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국세해(病局細解)] 4-3 대국자들은 모른 채 지나간 승부처 

등장인물 : 문도원 사범님(프로 3단, 이하 '문'), 털남자(아마 타이젬 5단?, 이하 '털') + 황선희(타이젬 8단, 이하 '황')

장소협찬 : 꽃보다 바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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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태극기는 다셨나요? 저는 내일 첫째의 초등 입학식을 앞두고 설레이는 마음을 달래며 병국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도 저랑 두면서 나온 실전사활...이라고 말하긴 민망한 초초초 기초 사활을 30초간 고민하더니 살려내더군요. 빨리 19줄에서 둘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3월에 접어들면서 이제 바갤에 한동안 피어나던 10대분들의 글은 당분간 줄어들겠군요. ㅠ_ㅠ 개학과 개강을 맞이한 10대, 20대 갤러분들께 이번 병국을 바칩니다.

병국세해 제 4국 2점 접바둑 + 덤 5집 털남자 흑 15집 패

장면도 1. 잘못된 연결

문 : 9는 좀 과격한 수인데요. 무조건 끊겠다는 뜻이죠. (21을 놓으며)아, 이건 지금 모양이 아닌데요. 백이 22로 뚫고 나오니 흑이 23으로 물러서야 하지요. 이래선 우상 흑도 많이 엷어져서 공격 실패예요.

털 : 저는 생각도 하지 않고 21로 뒀는데요. 저거말곤 빈삼각밖에 없어보이는데, 그럼 빈삼각이 답인가요?

참고도 1-1. 모양 나빠 보이지만 사실은 빈삼각이 모양

문 : 네, 바로 지금은 빈삼각이 모양이지요. 우상과 엮여있어서 백이 나가기가 곤란해요. 

털 : 이런 한수의 모양이 승패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행마에 있어서 지침으로 삼을만한 패턴이 있을까요?

문 : 당연한 얘기지만 결국은 수읽기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구요. 지금은 일단 이 바둑의 모양을 계속 보도록 하지요. 

참고도 1-2. 상변이 갇히거나 우상이 죽거나

문 : 지금은 백2에 흑이 물러설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바로 막아갈 수가 있지요. 

털 : 그야말로 둘 중 하나였네요. 미리 우상을 물어보고 막아갈 수도 있었을 거 같아요.

문 : 상대를 봉쇄할 필요가 있을 때는 한발 물러서느냐 마느냐가 엄청 큰 차이예요. 흑1이 빈삼각이라 느려보이지만 그 이후를 생각해 볼 땐 오히려 빠른 거죠.

털 : 확실히 모든 행마엔 수읽기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장면도 2. 백의 대위기 -> 흑의 대위기... 두 위기 다 위긴지도 모르고 지나가버렸네...

문 : 흑은 더이상 공격이 안된다고 보고 4로 집을 챙기는 군요.

털 : 나름 나중에 하변 6점도 살려올 수 있지 않을까 기회도 엿보려 했습니다.

문 : 아... 백은 연결을 확실히 하려 했던 것 같은데요. 멋진 맥이 사라져버렸네요.

황 : 너무 빨리 두시니까 나도 거기 확실히 말렸던 거 같아.

문 : 상대가 속기라도 자기 페이스로 두는게 중요하지.

황 : 근데 그게 자기 마음대로 참 잘 안돼... ㅎㅎ

참고도(?)) 문제도(!). 바둑을 끝낼 수 있는 백의 맥점은?

문 : 그러면 이 장면으로 되돌려서 어디가 맥점인지 한 번 맞춰보실 수 있으시겠어요?

털 : 확실한 수읽기는 잘 못하겠지만 맥 문제라면 둘 수 있는 곳은 한군데 뿐인 것 같은데요...

정답도. 바둑은 맞보기

문 : 네, 바로 백1로 내려서는 수인데요. 그 뒤에도 젖히는 방향이 틀리면 수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황 : 어, 그렇네. 이걸 놓치다니 역시 바둑 잘두려면 아직 많이 멀었어.

문 : 실전에서 보려면 연습이 많이 필요하니까. 차분히 두면 볼 수 있지 않을까?

털 : 맥 교재에 실어도 될 듯한 모양인데요. 실전에서 백 1을 당한다면 그냥 2선으로 발발발 기어가는 정도일까요?

문 : 그러면 덩치만 자꾸커지니 결국 흑이 후수를 잡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맛으로만 남겨놓고 뽑고 싶지 않았지만 억지로 뽑은 선수로 좌변에서 이어지는 중앙 모양을 키워야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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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엄청난 훈련의 결과물이겠지만 사범님들께서 저럴 때 순식간에 수를 보시는 것은 항상 놀랍습니다. 사활책은 가지고 있는 것만해도 다 풀기 벅차니 행마책을 좀 사서 공부해야 할 거 같습니다. 프로기보는 해설 있어도 너무 어려워요. ㅠ_ㅠ 언젠가 제게도 최고의 바둑은 아닐지라도 제가 만족할 수 있는 바둑을 둘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