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坂田 수필 1, 2

SGm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8.27 23:01:43
조회 641 추천 22 댓글 7

사카다의 묘에는 1권부터 6권까지 대여섯편씩 사카다 선생의 수필이 실려있죠.

그냥 두 편씩 올려볼까 해서 뻘짓으로 써봅니다.

(어휘를 좀 더 자연스럽게 바꾼다거나 하는 손질이 살짝 가해집니다)



<바둑이 싹틀 무렵>


내가 바둑을 배운 것은 국민학교에 들어가서 얼마 후, 1920년대의 끝 무렵이었다.

집은 도쿄 서쪽 교외에 있는 오오모리에 있었다.

부친은 굉장히 바둑을 좋아했으나 그다지 세지는 않았으며, 또 혈족에도 센 사람은 없었다.

말하자면 '바둑의 흐름'이 있는 가계는 아니었다.


그 무렵 부친은 직장을 그만 두고 한가했으므로, 이웃 어른들이 매일 같이 집에 모여 바둑을 두고 있었다.

나는 부친의 무릎에 기대어 바둑을 보고 있는 사이에 마치 해면이 물을 빨아들이듯

어느 틈엔가 바둑 수를 익히고 있었다.


이윽고 나는 손님들과 바둑을 두게 되고, 부친의 뒤를 따라 기원에도 드나들게 되었다.

기원에는 당시 아마추어로서는 상당히 센 사범이 있어, 내게 연습을 시켜 주고 또 정석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바둑의 재미를 알아 감에 따라 하루하루 수가 세어졌다.

부친은 그것이 자랑거리여서, 내게 자주 내기 바둑을 두게 했는데,

나는 어린 마음에도 부친에게 손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열심히 둔 결과, 차츰 솜씨가 좋아졌다.


부친은 내가 바둑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본격적으로 수업시켜 보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1928년, 막 국민학교 3학년이 된 어느 날, 나를 시나가와에 살고 계시던 마스부찌 다쯔고 선생한테로 데리고 갔다.

선생은 당시 3단으로서, 댁은 시나가와에서 기름집을 하고 있었다.

점포 안에는 도장이 있어, 나는 거기서 일곱점을 놓고 선생과 대국했다.


난생 처음으로 전문가와 대국을 갖게 된 셈이지만, 나도 아마추어 초단 가량 실력은 있었으므로

속으로는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두어나감에 따라 강해야 할 내 흑돌에 백돌이 마술처럼 얽혀 왔다.

어느 틈엔가 형세는 생각지도 않은 판국이 되어 멋지게 지고 말았다.

나는 억울하다는 생각보다도 세상에는 무척 센 사람도 있구나 하는 이상한 기분으로 꽉 차 있었다.




<감색 상의>


나는 매주 금요일에 학교가 파한 후 마스부찌 선생 댁으로 다니게 되었다.

그 곳에는 당시부터 아마추어로서는 뛰어나게 강한 야스나가 하지메 씨가 오고,

또 그 밖에도 강한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대국 상대자는 얼마든지 있었다.

선생은 내가 둔 바둑을 비평해 주시고, 또 묘수풀이도 만들어 주셨다.


마스부찌 선생한테 다니기 시작한지 반 년쯤 후, 

나는 아카사카 다메이케의 일본기원에 설치된 소년연구회에 들어갔다.

즉 기원 원생이 된 것이다. 마스부찌 선생이 추천한 것은 물론이다.

당시 원생들은 감색상의에 하까마(일본 남자들이 입는 치마 비슷한 하의)를 입고 있었으므로

흔히 '감색상의조' 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매주 토요일에 있는 연구회에는 이런 복장으로 죽 늘어앉아서 바둑을 두었다.

사범은 나카가와 가메사부로, 이와사 아부미의 두 스승이 맡았었는데, 

혼인보 슈사이 명인도 거의 빠짐없이 출석하여 두어주셨다.

이 명실 공히 바둑계의 일인자가 원생의 지도를 자진해서 맡은 심경은 헤아릴 바 없으나, 지금 생각하면 정말 고마운 선생이었다.


내 모교는 오오모리 제1소학교였는데, 처음엔 성적도 괜찮은 편이었다.

그런데 원생이 된 무렵부터 바둑에의 집중과 반비례하여 학교 성적이 떨어졌다.

내가 바둑이 센 이상한 놈이라는 것이 어느 틈엔가 선생의 귀에도 들린 모양이다.

하루는 바둑을 좋아하는 선생이 흑백의 동그라미가 가득히 그려진 그래프 용지를 보이고 '다음의 한수는?' 하고 물었다.

내가 잠깐 들여다 보고 '여기가 제일 좋은 곳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선생은 몹시 감탄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풍문에 의하면 다카가와 9단 같은 분은 학교에서도 수재였던 모양이니까, 

바둑과 학교 공부와의 관계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양이다.

내 경우는 학교 공부가 바둑에 져 버린 것이다.

추천 비추천

22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서비스업에 종사했다면 어떤 진상 고객이라도 잘 처리했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0/14 - -
40526 타이젬9단 5년안에 되는법 [2] ㅇㅇ(218.209) 15.08.29 337 0
40525 나랑 지금 타이젬 바둑 둘사람???? [3] ㅇㅇ(125.179) 15.08.29 195 1
40524 344번 이 변화는 어떻게 대처하네요 [3] 드라마틱(175.223) 15.08.29 172 0
40523 타이젬 아카데미 오늘 처음 강의 들었는데... [3] ㅁㄴㅇㄹ(125.176) 15.08.29 276 0
40522 坂田 수필 3, 4 [3] SGm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8 411 13
40521 곤마횽 절필한다고 한다 [13] ㅇㅇ(211.36) 15.08.28 543 1
40520 딴지일보 댓글 중에 [9] ㅇㅇ(211.170) 15.08.28 468 1
40519 절대 바둑 늘기 힘든 사람 [9] ㅇㅇ(211.170) 15.08.28 449 3
40518 디시위키의 바갤 [3] 수퍼초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8 484 5
40517 한바연 2조면 몇급? [3] ...(211.58) 15.08.28 333 0
40515 발빠르단게 뭐에요?? [8] ㅇㅇㅇ(59.6) 15.08.28 427 0
40514 기보저작권 문제 [2] ㅇㅇ(39.115) 15.08.28 306 0
40513 박정환이 결승에서 커제를 꺾고 우승 (110.70) 15.08.28 446 10
40512 이세돌 포석 많이 좋아졌네 ㅇㅇ(175.223) 15.08.28 394 0
40511 바둑에대한 사전지식없이 세계의바둑이란 어플로 [2] 규소_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8 249 0
40509 오늘 결과를 보고 가장 기뻐하실 분......txt [3] ㅇㅇ(175.206) 15.08.28 551 4
40508 박정환 vs 이세돌 기보 ㅇㅇ(119.192) 15.08.28 473 0
40505 스타일이 먹히니깐 ㅂㅈㄹ(223.33) 15.08.28 314 4
40504 갓세돌은 언제나 옳다 [1] ㅇㅇ(218.37) 15.08.28 992 3
40503 이세돌과 박정환 차이 "골 결정력 차이"아님? [9] p(218.236) 15.08.28 1071 40
40502 이세돌 중반 수읽기 미쳤네; 이세돌(125.132) 15.08.28 318 0
40501 이세돌이 이겨네 [2] ㅇㅇ(218.209) 15.08.28 412 3
40500 ㅇㅅㅅㄷ ㅇㅇ(175.206) 15.08.28 120 0
40498 이세돌 우승 [3] ㅇㅇ(175.207) 15.08.28 467 0
40497 박탑이 계속 이세돌이 우세라는데 [8] no.22(125.142) 15.08.28 528 1
40496 지금 결승 해설 누구야 이쁘다 [5] 수퍼초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8 445 0
40495 결승 지금 하고있음? [3] ㅇㅇ(198.53) 15.08.28 262 0
40492 랭킹 10위권 프로기사들은 노력파다 vs 재능파다 [8] ㅇㅇ(125.179) 15.08.28 446 0
40491 이세돌 9단 오늘 두판이나 두네 [1] ㅇㅇ(218.37) 15.08.28 434 0
40489 타이잼 아카데미 가입했는데 [5] ㅇㅇㅇㅇ(211.36) 15.08.28 227 2
40488 해외에서 오늘 tv아시아 결승 볼수있는 방법 없어? [4] ㅇㅇ(37.130) 15.08.28 373 0
40486 갑자기 카톡씹었다고 지랄한 친구가 이해가 간다 [2] dd(218.37) 15.08.28 276 0
40485 랩갓 노래 개좋다 ㅇㅇ(218.37) 15.08.28 73 0
40482 1464번 답 뭐임 [2] ㅇㅇ(121.161) 15.08.28 186 0
40481 오늘 결승에서 박정환이 이겨야한다 [7] 인천앞바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8 413 5
40480 고급사활 [7] ㅇㅇ(93.174) 15.08.28 283 0
40479 이세돌 vs 양딩신 기보 볼수 있는데 없어? [1] ㅇㅇ(198.58) 15.08.28 172 0
40477 프로바둑기사들은 바둑공부를 어떤식으로 함????? [2] ㅇㅇ(125.179) 15.08.28 343 0
40475 연우배 ㄷㄷ하다 [4] Ragradia(222.108) 15.08.28 414 0
40474 바둑 전혀해본적없는데 갑자기 시작해보고 싶어졌읍니다 [4] 규소_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7 311 2
坂田 수필 1, 2 [7] SGm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7 641 22
40472 이세돌 vs 양딩신 기보 ㅇㅇ(119.192) 15.08.27 247 0
40471 머리좋은사람이 바둑을 잘둠?? 바둑잘두는 사람이 머리가좋음?? [9] ㅇㅇ(125.179) 15.08.27 391 0
40470 타이젬 3단인데 유료 강의라도 듣고싶은데 타이젬아카데미 괜찮나요? [2] (180.228) 15.08.27 241 0
40469 박정환9단 완벽하지 않냐? [23] ㅇㅇ(110.70) 15.08.27 1090 14
40468 왕별달고 싶다. [6] p(122.128) 15.08.27 344 0
40465 KBS에서 기보도 못 올리게 하는거냐? [1] ㅇㅇ(69.42) 15.08.27 351 0
40464 미친싸움개하고 만나면 맨날 지는데 어떻게 해야 되죠? ㅠ [5] HaBi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27 288 1
40463 프로연우배 실력자들 많이 출전하네 [2] ㅁㄴㅇㄹ(14.34) 15.08.27 427 0
40462 TV아시아 준결 결승 기보는 한달 후에나 볼수있는건가? ㅇㅇ(5.254) 15.08.27 13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