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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E UNDERGROUND OF DELTA-1:디버그모바일에서 작성

언갤러(39.7) 2024.08.28 15:34:01
조회 207 추천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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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dcinside.com/board/undertale/1233364

 






꽃잎이 내 코를 간지럽혔다.
난 재채기를 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하늘을 바라보니, 절벽 위에서 밝은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
평소에는 예쁘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저 빛에도 그림자가 있을까?
내가 아까 본 랄세이는 그림자였을까?
아니면 그게 랄세이의 빛이었던 걸까?

...모르겠다.
모든 것이 너무 어지럽다.



...그 광대가 말한 것처럼, 그냥 혼돈이다.
그 세일즈맨이 말한 것처럼, 결국 혼자라는 걸 깨달았다.
그 TV녀석이 말한 것 처럼-
'...혼자가 아닌 것 같은데.'
"뭐?"
난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 목소리는 귀로 들은 게 아니었다.
마치 머리속에 텍스트같은 게 지나간 듯한...
대체 어디서 들린거지...?



난 내가 일어난 꽃밭을 꾹 눌렀다.
매트리스를 꾹 누르는 느낌이 난다.
아무래도 이 노란 꽃들이 날 받쳐준 것 같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여긴 원래 그런 세계다.
...그리고, 이끼보다 이게 더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
진짜 그럴까?










'야, 미쳤어??'
또 그 목소리다.
어딘가 소름끼치고, 중성적인 아이의 목소리.
'그건 버터컵 꽃이잖아. 먹으면 죽는다고!!'
놈이 로드를 해서 살아날건데, 죽건 말건 뭔 상관이야!
'그 놈이 의지의 힘을 잃어버렸으니까 하는 소리지!!'
뭐?
...너 뭐야.
어딨는건데?
'첫번째 질문에 답하자면...'
'네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놈.'
설마..
플레이어?
'그래, 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놈이 나라는 건 잘 알겠네.'
'뭐, 두번째는...'
'90%는 이 망할 검에 박혀있고, 10%는 네 몸 안에.'

난 내 몸의 감각을 곤두세웠다.
약하지만, 심장 쪽에 위화적이면서도 익숙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왜 이걸 또 나한테...
또 날 조종해서 그 짓을 할려고?
'아니, 검에는 눈도 뭐도 없잖아.'
'상황 파악도 못해?'
검?

난 주위를 둘러봤다.
그림자가 진 곳에, 어둠의 세계의 검이 있다.
난 분명 빛의 세계의 모습인데...
난 의구심과 함께 검을 집어들었다.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려온다...

그럼, 이제 이 검에 어쩌다 들어갔나 뭐라고 해봐.
'나도 몰라.'
?
'그냥 공허로 쭉 떨어지다가...차가운 무언가에 흡수되는 느낌이 들었어.'
'그게 다야.'
...그럼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나야 당연히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 그게 다야.'
'넌?'
나? 난...
수지와 노엘을 찾고, 돌아가서....
그 배신자를 요절내야지.
'...'
'수지랑 노엘은 이 세계의 플레이어를 따라갔어.'
너 눈 없다고 하지 않았어?
'대신 땅에 박혀있는 동안 진동은 느낄 수 있었지.'
'뭔가 말을 하더니, 큰 발소리, 발굽이 있는 발소리, 작은 발소리..'
'그런 게 느껴졌어.'
수지랑 노엘이랑...다른 하난 누구지?
'아마 이 세계의 플레이어겠지.'
'...프리스크란 몸 안에 들어간.'
그럼 네놈들의 껍데기 역할을 하는 게 나만 있는게 아니었어??
'아니, 플레이어가 옳은 선택을 하면...'
'그 애는 자신의 의지와 플레이어의 의지를 하나로 모아, 기적을 행할 수 있어.'
'그리고 인간과 괴물, 모두 행복한 해피엔딩을 맞고,  프리스크는 모두가 행복한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지.'
'...그 플레이어가 옳은 선택을 하길 바랄 수밖에.'
'하지만 잘못된 선택이라면...'
잘못된 선택이면?
'...알아봐야 좋을 거 없어.'
'암튼 잠깐만 기다려봐.'
왜?
'수지랑 노엘을 만나러 가야지.'













...차라리 그냥 가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아까의 그 말 이후로, 검에선 그 어떤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난 다시 꽃밭에 누워, 빛을 응시한다.
......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세계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돌아가도, 랄세이한테 찢어발겨질 것이다.
...이제 의지도, 힘도, 뭣도 없는 내가,그 놈을 상대한다고..?
그리고 플레이어는 이 세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서, 정작 준 정보는 쥐꼬리만 하다.
아니, 애초에 난 플레이어를 신뢰할 수 없다.



놈은 버들리를 죽였다.
놈은 다크너들을 얼렸다.
놈은 노엘을 절망의 구렁텅이의 최심부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거기 떨어진 건 나도 마찬가지다.

따뜻한 햇빛은 내 걱정은 신경쓰지 않고, 내 눈꺼풀을 닫는다.
























내가 서있다.
그 나는 내가 아니다.
그 아이는 뒤돌아 서있어서 얼굴을 볼 수 없다.
얼굴을 본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공허를 채우던 유일한 소리인 바람을 밀어내고, 뒤를 돈 나는 말을 꺼낸다.

"끊임없는 죽음."
"끊임없는 웃음."
"끊임없는 절규."
"끊임없는 먼지."
"이것들이 여기 존재하는 것 들이야."
"이젠 너무 당연해졌지."
"그들의 공명이..."
"나를 깨우고,"
"너를 깨우고,"
"우리를 깨웠어."
"흥미롭지 않아?"
"영면의 문을 연 칼날이..."
"우릴 그 오랜 잠에서 꺼내다니 말야."























'야, 태평하게 낮잠만 자고 있냐?'
'오랜만에 하는 거라 어려웠는데, 넌 잠이 자고 싶어?'
...아, 미안.
근데 뭘?
'아, 보면 알아.'
'날 잡아봐.'
난 검을 움켜쥐었다.





!!!
0.1초도 안되는 시간에 보라색 방들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주변 풍경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한 아이의 멱살을 잡는 수지를 찾았다.
노엘은 둘을 떼어놓으려 안간힘을 쓴다.
'아, 별로 좋은 선택을 한 것 같진 않네.'
.....그래.
네가 뭔 짓을 했든간에, 일단 쟤들 좀 말려야 될 것 같네.

'아, 이거 이름은 '뭔 짓'이 아니라 디버그야.'
'두 글자로 줄이면 치트지.'
보라빛 참격이 내 옆을 스친다.
뺨을 만지자, 내 손이 붉게 변한다.

난 치즈도 치트도 싫어.



-------
오늘의 코멘트:
"야, 원래 저 자식 해커였어?"
어.
스노우딘에서 차라랑 싸울 때 진가를 발휘할 예정이었는데...
그냥 쬐끔 앞당겼어.
"...그럼 그냥 텔레포트로 돌아가면 되는 거 아냐?"
'누구'의 실험 때문에 델타룬에 언더테일의 데이터가 덧씌워지지 않았다면.
아, 돌아가더라도 미친 염소한테 잘게잘게 찢겨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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