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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리 진주집과 삼성통닭] 추억을 먹는 자리

maliji 2006.01.15 19:13:05
조회 3600 추천 0 댓글 13

수유사거리에 오시면 진주집이라는 오래된 老鋪가 있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던 시절의 기억에도 남아 있는 집인걸 보면 업력이 30년은 가뿐히 넘는 집인것 같습니다.
뭐 그래서인지 일하시는 분들도 한결같이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고 손님의 주 계층도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지요.
특별히 좋은 곱창을 주는 집도 아니고 특별히 맛난 집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늘 자리가 모자르는 것은 이 가게는 맛을 팔기보다는 추억을 파는 곳이기 때문일 겁니다.
저도 어렸을때에는 작은 진열장에 놓여있던 곱창접시를 바라보며 언젠간 먹어봐야지 하는 기억을, 커서는 없는 돈에 친구들과 소주 한 잔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곳의 추억때문에 계속 발걸음을 하게 하는 곳이니까요.

수십년째 이 허름한 외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 기억에는 이 모습이 단 한번도 바뀐적이 없군요^^(위쪽위 간판 빼고요~)
심지어 저 문은 사람의 키보다 작은 문이라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30년을 넘게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타일로 된 테이블.
하도 기름이 많이 튀어서 장사하던 초기에 이렇게 타일을 붙여버렸다고 하시더군요.
군데군데 타일 떨어진 자국이 이 가게가 얼마나 오래된 가게인지 관록을 보여줍니다.
곁반찬으로 나오는 것들은 닷맛이 물씬배인 양배추와 신김치, 마늘, 양파, 고추장과 기름소금뿐입니다만 곱창을 먹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참, 같이 간 전라도 깡촌 친구의 입맛으로는 고추장이 맛있다고 하더군요.. 뭐 제 입에도 일단 좋습니다만 시장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전 이 가게의 모든 것이 맘에 들기때문에~~;;

제일 싼 모듬곱창 한 판입니다.
이 가게는 1인분이라는 개념이 없고 모두 '판'으로 통합니다.
뭐 한 판이면 장정 셋이서 소주 세병정도 비우는데 지장없어서 더 좋습니다.^^
그리고 나오는 모든 '판'은 마늘, 야채, 소금으로 먼저 양념이 되어 있어서 별다른 곁반찬이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고추장이나 기름에 찍어먹으면 그만이지요. 

곱창을 반쯤 먹고나면 이렇게 신김치를 올려서 구워줍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구운 김치에 곱창과 마늘, 야채를 올려서 싸먹습니다.
이게 보통 곱창집에서와는 다르게 먹는 진주집의 맛을 잘 느끼게 하는 방법이지요.
다른 곳에서도 이렇게 드신다고요?
그래도 거기에는 추억이라는 최고의 양념이 없잖아요~~
 
이렇게 진주집에서 곱창으로 1차를 마감한 후 맥주집으로 2차를 가기로 했습니다만 역시 장소는 양군이 고집을 부려 수유리의 또다른 노포로 향했습니다.
 
 
삼성통닭이라는 가게지요.
이 집은 74년에 생긴 집이니까 한 30년 된거로군요.
어렸던 시절 외할머님댁에 가는 버스를 타면 늘 이 집 앞을 지나는데(횡단보도가 바로 가게 앞인데다 버스 정류장도 가게 앞이었었습니다.) 가게 창가에 쌓여 있는 통닭의 산을 보고 늘 침을 흘리며 언젠간 꼭 먹으리라 다짐을 했었지만 뭐... 30년이 넘도록 못 먹어봤었지요.
그런 곳을 드디어 가보게 된 겁니다.^^
예전의 낡은 가게의 모습이 아니라 새로 리모델링을 해서 깔끔한 가게지만 역시 지금도 창가에 통닭의 산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여기의 통닭은 요즘 치킨 체인점들처럼 먼저 잘라진 부위를 튀기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닭을 튀겨논 뒤에 손님이 주문하면 다시 한번 튀겨서 잘라주는 아주 예전 방식의 통닭이지요.
노란 세로 줄무늬가 들어간 종이 봉투에 '캔터키 후라이드 치킨'이라고 적혀있던 그때의 통닭말입니다.

1차가 느끼한 것을 먹는 것도 있고 솔직히 옛날식 닭을 잘 튀기는 가게도 별로 없기에(대부분 기름이 너무 많거나 맛이 없는 곳이 많죠.) 과일치킨을 시켰습니다.

음.... 평가는 쵝~오 입니다.
요즘 체인점과는 다르게 아주 얇은 튀김옷, 큰 닭을 통째로 튀겨서 나오는 닭의 식감의 차이도 예전 '캔터기 후라이드 치킨'의 시절과 같은 맛과 느낌이고요.
많이 느끼하지도 않고 마늘향 비슷하게 향긋한 향도 나고 살 깊숙이까지 양념이 배서 가슴살을 먹을 때에도 퍽퍽한 느낌이 없습니다.
 
혹시 노란 종이봉투까지 준비가 되 있다면 다음에는 한마리 튀겨서 집으로 가져가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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