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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지망생의 유한도전 18일차

큰나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16 02: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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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세 사람을 보았다. 아이엄마와 그녀의 어린아이 둘인것 같았다. 그녀는 지지대가 있는 포대기 같은걸로 작은아이를 상체 앞쪽으로 업고, 조금 큰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었다. 품이 넉넉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나머지 한 손에도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가득 차있던 그녀의 양쪽 손. 그녀는 그 양손을 어떻게 느끼며 걷고 있었던걸까.

 

   

 

#

늦은밤의 어두운 길. 걷다보니 환하게 조명을 켠 가게 하나가 나왔다. 그 앞의 희뿌연 아스팔트 바닥 한가운데에 지렁이 한마리가 덩그러니 홀로 있었다.

 

서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 주저하다가,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서 옮기기로 했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지 않았고 기온이 높았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그 지렁이가 말라 죽었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뭇가지로 몸통의 중앙부분을 들어올리려 하자 느리게 꿈틀대는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몸 여기저기에 검게 짓무른 곳이 있었다.

-비도 오지 않았는데 왜 인도 한가운데에 나와 있던걸까.  

 

풀숲으로 옮겨주려 했는데, 풀숲이 없었다.

지금까지 옮겼던 지렁이들은 대부분 근거리에 어느정도의 흙과 식물이 있는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얘는... 나뭇가지로 들고 주위를 둘러보니 흙도 식물도 거의 없었다. 가로수 나무 한그루가 심겨져 있는, 반 평도 안될것 같은 네모진 블록 속의 땅. 그 안에 있던 25cm정도 키의 초록잎 식물이 두어 줄기. 그게 전부였다. 건조하고 메마른곳. 나머지는 전부 아스팔트였다.


잠시 고민하다가, 별 수 없이 초록잎식물 밑에 지렁이를 가만히 놓았다. 

그것은 아주 느리게 경련하는 같았다-  나뭇가지를 놓아두고 나는 바삐 걸음을 옮겼다.

 

 

 

(#도심속의 길, 이동하며, , 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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