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종이 여대에 갔다. 아니, 여대앞을 방문했다.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동에 위치한 성신여대다.
성신여대는 나에게 동네 놀이터 같은 곳. 만날 집으로 향하는 150번 파란버스 안에서 마주치는 게,
돈암사거리, 성신여대입구 정류장이라서 그러하다. 줄창 파일첩을 손에 끼고 사는 여인네들을 버스 창 밖으로
꼬라보기만 했지 여기서 밥 한 끼 먹은 적도, 음주가무 여흥본색을 과시한 적도 없다.
남정네들이 여대 앞에서 기웃기웃거리면 “저 껄떡쇠 생퀴, 여자들 눈팅하려고 온 거군. 즐."
의 조롱폭탄을 맞을까봐서였다.
우리 반에서 15등 하고 성신여대에 입학한 내 절친은 절대 밖에 나가서 그딴 생각 떠벌리지 말라고 선을 긋는다.
“근처에 용문중.고가 있어서 날끼(날라리끼) 넘치는 중고삐리도 많고 아파트단지와 주택가가 이 촌구석에
몰려 있어서 남자들이 많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다. 정말 놀 데 뿐인 이대하곤 다르다.“
절친은 정문 앞 HENCE JOE라는 카페에서 허세질을 하고 있으니 그곳으로 오라고 했다. 딱 보기에 서울쥐들이 서식해도
비좁을 만한 쥐좃만한 공간에서 커피를 팔고 있었다. 테이블도 다섯 개 밖에 없는데 장사하는 주인장이 어떤 심보를 갖고
운영하는지 궁금도 허다. 허나, 공간의 넓고 좁음에는 관계없이 자기만의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카페를 즐겨찾기
하며 대형자본의 영업이익 늘려주는 데 이골이 난 성신여대생들이 이 카페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두터운 크리스털 잔에 푸짐하게 건네는 커피에 뿅 갔다. 레귤러, 그란데 따위 퀀티티 구분은 개나 소한테 줘버려라.
여기선 그딴 이분법은 필요 없으니. 아메리카노+브라우니의 환상적인 궁합을 즐기라고 브라우니는
물론, 솔티드 포테이토 칩스, 꼬마곰 젤리도 마음껏 퍼다 먹게 구비까지 해놓으셨다.
내가 볼 땐 이곳의 댄디한 남자 사장과 성신여대생 중 한 명의 정분이 나지 않을까 한다.
댄디한 헤어컷에 무테 안경으로 무장한 이곳 사장은 ck의 컨트래딕션 모델 마냥 깔끔한 인상이다. 사장이란답시고
손님들이 내뱉는 말에 꼽사리 끼지 않고 자기 일만 묵묵히 해내는 모습도 좋다. 우리끼리 대화하려고 카페에
오는 거지, 주인장하고 대화하려면 차라리 바텐더를 가고 말지-.
절친은 오거리 앞 짱구분식은 “학교가 생기기 이전부터 생긴”곳이라고 했고, 맛나분식은 자기가
입학하고 나서야 생긴 좃뉴비라고 했다. 짱구분식 모르는 성신여대생은 한 명도 없단다. 정문 쪽에 김밥 잘하는 집이
있어서 절친이 가자고 했는데, “기껏 만나서 김밥헤븐이나 갈 생각이야?“ 라고 타박을 줘버렸다.
나는 중앙차로 쪽의 맛집을 가자고 했으나 절친이 한다는 말씀이,
“그런데는 학교 놀러오는 타대생들 가는 뜨네기집이야. 우린 그런데서 안 먹어. 정문 앞에서 먹지.“ 듣고보니 그러하다.
아가씨라는 뜻의 일본어를 걸고 장사하는 히메라는 음식점이 런치타임에는 줄 까지 서서 먹는다고
한다. 개나소나 미식가를 자처하며 맛집 탐방에 열올리시는 여대생 무리들의 검증을 받았다니 이거
솔깃했다. “그래 그곳으로 가자.”
돈가스와 튀김우동, 스파이시 롤을 주문했다. 그나저나 돈가스에 비비크림을 발랐나?
그 누리끼리한 때깔이 돋보이는 돈가스는 일식 그대로 두터운 튀김커버를 자랑했다. 억센 빵가루 덕택에
바삭거림이 극대화댔다. 튀김우동은 실한 튀김을 4개는 넣어주는 것 같다. 튀김커버가
우동그릇에 퉁퉁 불어 숟가락으로 떠 먹는 맛이 튀김우동의 매력인데 튀김을 많이 얹어주니 좋다. 팬시한 일식집은
가쓰오부시로 째째하게 굴지 않는데 이곳도 가쓰오부시 아낄려고 잔꾀 부린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잘 얻어 먹었으니 절친에게 1호선 외대앞역으로 오면 풀코스로 쏜다고 초대장을 날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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