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바둑 갤러리에서 가짜 광기와 고의적인 분탕으로 활동한 지도 벌써 5년이나 되었네요.

5년 전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로 집안에 갇혀버린 우리는 이런 곳에서 만나서 신나게 놀았었죠.

(나만 재밌고 너네는 ㅈ같기만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긴 기간 중에서도 바갤의 이주 갤러리인 알파고 마이너 갤러리가 있던 시기가 가장 재밌었어요. 하루 평균 200개 넘는 게시글을 유치하던 성공적 이주처에서 저는 갤매니저가 직접 공인한 착한갤럼 Magister(P), 짭스행이라 불렸던 고정닉 스피드행마 등 여러 아이덴티티를 굴리며 놀았네요. 그러다가 수영복 엔버 짤을 올려갖고 갤을 6주만에 뿌서먹고 말았어요. 많은 바갤럼이 이주갤의 멸망에 크게 실망했었죠ㅠㅠ 그런 실망한 유저들을 달래주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 바로 엔버낚시였답니다.

(ㅋ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니 좀 못됐긴 했다)

그런 소동이 있고도 조금 더 기간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나마 양식있는 바갤러들이 이곳은 아직 정성스런 글을 올려볼 가치가 있고, 올리면 읽어봐줄 독자들이 남아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완전히 놓아버릴 때까지요. 일찍이 떠나간 고닉들이 새삼 다시 떠오르네요. 특히 인공지능에 관한 정보글을 올려주던 두 명이 많이 생각나요.

아, 진짜 재밌었던 시기가 한 번 더 있었네요. 저는 원래 AI에만 관심이 있고 바둑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1~2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바둑으로 샤이나리를 이겨먹어보고 싶은 승부욕이 난데없이 찾아온거에요. OGS 정석사전, 쉬운바둑 채널, 도은교의낭만바둑 채널을 보며 배우기 시작했고, 수읽기 할 땐 최대한의 치열함으로 머리를 굴리면서, 무한반복 접바둑 대국신청으로 들이받았어요. 그렇게 몇 달 후에 샤이나리와의 마흔 몇 번째 대국에서 드디어 맞바둑으로 한 판을 이겨보게 되었답니다. 무언가를 오랜만에 치열하게 배워본 경험도, 채팅창에서 바갤 분탕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던 것도 정말 즐거웠어요.

저는 아직도 바갤에 들어오면 예전의 엔버로 있는데, 이제는 그 때의 엔버를 기억하는 유저가 샤이나리 말고는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이제는 제 인생의 시간을 조금 더 소중히 하기 위해 바갤을 떠나려고 합니다. 어딘가에서 성공해서 잘 살고 있을게요.

지금보다 조금 어린 저랑 놀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