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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선수는 기보 저작권의 꿈을 꾸는가?
[시리즈] 체스 옛날 이야기 · 15세기의 체스 대격변 패치, "여왕의 체스" · 인디언 오프닝과 어느 시골 브라만의 이야기 · 미국체스협회 레이팅 2위를 달성한 살인범의 이야기 · 1000년 전의 이슬람 체스 퍼즐, 만수바(مَنصوبة) · 에반스 갬빗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 · ㅋㅋㅋㅋ 이건 진짜 체스 성유물이네 · 19세기의 체스계 슈퍼스타, 하워드 스턴튼 上 - 영웅편 - · 19세기의 체스계 슈퍼스타, 하워드 스턴튼 下 - 악귀편 - · 대수기보법과 오스만제국 출신 체스마스터 이야기 · 체스 유럽 전파 초기의 무서운 이야기 · 윌리엄 슈타이니츠 : 세계 체스 챔피언의 탄생 · 체스 역사 속의 TMI들 2024년 11월 25일부터 2024년 12월 13일까지, 지금 한창 진행중인 2024 체스 월드챔피언십.한국 시간으로 매일 오후 6시부터 진행되고 있는 이 대회는, 한국에서는 체스닷컴 코리아의 대표 겸 사장 겸 번역담당 겸 회계담당 겸 QA담당 겸 유튜브담당 겸 말단사원인 성진수 씨가 대회 중계를 담당하고 있다. 그의 방송을 확인해보면 아쉽게도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현장 영상은 보여주지 않고 기보만으로 중계를 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성진수 씨는 이에 대하여, 'chess24가 중계권을 가져가는 바람에 체스닷컴 코리아에서는 현장 화면을 송출할 수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중계 자체를 못 할 텐데, 성진수 씨는 왜 이렇게나마 중계를 할 수 있는 것일까?그 이유는 바로, 체스 기보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사실, 체스 기보의 저작권은 체스계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논쟁이 되어 온 문제였다. 체스 기보의 저작권이 언급되는 초기의 기록은 19세기 중반까지도 거슬러 올라간다.1851년, 하워드 스턴튼이 주도한 체스 세계 최초의 국제 토너먼트. 스턴튼이 출간한 토너먼트 기보 모음집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실려있었다. "관리 위원회는 1기니 이상의 모든 구독자에게 게임 전체의 정확한 사본을 보장하며, 이렇게 많은 게임을 녹화하고 이를 출판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위원회의 명확한 승인 없이는 누구도 게임의 일부를 출판하는 것이 처음부터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오늘날 우리에게는 기보의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상당히 어색하게 들리지만, 20세기 초까지 여러 체스 대회들의 주최측은 기보의 저작권을 주장하고는 했다. 이들이 저작권을 주장했던 이유는 아주 간단명료한 것이었다. 토너먼트를 기획하고, 상금을 다 내주고, 개최비용도 다 주최 측에서 지불했지만, 정작 기보는 돈 한 푼 안 들인 출판사와 신문사가 대중들에게 뿌려버리면서 돈을 버니, 경제적 이익을 모조리 출판사와 신문사가 날먹을 해버리는 상황.대회 주최측은 이를 아득바득 갈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노력은 대체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출판사들과 신문사들은 이들의 주장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고, 토너먼트 주최측의 공식 기보 모음집이 발간되기도 전에 이미 기보는 대중들의 손에 들어가 있곤 했다.초기의 체스 세계 챔피언들도 기보 저작권에 대하여 똑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FIDE 관할 이전의 체스 세계 챔피언십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챔피언십 개최를 명목으로 여러 후원자들의 기부를 받아 후원금을 쌓고, 이렇게 쌓은 상금을 승자 6 : 패자 4 정도의 비율로 나눠 갖는 조건으로, 챔피언과 도전자가 챔피언 타이틀을 건 매치를 벌인다.즉, 초기의 체스 세계 챔피언십은 수익성이 전혀 없어, 부유한 후원자들의 관심이 없다면 아예 챔피언십 매치가 개최될 수 없는 구조였다. 실제로 챔피언과 도전자가 경기 개최에 합의까지 했으나 후원금을 모으지 못해 제때 개최되지 못하거나 아예 취소된 경우도 숱하게 있었다.그러나 만약, 기보의 저작권을 바탕으로 하여, 챔피언십을 후원하는 특정 출판사나 신문사에 기보를 독점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거나, 아니면 선수들이 체스 마니아들에게 기보를 직접 판매할 수 있게 한다면, 세계 챔피언십의 수익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훨씬 더 정기적인 대회 개최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체스 선수들의 형편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초대 챔피언 슈타이니츠부터 줄곧 기보 저작권 문제가 챔피언들의 관심거리로 논의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누구보다도 강하게 밀어붙였던 것은 2대 챔피언 엠마누엘 라스커였다. 선대 챔피언 슈타이니츠가 빈곤 속에서 사망하는 것을 목도하며 라스커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가장 열정적으로 기보의 저작권을 옹호한 챔피언이 되었다. "슈타이니츠 대 라스커 세계 챔피언십이 끝난 뒤, 전체 대국을 담은 두 권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하나는 British Chess Magazine에서 나온 것이고, 하나는 다른 체스 마스터인 Bird 씨의 것입니다. 그러나 신문사나 두 책의 출판사는 경기 기금에 어떤 식으로도 기여하지 않았습니다.""전체 유럽 체스 세계는 해당 게임에 대해, 그리고 도전자에 대한 후원에 대해 아무것도 기여하지 않았지만, 기회가 주어졌다면 선수들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몫을 지불했을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수천 명의 플레이어가 그 대국으로부터 즐거움을 얻었고, 대국이 신문에 실린 지면과 대국 관련 서적 판매에 많은 돈이 지불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선수들에 대한 보상은 당시 체스 대중이 지출한 총금액의 공정한 비율에 훨씬 미치지 못했습니다."라스커는 기고를 통해 여러 차례 기보의 저작권 부여 및 체스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주장하고는 했으며, 챔피언십 매치 개최 협상과정 또한 그의 저작권 주장으로 인해 상당 기간 지체되고는 하였다. (카파블랑카와의 매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 모든 논의들에도 불구하고 기보 저작권 주장은 여전히 체스 세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딱히 별 의미는 없었다.당시나 오늘날이나, 기보의 저작권이 인정되고 있지 못한 이유는 비교적 단순하다. 저작권은 창작물을 보호하는 것이지, 어떠한 단순 사실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축구 경기나 농구 경기도 마찬가지. 축구 경기나 농구 경기의 내용 그 자체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손흥민이 골을 넣었다는 사실을 보도한다고 해서 저작권료가 청구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을 촬영하는 등의 작업을 통해 가공된 영상물이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어 있는 것이다.체스 기보는 어떨까? 체스 기보는 알다시피 별다른 가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그냥 그 자체로 어떤 내용의 경기가 펼쳐졌다는 공개된 사실에 해당한다. 따라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확립되어 있는 판례이다.그러나 오로지 옛날 선수들만이 이런 불만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으니...때는 2016년, 칼슨 vs 카랴킨의 세계 체스 챔피언십. FIDE는 Agon Organization이라는 회사에 세계 체스 챔피언십과 도전자 결정전의 독점적 중계권을 부여하여 온라인 방송 사업을 하게 해주었다.그러나 경쟁사인 chess24는, 주최측에서 촬영한 카메라 화면은 가져다 쓰지 않고, 주최측이 송출하는 기보만 실시간으로 가져다 쓰는 방식으로 실시간 온라인 중계 방송을 진행하였다.당시 chess24 방송 화면. 선수들 모습 없이, 기보만 실시간으로 가져다가 해설을 하고 있다.Agon은 자신의 독점적 중계권을 확립하기 위해 소송전을 불사했는데, 다만 기보 저작권을 주장하면 씨알도 안 먹힐 것을 알았으니, 우회적으로 chess24가 체스 기보를 가져다 쓴 것이 '영업 비밀(trade secret)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에서 소송을 제기했다.모스크바 상업법원은 이렇게 답했다. "님은 진짜 이게 영업비밀로 보임?"러시아에서 패소한 Agon은 굴하지 않고 이번엔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은 영미법계이므로 판례법주의가 적용되는데, 저작권을 주장하며 싸워봐야 씨알도 안 먹힐 것을 알았으니 Agon은 여기서도 우회적으로 거의 사문화되어 있던 특이한 판례를 꺼내온다. 핫 뉴스 도용 교리(hot news misappropriation doctrine). 1차 세계 대전 당시 AP통신이 열심히 만들어온 속보를 다른 언론사가 날먹하면서 생긴 판례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지만 노력을 통해 수집한 정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보호를 해주기 위해 도입된 판례였다. Agon은 이번엔 이 논리를 바탕으로, chess24가 자신들이 노력을 들인 기보에 무임승차하여 불공정경쟁을 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뉴욕남부지방법원은 이렇게 답했다. "님은 진짜 이게 날먹으로 보임?"당연하지만, chess24는 어디까지나 기보만을 가져다 썼을 뿐, 지금의 성진수 씨가 그리하듯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해당 기보를 해설하고 중계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핫 뉴스 도용과 같은 '무임승차'의 사례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뉴욕남부지방법원은 원고가 체스 기보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극히 예외적인 판례를 끌어와 저작권법을 우회하려 했다는 chess24측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Agon은 여기서도 패소하게 되며 때늦은 저작권 분쟁은 막을 내린다.결론적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대회 주최자들과 선수들이 기보 저작권 문제에 달려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나 오늘날에나 해당 주장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이로 인해 오늘날 우리들은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과거 유명 경기들의 기보를 조회할 수 있고, 오늘 저녁에도 체스닷컴 코리아의 대표 겸 사장 겸 번역담당 겸 회계담당 겸 QA담당 겸 유튜브 담당 겸 말단사원 성진수 씨의 기보 기반 중계방송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재미있게도, 바둑계에서는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려 이와 같은 소송전이 계속해서 진행중이라고 하는데,한국기원은 김앤장을 끌어다 쓰고도 모조리 패소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작성자 : 김첨G고정닉
국정원 “홍장원 주장 사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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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자신에게 사직을 요구하며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12월 6일 이임 간담회를 하고 짐을 쌌는데, 한동훈 대표의 발언과 자신과 관련한 기사가 나오자, 태도를 바꿔 12월 6일 오전 "처음으로 돌아가서 예전 같이 일하자"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 전까지 자신의 입을 막으려고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홍 차장은 조태용 원장이 국정원 간부들에게, 국무회의에서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지 않고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자신과 조태용 원장의 발언이 진실 공방처럼 번지는 것은 현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KBS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밝혔습니다.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와 관련해선 "평소 자주 직접 보고를 드리고 술자리도 가져 대통령이 저를 믿고 좋아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신뢰를 받는 것과 부당한 명령에 따르는 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또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선 "이만해서 다행이지 군인 몇백 명 중 누군가 돌발 행동을 해서 개머리판으로 구타만 했어도 정말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며 "참석자들은 진심으로 계엄에 응했고, 이런 사태를 일으키고 방치한 사람들은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이하 인터뷰 전문.■ "어제 전화로 해고 통보받아…오늘 정보위 불참"Q. 정보위 불참 이유는?A. 어제부터 오른쪽 눈이 자꾸 안 보이고, 또 지금 국정원 차장이 아니기 때문에 부른다고 해서 갈 이유가 없다고 봤다. 어제 전화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Q.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유는?A. 원장이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안 받은 건 사실이다. 왜냐하면 내가 받았기 때문이다. 제가 그 지시를 받은 뒤 조 원장에게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했다고 보고했더니 갑자기 고개를 휙 돌리면서 "내일 얘기합시다" 그랬다. 본인도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에 관여하지 않고 싶다는 분위기였다. 정말 몰랐다고 하면 내 이야기를 듣고 놀라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방첩사가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잡으러 다닌다고 국정원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하는데도 대화와 논의를 거부했다. 그걸 보면 본인이 알았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건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다. 분명한 건 제가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조 원장이 5일 밤 사직 요구하며 대통령 뜻이라고 말해"Q. 대통령 지시 이후 국정원장에게 바로 보고했나?A. 3일 밤 계엄령 발표 이후 11시 30분쯤 국정원 대책 회의가 열렸고 회의가 끝난 뒤 조태용 원장에게 보고했다. 원장에게만 직접 대면 보고했고, 결과적으로 국정원 직원 중 한 사람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Q. 정확한 보고 시점을 다시 한번 정리하면?A. 조태용 원장이 국무회의 다녀온 뒤 그날 밤 11시 반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내용이 예민해서 대통령 지시는 다른 정무직들이 있을 땐 말 못 하고 정무직 회의가 끝난 뒤 독대로 보고했다.■ "조 원장, 국무회의에서 반대하지 않고 우려 표명했다"Q. 회의에서 조태용 국정원장은 국무회의 논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했나A. 처음 3일 밤엔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는 걸 속이셨다. 3일 밤 비상계엄에 대해 알고 있냐고 물었더니 "아 그런 걸 왜 물어봐요?"라고 답한 뒤 대답을 회피했다. 이후 계엄과 관련해선 아예 말을 섞으려고 하지 않았다. 뒤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6일에 제 사표를 반려한 뒤 국정원 간부들과 티타임을 했는데, 그때 원장이 국무회의에서 반대를 하지 않았단 취지의 말을 했다. 조 원장이 "제가 반대까지는 못했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라고 말했다.Q. 경질 통보 받은 과정을 자세히 이야기해달라A. 원장이 5일 목요일 오후 4시에 저를 불러서 "정무직들은 다 그렇죠. 사직을 좀 하셔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내가 "어떻게 된 일입니까?" 물었더니 "정무직 인사야 그분이 하시는 거죠. 대통령이 그렇게 결정하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경질이었다. 우크라이나도 다녀왔고 12월 4일에 매우 중요한 중국 출장 일정도 잡혀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능력 때문에 경질한다고 보긴 어려웠다.Q. 그랬는데 6일엔 왜 사표를 갑자기 반려한 건가A. 6일 아침에 출근해서 오전 10시쯤 간부들과 이임 간담회를 마쳤는데 원장이 불렀다. 원장이 전혀 다른 얼굴을 하면서 "정무직이 다 그렇죠. 처음으로 돌아가서 예전처럼 같이 일합시다"라고 말했다.Q. 갑자기 조 원장의 입장이 바뀐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A. 6일 오전에 한동훈 대표 발언이 나오고 저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니, 잘못 건드리면 문제가 되겠다고 해서 탄핵 표결 전까지 제 입을 막으려고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분명히 하고 싶은 건 제가 기자에게 전화하거나 한동훈 대표에게 연락을 한 건 결코 아니다. 한동훈 대표를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전화번호도 모른다. 원로 한 분께 상의드렸을 뿐이다.■ "대통령 목소리 격앙…평소 신뢰받았지만, 부당한 명령 따를 수 없어"Q. 대통령과는 평소 자주 연락하는 사이인가?A. 차장을 하면서 대통령으로 전화 받은 건 처음이다. 다만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 대해선 꼭 나에게 보고를 하라고 해서 우크라이나 출장이나 북한 동향 등에 대해 직접 보고한 경우가 많았고 술자리에도 몇번 부르셨다. 그래서 대통령이 저를 믿고 좋아한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나 신뢰를 받는 것과 부당한 명령에 따르는 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 "대통령 평소에도 북한 위협 관련해 '다 때려죽여' 등의 발언 자주 해"Q. 대통령의 통화 내용에 비춰볼 때 대통령의 계엄 추진이 진심이었나. 성공할 거라고 보고 추진했다고 보나A. 대통령의 목소리가 굉장히 격앙돼 있었다. 제가 예전에 북한의 위협과 관련한 보고를 하러 들어갔을 때 "다 때려죽여, 핵폭탄을 쏘거나 말거나" 그런 말을 해서 많이 놀랐었다. 이 사람의 스타일이라고 느꼈다. 이번에 "싹 다 잡아들여"라고 말할 때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깊은 생각 없이 말하는 느낌이었다.Q.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부당한 지시를 받았으며 상황을 잘 몰랐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방첩사령관은 얼마나 계엄에 깊숙하게 개입했다고 보나?A. 진심으로 참여했다고 본다. 민간인은 군인의 사고를 이해하기 어렵다. 역사의 한 순간에 뭔가 역할을 한다면 목숨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도 하는 게 군인이다.Q. 계엄령 선포 사태를 어떻게 보나?A. 비상계엄 사태가 이만해서 다행이지 군인 몇백 명 중 누군가 돌발 행동을 해서 개머리판으로 구타만 했어도 정말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대통령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실패했기 때문에 물러나게 한 거라고 생각한다. 조태용 원장을 비롯한 몇몇 인물들은 이런 위험한 상황을 방치했다.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Q. 2차 계엄 사태가 가능한 상태였다고 봤나?A. 어제는 그랬다. 결국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 직위 해제됐는데 다행이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방첩사령관은 진심으로 참여…2차 계엄 위험 있다고 판단했다"Q. 이재명 대표에게 브리핑 하자고 해서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고 조태용 원장이 주장하는데A. 계엄령 파동 다음 날인 4일 오후에 제가 국정원장 직무대행을 할 때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이재명 대표가 자꾸 북한 위협을 언급해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측면이 있으니, 야당에도 안보 브리핑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한 바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원장이 "야당 대표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에요"라고 말했다. 야당 대표에게 정보를 주자는 게 아니라 지금 북한과의 정황이 안정적이란 사실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비상계엄을 실시해놓고 야당 대표에게 북한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건 현 정부의 이해관계와는 대치되는 것이었다. 제가 그런 정치적인 판단을 못 하고 조언을 한 셈이었다.Q. 조 원장이 조선일보 보도 경위를 물어봤을 때 '오보'라고 한 이유는?A. 경질을 보류하고 다시 함께 일하자고 한 6일 오전, 조 원장이 다른 정무직들과 함께 나를 불러 "오보죠?"라고 물어봤다. 그동안 조 원장이 보인 행태를 봤을 때 제 이야기를 들어줄 의지도 의사도 없다고 느꼈다. 이 사람이 원하는 말이 '오보'라는 대답 같아서 긴말하지 않고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 기사 보면 대통령이 저에게 직접 한동훈 대표를 체포하라고 지시했다고 나와 있는데, 그건 아니고 명단은 방첩사령관이 밝혔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측면도 있다.Q. 그럼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국정원 1차장 직을 유지할 생각이었는데, 국회 정보위원회에 가서 윤 대통령 지시와 자세한 경위를 다 밝힌 이유는?A. 어제(6일) 오전, 솔직한 마음으로 계속하라면 해야지, 그런 마음으로 방에 들어와 있는데,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이 전화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데, 그 순간 거짓말을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화로 말씀드리기 어렵고 직접 찾아가겠다고 했다. 막상 만나니 설명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간 있었던 상황을 묻는 질문에 소상히 이야기한 것이다.김경진 (kjkim@kbs.co.kr)
작성자 : 헬기탄재매이고정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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