹은 하지 않았을 때 사용하는 무기, 전투하는 환경, 캐릭터 간 주고받는 대사 등이 달라진다. 아직 초반부이고, 제한된 시간만 플레이할 수 있었기에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행동에 따른 진행 양상이 달라지는 부분이 점점 강해지는 방향으로 설계된다면 각 루트를 파보는 것이 또 다른 묘미라 되리라고 생각했다.
풍부해진 표정 묘사, 전작보다 세밀해진 비주얼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그래픽이다. 킹덤 컴: 딜리버런스 2는 크라이 엔진을 사용하며 전반적인 비주얼이 세밀해졌다. 모닥불이 타오르는 오두막,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숲, 창고와 물퐁이 자리한 앞마당 등이 전작보다 사실적으로 표현되며 몰입도를 높인다. 중세의 삶을 체험한다는 테마와 함께 생각하면 환영할 만한 변화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표정 묘사다. 헨리가 쓰러졌다가 깨어나며 엄마를 부르는 모습에 노인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너희 엄마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이나 한스가 당했다는 소식에 괴로우면서도 걱정스러움을 표하는 헨리의 표정 등이 제법 생생하다. 발전된 그래픽과 풍부해진 감정 묘사가 게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상황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면 좀 더 선명한 중세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내년에 다시 열릴 중세의 삶이 기대된다
이렇게 킹덤 컴: 딜리버런스 2에 대해 살펴봤다. 그래픽 등에서 시대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불친절하지만, 현실적인 방향을 추구하는 본연의 게임성을 후속작에도 우직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킹덤 컴: 딜리버런스 개발사인 워호스 스튜디오는 게이머에게 다소 생소한 체코에 위치하며, 첫 작품으로 누적 판매량 600만 장을 기록해 화제에 오른 바 있다. 본연의 매력을 유지한 후속작도 뚜렷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내년 2월을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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