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수많은 고귀한 생명이 사라져가고 있다(2008년 통계청 자료: 자살자 1일 평균 35.1명, 년간 12,858명). 대기업 총수, 중소기업체 대표,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등 사회지도층 인사뿐만 아니라, 일반시민과 학생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자살에는 아무런 철학적, 윤리적, 종교적인 정당성이 없다.
첫째, 자살에는 철학적 뒷받침이 없다. 자살을 가장 근본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평가받는 학자는 무신론적 실존주의의자인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이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의 자각과 결정으로 스스로의 존재방식을 선택하게끔 운명지어져 있는 존재이다. 인간은 자신이 단독자(單獨者)라는 두려운 상황에서 불안에 시달리는 삶에 직면하게 될 때, 의식적으로 절대적 자유를 깨닫고 구토(嘔吐)하고 절망하는 비극적 존재가 된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자살을 "미래의 모든 자유행위를 파괴하는 자유행위"라고 정의한다. 그에게 자살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행위, 즉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삶의 한 행위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자살은 인간이성의 불합리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자살이 자신을 파괴하는 이성적 행위이기는 하지만, 그 이성은 그 자체를 확인함으로써 그 자체를 파괴하는 이성이기 때문이다.
둘째, 자살에는 윤리적 정당성이 없다. 자살의 부도덕성은 그 동기를 분석함으로써 드러난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비참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혹은 자신과 관련된 사람에게 이익을 남겨주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한다. 자살은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에 행하는 것이 아니라, 당면한 문제를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에 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살은 사리사욕(私利私慾)에서 비롯되는 비도덕적 행위가 되는 것이다.
어떤 부류의 사람은 자살이 자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참된 자애(自愛)는 자신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지, 자신을 없애버리는 행위가 아니다. 타인에 대한 지대한 사랑이 타인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행위이듯이.
셋째, 자살에는 종교적 근거가 없다.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의 마태복음과 에베소서에 "자신의 몸처럼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구절이 있다. 타인을 사랑하라는 말에 살인하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에는 자살하지 말라는 의미가 있다. 자살이 개인에 한해서 발생하는 사건이라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을 받은 인간의 생명을 스스로 끊는 일은 분명 잘못된 행위가 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을 하나의 소우주(小宇宙)라고 본다(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同體 諸生無常 諸法無我). 소우주를 소(小)와 우주(宇宙)로 분리해서 그 의미를 음미해 볼 수 있다. 소(小)는 인간은 어느 누구도 둘이 존재하지 않는 독특하고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나타낸다. 우주(宇宙)는 인간이 도덕적 존재이며, 누구도 무엇으로도 강제할 수 없는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존재이고, 절대무한의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소우주인 인간의 생명이 스스로 혹은 타의에 의해 사라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살에는 그 어떤 정당성도 부여할 수 없다. 자살은 자신이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행위이며, 자신이 비도덕적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는 행동이고, 자신이 비종교적이라는 사실을 나타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살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자살을 선택한 사람에게, 자살 이외에 탈출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명히 탈출구는 존재한다. 바로 <인간임>이 탈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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