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이랑 똑같음. 영주 재우만 아니었으면 완벽했음.

과거 자기가 아끼던 학생이 자살하고 그로 인한 죄책감으로 평생 섭식장애와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일등 스타강사 최치열이

어릴 때 평생의 은인과 같던 식당 아주머니의 딸 남행선과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디디는 이야기임.

처음에는 앙숙과 같았고 사소한 다툼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최치열은 남행선의 묘한 따뜻함에 매료됐고

서로가 서로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낄 즈음, 스토커 학생이 다치고 스캔들이 터지고 해이와 행선의 관계가 밝혀짐.

스토커 학생과 최치열라짱나를 죽인 지동희는 남행선을 죽이려다 남해이를 납치했고 병원에서 질식시켜 죽이려 했으나 최치열에게 발각되어 자살함.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하면서 끝남.

이렇게 보면 내용이 정말 좋아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면 내용이 그다지 좋지 않음.

첫 번째.

우영우와 김준호, 권영주와 남재우의 상반

ENA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는 고도의 지능을 가진 자폐아로서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음.

한바다 로펌에서 일하는 송무팀 직원 김준호와 일을 같이 하며 사랑하게 되는데, 김준호의 섣부른 결정으로 영우는 가족들의 반대를 듣고 상처입음.

영우는 그에게 헤어짐을 고하지만 준호는 그럴 수 없다고 함.

이때도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는

우영우의 설정 때문임. 

우영우는 고도의 지능을 가졌고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하기에 사람들은 두 사람의 로맨스에 큰 이질감을 느끼지 못함.

그러나 남재우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음.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사람의 소통 능력은 본인의 지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재우의 지능은 초등학생 정도라고 볼 수 있음.

권진경 씨 에피소드만 봐도 알 수 있듯, 재우는 말을 가려서 할 줄 모르고 생각을 거쳐 나오는 능력이 없어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기도 함.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사람에게 활동을 도와주는 활동보조인, 줄여서 활보인이 붙는 경우는 보지 못했으나 우영우의 지능에 비해선 현저히 낮은 상태.

여기서 중요한 건, 김준호는 충분히 상황을 고려하고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봤음에도 자기가 우영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고백함.

하지만 영주는 단 한 번도 그를 좋아한다거나 남자로 인식한 적이 없음.

10년을 함께 해왔는데 지금까진 마냥 어린 동생으로만 여겼다가 갑자기 높은 물건 하나 빼줬다고 술김에 취해서 찔러봤다.

장애를 앓는 사람에게 장난으로 찔러본다는 것 자체는 엄청난 상처임.

다르게 받아들이는 장애인 분도 있을지 몰라도 재우는 이 사람이 나에게 왜 고백을 하는지

내가 뭘 했다고 저렇게 반응하는지

그게 우리처럼 일사천리로 생각되고 판단되지 않음. 그래서 오랜 시간이 필요함.

그런 걸 감안하고 그를 좋아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더 중요한 건 마지막회에 나온 영주 임신에 관한 문제임.

나는 장애인 가족을 둔 사람으로서 보건대 내 형은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인 장애를 앓고 태어났으며 말을 못하고 지능은 영유아 수준에 머물러 있음.

말귀를 알아듣긴 하지만 혀가 짧은 채로 태어나 말을 하지 못함.

프레더 윌리 증후군이라고 해서, 임신 중 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이며 의사는 태어나자마자 죽을 거로 예상했으나 30년 째 잘 살고 있음.

만약 이런 형에게 갑자기 누가 나 당신을 좋아해요.

이러면 난 정신 차리라고 할 거임.

형이 프레더 윌리 증후군을 앓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재우 같은 상황이어도 나는 절대로 반대할 거임.

왜냐하면 여자가 희생해야 할 것이 너무 많으니까. 자기가 그걸 감안하고 만날 수 있다면 강원래와 김송처럼 살든 개병신처럼 살든 말을 안 함.

하지만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디가 부족한 사람과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가정을 이루어 애를 낳고 산다는 건 다른 문제로 누구 한 쪽이 먼저 지치거나 마음이 떠날 수 있음,

사랑과 결혼은 별개의 문제로 절대 동일시해서 볼 수 없음. 특히 거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설정이 따라 붙으면 더욱 문제가 됨.

그래서 사람들이 우영우와 김준호의 관계에 관해 별다른 말을 안 한 거임. 반대하는 사람이 나오니까.

하지만 여기서는 지능이 현저히 낮은 사람을 사랑해서 애까지 가졌다는 것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음.

심지어 행선이마저도 별다른 말을 안 함. 

나는 솔직히 영주가 선 본다고 했을 때 그 바디프로필 아저씨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음. 선 보러 가야 한다고 한 날에도 낙지 먹는 걸 내려놓게 하면서 장난이었다고 사실대로 말하길 바랐음. 

하지만 볼에 뽀뽀하고 나는 그 행위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느낌.

장애인을 사랑한다는 건, 그리고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건 많은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임.

이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에겐 광주 인화학교 사건이라고 하는 추악스러운 일이 있었고 공지영 작가가 소설 '도가니' 그리고 공유와 정유미 주연의 영화 '도가니'로도 나왔음.

미성년자였던 장애 아동을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본 교사들과 교장의 끔찍한 범죄였고 실화였는데 

그 일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지만 고작 그 짧은 순간에, 그것도 그렇게 설렘을 느낀 당일 밤에 술김에 찔러봤다?

충분한 생각을 거쳐 김준호처럼 자기 마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생각해보지도 않고서 당일에 밀어붙였다.

그건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기도 싫음.

사랑이 모든 걸 뛰어넘는다는 말은 있고 충분히 동의하나 

영주가 재우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감정을 설명하기에는 그 근거가 너무나 타당하지 않았을 뿐더러 부족했음.

두 번째.

남해이의 일본행 결정과 친엄마의 갑작스러운 등장의 의미는?

엄마를 원망하고 때리고 보기 싫다고 소리쳐도 모자랄 판에 10년이라는 그 긴 시간을 머리카락 자르듯이 싹뚝 자르는 것도 이상했고

그렇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가 불현듯 나타난 엄마도 이상함.

뭘 말하고 싶었을까. 엄마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뭘 의도한 거였을까. 그 해당 장면의 의미는 뭘까.

언니와 동생, 그리고 조카의 사이에 있는 상처를 치유하고자 나왔을까?

그렇다면 조금 더 빨리 등장해서 치고 빠지는 게 낫지 않았을까?

아니면 아예 나오지 않는 거도 낫지 않았을까?

일본엔 왜 갔을까?

누구랑 사는 걸까?

많은 의문을 남긴 채 그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음.

그저 쪽팔려서.

자존심에 미안하단 말을 쪽팔려서라는 표현으로 포장했지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영주와 재우이기 때문에, 두 사람 설정이 그럴 듯하고 두 사람의 행동에 당위성이 충분하기만 했더라도 정말 완벽한 드라마였음.

반박시 니말이 다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