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타이젬 저단에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판수를 늘리고 사활이나 맥 문제를 잡히는 대로 풀어서 이까지나마 겨우 올랐습니다.

애초에 목표가 1단을 찍는 거라서 그런지 스스로 의욕이 적어진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그것보단 제가 재능과 머리가 없는 게 더 큰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득바득 바둑 같지도 않은 바둑 두면서 올라온 게 3단이지만 1단한테도 잘 지는 거품 3단입니다.

마음 잡고 한 달 정도 노력해봤습니다.

주간모범포석 책에 나오는 포석 30주차 분량을 하루에 하나씩 외웠습니다.

사활 기초, 쉬운 문제, 중급 문제를 900개 가량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기본정맥이라는 책을 한 권 다 풀었습니다.

이제는 문제를 외울 지경이라서 모양만 봐도 정답과 수순이 그려집니다.

정석을 10개 정도 외우고 그에 따르는 변화도를 30개 정도 외웠습니다.

정석 수순 하나하나 이해하기 위해서 오늘도 소목정석을 놓아보고 해설을 읽었습니다.

이렇게 한 달을 공부했는데 갑자기 힘이 쭉 빠지네요..

저는 며칠 전에 타이젬 1단으로 강단된 저희 아버지, 타이젬 1단인 모 바갤러님, 타이젬 2단인 바갤을 눈팅하시는 분께 무참히 깨졌습니다.

일주일 전에는 기원에 가서 타이젬 1단도 안 된다는 분들께 3전 2패 했습니다.

대구시 바둑협회장배에서는 말도 안 되는 바둑으로 몇백 수 동안 몰리다가 꼴사납게 돌을 던졌습니다.

저조차도 제가 달고 있는 3단이라는 단위가 의심스럽습니다.

어떤 글에서 저보고 제 머리로는 이게 한계라고 바둑 공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던 말이 생각 납니다.

믿지도 않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그 글이 감명 깊게 읽었던 다른 어떤 글보다 가슴에 박힙니다..

너무 사실 같고 뼈저리게 와닿아서 비참합니다.

바둑을 이겨도 잘해서 이기는 것 같지 않고 질 때는 아무 것도 할 줄 몰라서 지는 기분입니다.

어쩌면 공부를 하는 척만 했지 공부가 되는 공부를 안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공부하는 과정에서 별로 고민이 없었던 게 떠오르는 걸 보니 그런 것 같네요...

고민하고 깨닫는 시간이 없었던 걸 보니 그게 맞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