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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미식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120) 2023.08.28 00:38:28
조회 311 추천 11 댓글 2

당신은 미식을 즐기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딱딱한 호밀빵과 부드러운 밀빵 중 하나를 택하라 하면, 누구든지간에 밀빵을 선택할 것이다. 호밀빵이 더 몸에 좋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호밀빵을 먹으려 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당연한 일이다. 호밀빵은 밀빵보다 맛이 없으니까.

이 문제는 단순히 빵을 고르는 사소한 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북극에도 팽귄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놀랍게도, 이쪽이 팽귄이라는 이름의 원조다. 남극보다 일찍이 발견된 북극에서 살던 그들은 불행히도 인간에게 경계심이 없었으며, 알을 하나씩 낳았고,

무엇보다 고기와 알 모두 무척이나 맛이 좋았다. 뭐 다른 이유가 몇개 더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다.

차라리 경계심이 많았다면 소수나마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번식이 활발했다면 가축으로나마, 혹은 조금 남은 개체로도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맛이 없었다면, 애초에 멸종될 위기조차 오지 않았을테지.

"맛이 좋다. 뭐 교집합이 하나밖에 없긴 하지만, 약간 비슷하긴 하지."

나는 눈앞에 펼쳐진 음식을 바라보며 독백을 뱉었다. 이것이 오늘의 마지막 만찬이자, 가장 성대한 만찬이다.

언젠가 지나가듯 봤던 것처럼, 스노우딘에서 겨우 찾은 버터를 녹여 잿가루를 살살 볶았다. 우유 대신 녹은 나이스크림을 넣어 약불에 끓여주자 고소한 냄새가 풍겨왔다.

이제는 꽤 숙달된 솜씨로 만든 나무 숟가락을 들어 스프를 한 숟갈 뜨니, 다채로운 풍미가 혀를 찔렀다.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형용할 수 없는 맛. 마약도 이보다 아름다운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오직 지하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맛. 이것을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아먹을 수 있다.

다음으론 나이프를 들어 스테이크를 썰었다. 처음에는 누린내 때문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 많겠지만, 한번 맛들리면 계속 찾게 된다는 염소고기. 예전엔 어떻게 구워야 할지 몰라 맛없고 질기기만 해서 잘 굽는 법을 알아내기까지 몇번을 시도했는지 모른다. 도축하고, 팬에 올리기까지 형채를 유지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렸을 정도니까. 그러니 나에겐 이 황홀한 스테이크를 몇번이고 즐길 자격이 충분하다.

그 옆에 놓인 샐러드에 포크를 찔러넣으니 메아리풀이 고통스러운 듯한 비명을 토해냈다. 입 안에서 울려퍼지는 비명소리가 마치 탄산과도 같은 톡톡 터지는 특색을 더해줬다. 푸른색, 녹색, 금색이 섞인 샐러드를 씹으니 살짝 쓴맛이 감도는 푸른물이 흘러나왔다. 워슈아의 등딱지에서 빼낸 물이 쓴맛을 감싸안은 독특한 풍미를 불어넣어줬다.

버터스카치시나몬 파이 한 조각 옆에 거미 사이다 한 잔을 놓았다. 사이다 위에는 나름대로 칵테일을 만들어 보고자 눈사람 조각을 올린 뒤 아이스캡을 꽂아놨다. 시나몬 버니엔 곱게 간 괴물사탕과 끈적하게 녹인 몰드빅을 뿌려 놓았다. 식사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달큰한 냄새가 지하를 가득 매웠다.

마음같아선 식전 음료, 전채 음식, 스프, 생선...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냑.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 완벽한 코스 요리를 즐기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재료가 부족하다.

오늘은 프로깃은 숯불에 구워먹었고, 윔선은 바삭하게 튀긴 뒤 몰드스멀에 찍어먹었으며, 록스는 눈알을 빼 바다 홍차에 타먹었다. 스노우드레이크는 발을 잘라 데친 뒤 양념에 볶았고, 기프트롯은 뿔을 달여 먹어봤다. 글라이드는 지느러미를 잘라 얇게 회를 떠 먹었다. 아론은 꼬리를 잘라 조림으로 만들었다. 경주용 달팽이도 먹어봤는데, 이건 괴물과 비교해서 그다지 맛은 없었다. 테미는 보신탕처럼 고아 먹었다. 파이로프는 불만 끄고 날것으로 먹었고, 벌킨은 껍질을 벗겨 나이트나이트의 촉수에 김밥처럼 말아먹었다.

토리엘은 푹 삶고, 파피루스와 샌즈는 끈적해질 때까지 끓여 국물을 냈으며, 언다인은 살을 발라 반죽을 한 뒤 튀겼고, 알피스는 통으로 구웠다.

아쉽게도, 재료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단 한번만 다룰 수 있는 재료는 아니다.

미각. 이 혀를 타고오르는 감각을 위해 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산을 올랐고, 오를 것이다.









사실 풀코스 써보고 싶었는데 내가 그쪽 음식을 잘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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