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고민.

바로 글을 적는 것이 좋은 일일까 하는 질문이다.

...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 누구인가.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잘 모르겠다.

박쥐. 어두운 동굴 속에서 살아가는 박쥐.

시각보다는 청각이 발달한 박쥐.

그게 나의 모습인가.

바이러스의 근원이라는 박쥐.

포유류이면서 날개를 달고 있는 박쥐.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 맞나.

변증법의 샛길을 걷고자 마음먹었던 예전의 그 생각이 어긋난 데가 있었던 것일까.

어느 한 진영에 자리잡은 채로 그 진영을 위해 싸우는 전사가 되었어야 했나.

아니면.

이 사회의 시스템을 거부하는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고 메인 스트림과 함께 흘러갔어야 하나.

이 밤이.

나의 방. 나의 어두운 동굴.

그 안의 외로움이 나를 흔들리게 한다.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는 내가.

생존 그 이상 무엇을 추구해야 하나.

글을 적는 것이 보람된 일이 아니라는 것.

나의 글이 나에게 자부심으로 남지 못하고 부끄러움으로 남아버리고 만다는 것.

그 부끄러운 글을 다시 이곳에 와서 적는 나는.

무얼 바라 이 황량한 인터넷 세계에서 소음을 발생시키나.

나는 또다시.

생명보다는. 죽음에.

이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