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최근 AI를 활용한 기계번역이 활성화 되며, 수많은 게임들이 한국어를 지원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쳤을 게임들이 한국어 지원을 내세우며 시선을 끈다. 물론 기계번역 특유의 저품질과 오역을 피할 순 없지만, 그래도 예전 같았으면 아예 제목조차 읽지 못했을 법한 비영어권 게임들을 그나마 알아는 들을 수 있는 한국어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나름 장점이다.
그 중에서는 게임 내 자막이나 인터페이스를 넘어, 스팀 현지화 설정을 이용해 제목까지 한국어로 써낸 작품들도 있다. 한국어 사용자라면 외국어 사이 한글 제목이 떡하니 보이니 반가울 수밖에 없는데, 간혹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제목들도 섞여 있다. 일부는 노이즈 마케팅인가 싶을 정도로 어색한 문법과 단어로 채워져 있고, 게임성과 전혀 딴판인 제목도 보인다. 심지어는 시리즈 작품임에도 전작과 완전히 동떨어진 제목으로 직역되어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까지 있다. 오늘은 스팀에 최근 올라온 요상한 한국어 게임명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았다.
TOP 5. 과일 뛰어: 도전
옛날옛적, 열혈고교 시리즈 중 하나인 '열혈 물어'를 처음 보고 '뭘 입으로 무나?'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사실 여기서 물어(物語)는 일본어로 '모노가타리'라고 읽는 단어로, 직역하자면 '이야기'다. '열혈 이야기'라고 번역해야 할 것을 한자어 그대로 한국식으로 읽다 보니 벌어진 일화다. 그런 관점에서 '과일 뛰어: 도전'은 분명히 뭔가 한자를 한국식 발음 그대로 읽...... 었을리가!
일단 이 게임의 영어 명칭은 '후르츠 런: 챌린지'다. 그렇다. 과일 뛰어: 도전 이다. 템플 런 이후 'XXX 런' 게임이 수도 없이 나왔으나, 이것을 '뛰어'라고 번역해 붙여 놓은 사례는 난생 처음 본다. 단순 번역기 사용이라고 치부하기엔, 게임 내 설명에도 '게임에 손을 댄는 것은', '귀엽고 기뻐운 인간형 과일 캐릭터' 같은 의미불명 한국어도 쓰여 있기에 뭔가 심오한 뜻이 있나 생각하게 만든다. 데모를 플레이 해 보면 파쿠르 액션이 꽤 눈에 띄는 잘 만든 러닝 액션이니, 고도의 시선끌기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TOP 4. 최전선 위기
'프론트라인 크라이시스'라는 제목을 들으면 얼핏 꽤 멋진 느낌이다. 여기서 프론트라인(Frontline)은 전선, 그 중에서도 제 1선을 말한다. 크라이시스(Crisis)는 위기를 뜻한다. 그러니까 이를 직역하면 '위기의 최전선', '전선의 위기', '위태로운 전선' 같이 쓸 수 있다. 설마 단어들만 그대로 직역해서 늘어놓은 '최전선 위기' 같은 어설픈 제목을 쓰진 않겠지 싶다. 아, 여기 '최전선 위기'라고 제목에 박아넣은 게임이 있네? 하하...
이 게임은 타워 디펜스(게임 내 설명으로는 탑 방어) 요소를 갖춘 슈팅(게임 내 설명으로는 사격) 게임이다. 방어선을 형성하고, 벌떼처럼 몰려오는 외계 괴물들을 막아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상, 지하, 공중의 세 전선을 지휘라고, 전선을 건설하고, 강력한 보스들을 상대하는 등 꽤 재미있다는 평가(매우 긍정적, 96% 긍정)를 받고 있다. 이렇게 좋은 게임인데 제목 번역 때문에 삼류 게임처럼 보이다니...
TOP 3. 핏덩이 맷돌
맷돌... 사전에서 찾아보면 <곡식을 가는 데 쓰는 도구. 둥글넓적한 돌 두 개를 위아래로 포개 놓고, 윗돌의 가장자리에 손잡이 막대를 박고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그 구멍으로 갈아야 할 곡식을 넣으면서 손잡이를 돌리면 두 돌 사이로 곡식이 갈려 나온다> 라고 나와 있다. 아무래도 게임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현대형인 믹서기도 쿠킹 시뮬레이터 같은데나 가~끔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 와중 스팀에 등장한 핏덩이 맷돌...은 대체 무슨 게임일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게임? 어린 맷돌 캐릭터가 활보하는 아케이드? 정작 게임에 들어가보면 사이보드들이 피가 튀는 격투를 벌인다. 궁금해서 원제를 찾아보니 KIBORG: Arena 라고 하는데, 제작사 국적인 카자흐스탄어로 사이보그를 뜻한다. 즉 직역하면 '사이보그 경기장' 정도가 되어야 할텐데, 어디서 맷돌이 튀어나온 건지 모르겠다. 혹시 게임 내에서 맷돌만한 쇳덩이로 상대방 뚝배기를 깨는 장면이 있나?
TOP 2. 라임 결투 : 고양이와 개 도박 전투
바다이야기 사태를 겪었던 대한민국 게이머들에게, 도박이란 단어는 보기만 해도 살짝 두렵고 섬찟하다. 게임에 '도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순간 게임위에서 출동할 것 같고, 뉴스에 나올 것 같고, 주변에서 손가락질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외국어로 써서 조금 의미가 옅은 '갬블'이나 '베팅', '카지노' 같은 단어들도 사용하기가 조심스러운데, 한국어로 또박또박 '도박'이라고 쓰여 있는 경우는 일반 게임에서 사실상 전무하다.
그리고, 여기 '라임 결투: 고양이와 개 도박 전투'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게임이 있다. 영문판 제목은 '클로우 크래시: 캣 vs 독 베팅(Claw Clash: Cat vs Dog Betting)'으로 '베팅'이 들어 있는 것은 맞는데, 여기서는 도박이 아닌 '내기'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할 듯 싶다. 왜냐면 게임성이 개 진영과 고양이 진영의 패싸움을 다루며, 팀원들과 협력하여 승부를 겨루는 대결 형식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제목이 나왔는가 보니 제작사가 중국 개발사고, 원제는 조아대결: 묘구도투(爪牙对决:猫狗赌斗)다. 직역하면 '어금니와 발톱 대결: 개와 고양이의 싸움 내기' 정도인데, 누가 강한지 겨룬다는 의미의 '도(赌)'를 영어 betting을 거쳐 한국어 '도박'으로 가져왔으니... 심지어 '라임'은 어디서 나왔는지 통 의문이다. 어쨌든 게임위 관계자님께 이 게임은 건전하다는 것만 말씀드립니다.
TOP 1. 태양 제국의 죄악
16년 전, 기자는 '신즈 오브 어 솔라 엠파이어'를 나름 재밌게 플레이 했던 기억이 있다. 문명 시리즈를 우주로 옮겨놓은 듯한 게임성에 실시간 전투까지 더해져 상당히 수작이었던 기억이다. 물론 이후 펼쳐진 문명 5 신드롬과 그로 인한 4X 장르 범람 속에서 존재감이 조금 흐릿해지긴 했지만, 이 장르 고전 명작 중 하나로 '신즈 오브 어 솔라 엠파이어'라는 이름은 머릿속에 나름 탄탄히 박혀 있었다.
그런 와중, '태양 제국의 죄악 II' 라는 게임이 스팀 신작 목록에 떴을 때 든 생각은 '뭔가 카드게임이나 뱀서류 인디게임인가?'였다. 옆에 붙어 있는 넘버링은 그냥 있어 보이려고 붙였거나, 내가 모르는 세계에서 1편이 나왔었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이 게임이 신즈 오브 어 솔라 엠파이어의 후속작임과 동시에 전작 제목 직역임을 알았을 때 내가 받은 충격이란, "내가 네 아빠다" 소리를 들은 루크 스카이워커의 그것보다 더했으면 더했다.
덤. 폴리화 함께하는 VR 교통안전
국내 업체 갤튼에서 제작한 폴리'화' 함께하는 VR 교통안전이라는 게임이 있다. 로보카 폴리 캐릭터와 함께 VR로 교통안전 상식을 습득하는 교육용 콘텐츠인데, 애석하게도 제목에 '와'와 '화'를 잘못 쓴 오타가 들어간 채 유지되고 있다. 좋은 앱이기도 하고 딱 봐도 오타니까 너그럽게 넘어가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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