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콘이라 솔직히 큰기대는 안했음. 아마 역대 콘서트중 가장 기대를 안했을지도

그런데 전국투어를 안가서 그런가 같은 셋리를 다시들어도 전부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곡 순서 재배치와 편곡을 통해 같은 셋리지만 최대한 다른 경험을 주고자 하는 윤하의 고민의 흔적이 많이 돋보였다.

댄스가 많은 공연은 한편의 뮤지컬영화를 보는 느낌이라 공연 마무리엔 여운이 많이 남았다. 마지막 기특해 피날레에도 댄서들과 함께하니 마치 위대한쇼우먼을 보는것 같달까. 스물콘에서의 휘몰아치는 무대는 그곳에 모든걸 털어놓는 후련한 공연이었고, 여름콘에서의 넘실대는 물결같은 무대는 그곳을 영 떠나고 싶지 않게 해줬다. 이번 앵콜콘은 지난 한해의 기억을 한번에 훝고 지나면서도 각각의 편린들이 세심히 들여다보이는 기분좋은 회상이었다.

스무번의 공연을 하고나서 세번의 추가공연.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을까 상상을 할수가 없었고 매 공연마다 밀려오는 긴장과 중압감에 스트레스 또한 많이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때마다 해줄 수 있는건 공연에 얼굴비추고 잘해냈다고 팡봉이나 흔들면서 화답하는 것 뿐. 서로 재화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런 관계일 뿐이지만 그 기이한 관계 속에서 형성된 긴밀함은 시간이 지날 수록 끈끈해져간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사랑. 언젠가부터 윤하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노래했다. 영원이란건 존재하지 않아서일까, 그게 아니면 영원엔 아름다움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사라져가는 것들에게는 아름다움이 있다. 사라지면 더이상 볼 수 없고 기억의 저편에서 끄집어 내서 희미하게 볼 수 밖에 없는 아름다움. 누군가는 그 아름다움을 추억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후회라고 말하며 어떤 이는 이별이라 말한다. 윤하는 그 흐릿한 신기루에 빛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빛을 비추면 그토록 아름다워진다. 그 빛 또한 언젠가는 사라진다 해도 우리는 이제 사라져가는 것들에 진심으로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으리라. 

윤하가 부정을 노래하던 시절, 나는 그런 윤하에게 감탄했다. 부정을 긍정으로 승화시키는 게 아닌 부정을 마주하고 심연을 들여다 보는 윤하의 접근이 내 마음을 건드렸었다. 부정을 받아들이는 윤하의 노래가 위로가 되기도 하였다. 어쩌면 나는 나 대신 슬픔을 배설하는 윤하에게 기댔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윤하는 한없는 긍정을 노래한다. 힘에 겨운 사람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것 만큼 쓸모없는 위로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정말 힘에 겨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나도 힘들었어'와 같은 위선이 아니라 힘내라고 말하며 손을 잡아 일으켜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슬픔을 마주하는 단계를 지났다면, 이제는 일어설 때라는 걸 알려주는 윤하는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냥 잡기만 하면 된다. 

살별로부터 시작하여 퀘이사호에 이르러 포인트니모에 종착한 윤하의 여정이 어디로 흘러갈지가 궁금해지는 이번 공연, 더이상 윤하를 걱정하지도 의심하지도 않게 되었다. 매번 공연 전에 걱정을 하다가 공연을 보고나오면서 그 걱정을 지우는 요상한 현실. 각박한 세상 서로 함께 응원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또 어느새 기이한 관계를 재확인하는 시간이 오겠지.

더 길게 쓰고싶은데 급 귀찮음

한줄요약

마지막 선물은 산뜻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