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선수는 당시 기아 구단과의 관계도 극악이었고 본인이 스스로 대만 진출을 노려보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생팀 밴쿠버에서 허재에게 오퍼가 들어왔죠.

당시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국내 NBA 소식통인 한창도씨가 에이전트를 자청하며 한국, 아니 동양 선수의 첫 NBA 진출에 발벗고 나섰습니다. NBA를 잘 아시는 한창도씨는 그게 얼마나 엄청난 오퍼인지 알고계셨으니까요. 90년대 중반은 아직 유럽 선수의 NBA 진출도 그리 대중화되지 못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농구 협회에서는 이런 엄청난 찬스때 오히려 허재의 NBA 진출에 딴죽만 놓았죠. 소속팀인 기아 역시 협조를 해줄 리 없었고 정작 허재 본인 역시 대만행, 국내잔류, NBA행을 두고 우유부단,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협회, 소속팀, 선수 모두 한 마음이 되어 기를 써야 될 일인데 완전 엉망진창이었죠. 결국 제 3자인 한창도씨 혼자 열낸 꼴이 됐습니다. 혼자 중간에서 온갖 애를 다 쓰던 한창도씨는 결국 동양인 최초 NBA 진출의 천재일우의 찬스를 놓쳐버린 걸 두고 분통을 터뜨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