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연남동 골목, 간판도 크지 않은데다 건물 4층에 숨어있어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라멘집, 니시무라멘입니다.

원래는 후쿠오카에 본점이 있는 라멘집으로, 라멘으로 미슐랭 원스타를 땄다고 해서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지요.

겨울이라 바람이 들어가서 그런지 노렌(가게 앞에 치는 발)이 문에 딱 붙는 바람에 허우적거리며 볼품없이 입장.

가게 내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분위기입니다.

빌딩 속 숨어있는 가게의 문을 딱 열고 들어갔는데 고오급스러운 일본식 정원 컨셉의 내부 장식이 반겨줍니다.

물론 식물은 죄다 가짜 식물이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좋습니다.

다만 손님들이 커다란 테이블을 빙 둘러가며 앉아야 해서 고개를 들면 맞은편 손님의 얼굴이 보이는, 내향적인 사람은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자리 배치인지라 카메라 각도를 올려서 찍지는 못하겠네요.

교카이파이탄. 차슈 추가, 타마고 추가.

닭뼈 육수에 김 오일을 올렸습니다. 니시무라멘은 도시마다 특별 한정메뉴가 하나씩 있다고 들었는데, 서울 한정 메뉴가 바로 이 교카이파이탄입니다.

일단 라멘은 라멘인데 굉장히 깔끔합니다. 라멘이라고 하면 기름지고 짠맛을 왕창 섞어 특유의 '농후한 맛'을 내는 음식인데, 이건 뭐 거의 라멘과 국물 파스타의 퓨전 아닌가 싶을 정도.

그리고 면이 굉장히 맛있네요. 자가제면이야 어지간히 급이 높은 라멘 가게에서는 다 한다지만 그중에서도 꽤 수준급입니다.

니시무라멘의 대표메뉴, 부추시오라멘. 가츠오부시 육수에 부추 페이스트를 올렸습니다.

일단 국물 한 번 먹고, 바게트(!)를 국물 찍어 먹고, 면 한 번 먹고, 부추 페이스트를 섞어먹다가 아지헨으로 청양고추 오일을 넣고 먹습니다.

타마고를 추가주문해야 한다는 게 좀 거시기한데 그래도 익힘 정도는 딱 마음에 듭니다.

전반적으로 뭐랄까, 라멘은 라멘인데 양식과 퓨전해서 깔끔하게 만든 맛이라는 느낌.  

그리고 스타우브 무쇠솥에 지은 밥을 추가로 주문합니다.

밥을 밥그릇에 떠서 밥만 먼저 조금 맛을 봅니다. 잘 지은 쌀밥은 뭔가 마음이 푸근해지는 기분입니다.

마음같아서는 솥에 녹차도 부어서 숭늉 만들고 싶을 정도.

그릇에 담은 밥에 치즈를 뿌려 살짝 녹이고, 남은 라멘 국물을 한 스푼씩 부어가며 섞어서 리소토를 만들어 줍니다.

보통 라멘가게에서 밥을 주문하면 국물에 밥 말아먹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방법.

치즈가 고급이 아니라 매우 유감이긴 한데, 그래도 굉장히 맛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추가요금 내고 갓 갈아낸 숙성치즈를 주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맛있는 라멘집으로 추천하기엔 뭔가 좀 애매한 곳입니다. 이게 라멘 맞나 싶을 정도로 깔끔하거든요.

오히려 "일본식 라멘은 너무 기름지고 짜서 내 입맛에 안맞더라"하는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할만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