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인간관계니 연애니 사랑이니 하는 “깊어지려는” 일에

무게를 두지 않는 것임


사람들은 각별해지면 깊어진다고 믿지만

자기 마음속의 상대에 대한 멋대로의 이미지가 강해지기만 함

억측과 오해의 영역에서 확증 편향을 강화하고 더더욱

그 틀 안에서 상대가 안전하게 해석되기만을 원하고

그걸 확인해야만 안심함


상대 마음속의 진심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는 자는 없음

내가 바라는 마음이 상대도 같은지 아닌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


깊어질수록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접는 게 좋음

깊어진다는 건 한쪽이 설계한 헤어나올 수 없는 심리적 구조 안에

빠져서 내 주체적인 자유를 굴복한다는 거임

기꺼이 그러겠다는 거임


난 그런 게 싫다는 거임

멋대로 오해히거나 오해당하는 관계성이 사랑으로 발전해서

더더욱 속수무책이 되는 게 싫음

정확하게 전달되고 정확하게 이해된다는 불가능을

사랑으로 극복하려는 인간의 한계가 신물이 남

사랑에 빠진 자신을 보면서 행복하다고 느낄 자신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