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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06 여름 코미케 후기+용하형 만난썰(스압)
올해도 코미케를 다녀왔다.작년에는 일정을 촉박하게 잡았는데 올해는 넉넉하게 잡고 다녀옴첫날은 음료수 가챠를 해봤다동전넣고 하는 가챠는 몇번 해봤는데 음료수로 가챠를 한다니 참으로 신박해서 꼭 해보고싶었음대략 히든가챠 1개가 있어서 이걸 뽑는게 목표인 그런 자판기다초심자의 행운인지 첫트로 바로 히든가챠가 나오더라 ㄷㄷ뚜껑에 키링이 들어있는데 뜯으면 이렇게 생겼다음료수는 알루미늄캔에 인쇄된 종이가 붙어있고 이걸 투평한 플라스틱 필름이 감싸고있는 구조인데뽑고나니 캔이 차가워서 표면에 이슬이 맺혔는데 종이가 금방 눅눅해질거같아서 바로 뜯어버림혹시나 해서 한번더 뽑아봤는데 이번엔 이치카가 나왔다. 가격이 제법 비싼편이라 2트까지만 하고 나왔음두번째날은 사전답사를 다녀옴올해 코미케는 동관 123홀을 공사하면서 행사장 배치도가 좀 바뀌었는데 이동경로를 미리 봐두지않으면 막상 행사장에서 길을 헤맬거같아서 둘러보러왔다. 겸사겸사 행사전날 설영작업 하는거도 보고싶었음여기가 코미케의 관문격인 국제전시장역인데 첫차를 타고 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쏟아지는걸 볼수있다작년에도 블루아카이브로 꾸며놨었는데 그때는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찍지못했어서 사람적을때 미리 찍어봤다도착했을때는 설영이 거의 끝나고 정리하는 단계였는데 저 수많은 스태프들이 전부 자원봉사자들이라는게 매번 놀라울따름이다국내 서브컬쳐행사는 스태브들이 알바인걸로 아는데 이 날씨에 저렇게 고생하는 일이면 하루 일당으로 20만원정도는 줘야지않을까싶다여기가 동쪽으로 입장하는 사람들이 집결하는장소다작년에 여기서 4시간정도를 땡볕에서 대기했었는데 바다에서 불어오는 끈적한 바람과 위에서 내리쬐는 햇볕 그리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아스팔트의 복사열로 실시간으로 수비드가 되는 기분을 느낄수있는곳이다더위에 약한사람은 지옥을 맛볼수있는곳이기도 한데 실제로 작년에 사람쓰러져서 휠체어에 실려가는거도 본적이 있을정도임코미케 첫날택시팟으로 도착했을때 대략 5시40분쯤이었는데 2착이었다이번엔 서남쪽 얼리로 시작했는데 동관은 그늘 한점없는 아스팔트 땡볕에서 버텨야하지만 서남쪽은 주변에 건물들이 있어서 햇빛도 가려주고편의점이라던가 주변에 잠시 쉴만한 공간이 많아서 대기하는게 훨씬 수월한편이다그래서 더운거 못참는 사람이면 가급적 서남쪽에서 입장하는걸 추천함첫날의 목표 1순위는 PV책이어서 입장하자마자 바로 PV부스가 있는쪽으로 갔는데 줄이 생각보다 길지않아서 충분히 해볼만 하겠다 싶었는데 내가본건 빙산의 일각이었고 줄의 끝은 따로있었음 ㄷㄷ길게 이어진 줄을 따라서 안쪽으로 들어가야 겨우 줄을 설수있었다이때 당시의 대략적인 줄 상황줄은 생각보다 금방금방 빠지는편이었는데 줄이 워낙에 길어서 구매하는데까지 40분정도 소요되었지만 운좋게 원하던 책을 손에넣을수있었다PV책 구하고나서 2순위 목표인 턱센세 신간세트를 구하러 갔음이번에 선물로 드리려고 미카 아크릴스텐드, 스타터키트, 뱃지, 테이블매트 이렇게 세트로 준비했는데 드리기전에 블아 학생중에 누가 제일 좋냐고 물어보니까 미카가 좋다고 하더라고 예상이 맞아서 다행이었다 ㅋㅋ선물 드리고나서 싸인받고 사진한장 찍어옴턱센세말고도 평소 와카모 기깔나게 그리는 작가님 한분 계시는데 트위터에 카페메모리얼 공지보고 부럽다, 가보고싶다 이런 트윗을 올리길래 와카모세트 드리면 효과 직빵이겠다 싶어서 턱센세랑 비슷한 구성으로 드렸는데 진짜 갖고싶었다고 울려고 하던데 뱅기타고 가져온 보람이 있었다그밖에 다른 부스에도 젤리랑 웨하스, 라면을 선물로 나눠줬는데 일본 콜라보 굿즈들이 한국에서 귀하듯이 한국의 굿즈들도 일본에서 귀한건 맞는지 다들 신기해하면서 좋아하더라 ㅋㅋ여기는 후우카 카레를 판매한다는 트윗을 보고 궁금해서 꼭 가봐야지하고 정했던 부스실물을보니 겉에 박스는 후우카가 그려져있지만 안에 내용물은 진짜로 3분카레 같은 레토르트카레였다 (이거는 나중에 시식후기글 따로 올려볼 예정임)카레 구경하고서 카레세트 구매하고 뒤돌아서는데 내뒤에 용하형이 있더라 ㅋㅋㅋ 진짜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라 잠시 뇌정지왔다가 바로 싸인하고 사진찍기 부탁드렸다 ㅋㅋ그렇게 싸인하고 인증샷을 남길수있었음이후에 코미케는 매번 오는거냐고 물어봤는데 올수있으면 오는편이라고 하시더라 ㅇㅇ카레부스 바로 앞에서 내가 싸인받고 사진찍고 얘기하고 있으니까 옆에서 카레부스 작가님이 이분이 용하님이냐고 물어보길래 내가 맞다고 그러니까 진짜 영광이라고 하면서 바로 용하형이랑 악수하더라 ㅋㅋ이후에 작가님한테 싸인받으면서 들은 얘기인데 이번에 자기가 용하형 처음봤다고 하면서 내가 싸인받고 안그랬으면 용하형인지도 몰랐을거라고 알려줘서 고맙다고 하더라나도 오기전에는 "작년에도 왔으니 올해도 오겠지 기회가 되면 싸인이나 받자" 하고 생각하고 잊고있었는데 진짜로 보게될줄은 몰랐음 ㄷㄷ그렇게 첫날은 성공적으로 파밍을 끝낼수있어다둘째날에는 아사나기 센세의 부스를 갔는데 작년에 생각보다 물량이 넉넉해서 좀 느긋하게 가도 되겠다싶었어서 좀 늦게갔더니 이번에는 빠르게 품절되어서 신간은 아쉽게도 구매하지못햇음. 그래도 원래 목표였던 장패드에 싸인받는건 성공해서 나름 만족했다아무튼 이렇게 올해 여름 코미케도 무사히 다녀왔는데 원하던바를 대부분 달성해서 만족스러운 행사였다평소 서코나 일페 자주 다녀오는 사람은 한번쯤 가보는걸 추천함긴글 읽어줘서 고마워~
작성자 : 만끽고정닉
115년의 시간을 품은 론진 회중시계, 그리고 어느 독일인의 이야기
1. 도쿄에서 만난 낡은 회중시계며칠 전 일본 도쿄의 나카노 브로드웨이에서 빈티지 시계의 성지라 불리는 잭로드(Jackroad)를 방문하였다. 그곳에서 우연히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시계 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단정한 흰 다이얼의 오래된, 하지만 깔끔한 론진(Longines)의 회중시계였다.나는 매장 직원에게 이 시계를 자세히 보여주기를 요청했고, 그는 나에게 영어가 가능한 다른 직원을 데려오겠다고 잠시 양해를 구했고 몇 분 후 그의 도움을 받아 이 시계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 직원은 이 시계의 정확한 생산·판매연도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대략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 연식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시계 판매 카드에는 아래와 같이 씌어있었다.LONGINES ポケットウォッチ 手巻き Cal.- VINTAGE 稼働はしますが精度保証はございません ※ノンメンテナンス 現状でのお渡しになりますので、ブレスレット調整は行いません。あらかじめご了承の程、お願い申し上げます。こちらの商品は保証適応外となります (작동은 하지만 정확도를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 정비하지 않은 현 상태 그대로 인도하므로 줄 조정은 하지 않음을 양해 바랍니다. 본 상품은 보증이 적용되지 않습니다.)시계 전면부 덮개 외부는 임금 왕(王)자와 대문자 G가 합쳐진 듯한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그리고 그 덮개를 열면 내가 쇼윈도에서 가장 먼저 보았던 깔끔한 흰색 애나멜 다이얼에 고전적인 아라빅 넘버 인덱스, 6시 방향의 스몰세컨핸즈와 Longines가 선명하게 새겨진 단정한 다이얼을 볼 수 있었다.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케이스 안쪽에 숨어 있었다. 전면부 덮개 안쪽을 둘러싼 원형의 문구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Gutehoffnungshütte Aktienverein für Bergbau und Hüttenbetrieb Oberhausen(오버하우젠의 구테오프눙스휘테 광업 및 제련 주식회사)그리고 중앙부에는 아래와 같이 씌어져 있었다. Herrn Johann Jansen – In dankbarer Anerkennung für 25 jährige treue Dienste(요한 얀센씨에게, 25년간의 헌신적인 근속에 대한 감사를 표합니다)이 짧은 문구만으로도 시계의 정체가 명확해진다. 이 시계는 독일의 대표 공업지역인 루르지방 오버하우젠에 위치한 구테스오프눙스휘테라는 광업 및 제련회사가 요한 얀센이라는 노동자에게 25년 근속을 기념하여 수여한 상품이었다. 후면부 덮개를 열면 에른스트 프란칠론(Ernest Francillon)이 1866년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회사명 EF & Co.과 함께 이미 브랜드로 쓰이던 Longines가 병기돼 있다. 론진의 창업자는 오귀스타 아가시(Auguste Agassiz)이지만, 그의 조카인 에른스트가 회사를 물려받아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였으며 당시 새로 지은 공장이 위치한 지역인 Les Longines의 이름을 따 Longines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심지어 세세한 모양의 변경은 있었지만 날개 모양의 로고도 한 세기를 훌쩍 넘어 오늘날에도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하단부에는 이 시계가 80% 함량의 은으로 만들어졌음을 뜻하는 0.800과, 이 시계의 고유 일련번호(Serial Number)인 2412842가 새겨져있다. 무브먼트를 덮고 있는 덮개를 열면 이 회사가 파리에서 2회, 밀라노와 브뤼셀에서 각각 1회씩 4관왕 그랑프리를 수상했음을 선전하고 있다. 정확히 무슨 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오늘날 워치스 앤 원더스(Watches & Wonders)나 혹은 엑스포와 같은 국제박람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LONGINES4 GRANDS PRIXPARIS - PARIS, MILAN, BRUXELLES 나는 준비해간 루페를 이용하여 무브먼트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내부는 놀랄만큼 깨끗했다. 매장 직원은 내부 부품 모두 (적어도 자신들 매장에서는) 교체를 한 적이 없으며, 자신들이 인지하는 한에서는 순정 부품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도금된 황동으로 추정되는 기본판 위에 내부 덮개에서 확인한 것와 정확히 일치하는 시리얼넘버가와 회사명이 각인돼있었다. 또한 시계의 진동 속도를 조절하는 레귤레이터의 AVANCE(빠르게) – RETARD(느리게) 조절방향 표시까지 또렷하게 잘 보존돼 있었다. 나는 직원의 양해를 얻어 태엽을 감아보았고, 잠시후 우렁찬 째깍 소리와 함께 시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별 것 아니지만 왜인지 나는 이 순간 아주 잠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과 놀라움 사이의 묘한 감정을 느꼈다. 유한한 수명을 가진 대신 자가운동이 가능한 생명체로서, 그 반대로 자가 운동은 불가하지만 외부 동력이 주어지는 한 세기를 넘어서도 무한히 작동 가능한 기계에 대해 갖는 상반된 입장의 경이로움 비슷한 무언가였을 것 같다.일단 시계가 작동하는 것은 확인했으니, 간단한 타임그래퍼 측정도 해보았다. 결과는 일오차 +55초, 비트에러 9.9ms, 진동각 224도였다. 비트에러가 다소 큰 편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오차가 1분 이내로서 당시 기준에서는 실사용으로도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진동각도 시계의 연식을 고려하면 준수하다. 나는 몇 가지 사항을 추가로 확인한 뒤 이 시계를 구매하였다.2. 시계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다만, 상점 밖을 나서면서도 여전히 이 시계에 남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당시 회사가 직원에게 근속 25주년이라는 뜻깊은 연도를 기념하여 그의 이름까지 각인해서 선물을 주었다면, 그 해가 몇년이었는지도 함께 새겨주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았을까. 물론 스스로의 기억 속에서 그 연도를 인지하고 살아간 얀센씨는 정작 아무런 아쉬움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이 시계의 정확한 족보를 갖고싶은 나로서는 여전히 풀지 않은 수학문제를 남겨둔 채 책을 덮은 심정이었다. 우선 나는 이 시계에서 입수 가능한 모든 정보, 특히 가장 중요한 시리얼넘버 2412842를 통해 그 단서를 찾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미국의 유명한 중고시계 판매 플랫폼 Bob's Watches의 칼럼에서 론진 시계의 일련번호에 따른 생산연도를 확인하는 칼럼을 발견했다. (Longines Serial Number Lookup: Your Complete Guide: https://www.bobswatches.com/longines/longines-serial-number-lookup)론진은 창업 초기 1870년부터 꾸준히 각 시계 한점한점마다 일련번호를 부여해왔으며, 내 시계 2,412,842는 1910년에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최소한 잭로드 매장 점원의 추정이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은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더 정확한 혹은 교차 검증 가능한 정보를 원했다. 다양한 경로로 검색한 결과, 론진은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시계의 내외관 근접사진을 첨부하여 양식에 맞추어 요청할 경우 자신의 아카이브 내 판매 장부 기록을 회신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얼마의 비용을 청구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아래 양식을 채워 요청은 해보기로 했다. 혹시라도 기록이 남아 있을까 하는 기대였다. 놀랍게도 단 3일 만에 이메일 답장이 왔다.This pocket watch was invoiced in 1911 to our former subsidiary in Berlin.(이 회중시계는 1911년 베를린 소재 당사의 과거 자회사를 통해 판매되었습니다.)론진의 판매기록 장부를 확인한 결과 이 시계는 1911년 베를린 자회사를 통해 판매된 것임이 확인되었다. 무려 114년 전의 판매 기록이 지금도 남아있는 것이 우선 놀라웠다. 앞서 밥스워치가 정리해둔 일련 번호를 통해 추정된 1910년 생산연도, 론진의 아카이브 장부를 통해 확인한 1911년 판매시점, 그리고 지리적으로도 독일 어느 회사의 장기 근속자에게 주어지기 위해 베를린 매장을 통해 판매된 사실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어긋남 없이 맞아떨어졌다. 기왕 알아본 김에 이 회사에 대한 정보도 찾아보았다. 전면부 덮개 내부에 씌어있던 회사명 Gutehoffnungshütte을 검색해보았다. 우선 구글 화면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20세기 초 당시 이 회사의 낯익은 로고였다. 앞서 임금 왕(王)자와 대문자 G가 합쳐진 듯한 문양은 G.H.H를 합성한 표식이었다. GHH는 1782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광업 및 제련회사였다. 지난 100여년간 수많은 인수·합병·분할을 거치며 그 명칭은 사라졌지만, 일부 사업부는 오늘날 대형 트럭으로 유명한 MAN의 일부에 해당하며, 결국 MAN이 폭스바겐 산하 기업이니 여전히 폭스바겐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3. 마음대로 그려보는 시계와 얀센씨의 여정 루르 지방은 당시 독일 산업혁명의 심장부였다. GHH가 영위하던 광업과 제철은 산업시대 가장 중요한 업종이다. 얀센씨가 이 시계를 받은 1911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보다 시기적으로 조금 앞서지만, 이미 독일은 군비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루르 지방의 제철소들은 쉴 틈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만큼 이 기업도 호황을 맞고 있었기에 당시 기준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은 론진 은제 회중시계를 직원들에게 선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당시 론진은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과 같은 최고급 시계 혹은 오메가와 같은 럭셔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다음 티어로서 정밀한 무브먼트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엘리트와 고소득 중산층에게 널리 사랑받은 브랜드였다. 몇 몇 통계와 추정치를 찾아본 결과 이런 은제 회중시계는 당시 고소득 기술직 근로자 임금 기준 한 달치 월급 정도에 맞먹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시계였다. 2020년대 대한민국 중위 월소득이 300만원 내외이며, 아마도 얀센씨를 비롯한 산업화시대 기술직의 급여는 중위·내지 평균보다 높았을 것이므로 그들의 추정 월급으로 환산하면 오늘날 기준으로도 400-500만원대의 고가 시계임을 알 수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직원들에게 장기근속 포상으로서 수백만원대의 상품을 지급하는 곳은 대기업 중에서도 사실상 없다.이 시계는 탄생한지 100년이 넘는 동안 누구의 손을 어떻게 거쳐서 도쿄 나카노의 상점 쇼윈도에 오르게 된 것일까.증거는 언제나 빈 칸을 남기고, 인간은 늘 그 공백을 견디지 못하여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야기로 채우고 싶은 욕구가 있나보다.전후의 혼란 때문일까. 얀센씨는 1911년 근속 기념으로 이 시계를 받은 지 불과 3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을 맞이했고, 독일은 1918년 패전 후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막대한 배상금을 부담하게 되었다. 당시 정부는 마르크화를 무분별하게 찍어내어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일으켰고, 많은 독일인들이 그랬듯 화폐가 아닌 이 시계와 같은 실물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했을 수도 있다. 심지어 노년에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으며, 중공업 기업들이 밀집한 루르지방은 연합군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얀센씨 혹은 그의 후손, 아니 어쩌면 그로부터 시계를 사간 다른 누군가는 이 폭격의 혼란 속에 이 시계를 잃어버렸을 가능성도 있다. 혹은 당시 그 시계의 주인이 독일군 포로였을 수도 있으며. 어느 이름없는 미군 병사가 이 시계를 습득하여 전후 일본으로 흘러간 것일지도 모른다. 시계의 역사를 중심으로 좀 더 잔잔한 스토리로 갈 수도 있다. 1900년대 초반까지 개인용 시계는 이같은 회중시계가 기본이었으며, 손목시계는 주로 여성용으로서 브레이슬릿(팔찌)에 시계를 단 정도의 개념 뿐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적 손목시계는 1904년 루이 까르띠에(Louis Cartier, 우리가 아는 그 까르띠에 맞다)가 자신의 친구인 브라질 출신 비행사 아우베르투 산투스 뒤몽(Alberto Santos Dumont)에게 선물한 산토스가 그 시초이다. 그나마도 손목시계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참호전이 한창이던 1차 세계대전, 전장에서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가슴에 손을 넣기조차 위험했던 상황 하에 신속하게 시간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즉, 1910년대 중반 이후 조금씩 회중시계의 시대는 저물고 손목시계의 시대가 도래한것이다.어쩌면 20세기 중반-후반 손목시계의 시대를 살던 얀센씨의 어느 후손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 회중시계를 어느 딜러에게 판매했을 수도 있다. 이후 1980년대 일본은 그 유명한 버블경제 하에 넘치는 부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럭셔리·앤티크 수집 열풍이 한창이었으며, 이 와중에 유럽산 골동품 시계 또한 주요 타겟이 되었다. 어쩌면 이 시계도 이런 경로로 대륙 반대편으로 건너왔을 지도 모른다.마지막으로, 그냥 아무 재미도 없는 버전으로서, 단순히 옛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취향에 따라 일본의 중고시계상이 여러 경로를 통해 유럽 시계를 매입하여 마진을 붙여 나에게 판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잭로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글로벌 중고시계 유통상이다.이런 거시적 시대의 흐름에서 줌을 확대하여 인간 얀센씨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1911년 근속 25년을 맞았다면 그는 1886년 그 회사에 입사했을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간에 이직을 했지는 않겠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취직을 했다는 가정 하에 그는 1866년-1870생 내외로 추정된다. 프로이센 제국 시절 이미 유럽 최대 광업·중공업 지역인 루르지방에서 태어나 여느 독일인처럼 근면 성실하게 일했을 것이다. 이 시계를 25년 근속상으로 받은 1911년에 40대 중반이었다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당시에는 이미 50세에 가까운 장년이었으니, 전쟁에 직접 참전했을 가능성은 낮고 군수산업 숙련 노동자 및 감독·지휘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 흔히 장수(長壽)는 축복이라 하지만, 그의 세대에서는 차라리 1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에 적절한 시기에 세상을 뜨는 것이 가장 행복한 말년을 보낸 것일 수도 있다. 전후 많은 독일인들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 이를 잘 넘겼다 하더라도 그가 70대까지 살아있었다면 2차 세계대전을 겪었을 것이며, 특히 루르 지방에 계속 머물렀다면 연합군의 폭격으로 거동조차 불편한 노년에 직접적인 목숨의 위험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정말 뜬금없이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이 가운데 무엇을 진실로 믿는지는 전적으로 나의 자유다. 이런 (침해받지 않는) 시나리오의 재량권이 골동품의 매력 아닐까. 특히 시계란 물건은 여러 골동품들 중에서도 오랜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전자적 동력 없이 "움직인다"는 그 사실로 인해 생명력까지 더해져 독특한 매력을 준다. 21세기의 시계는 더이상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가 아니다. 시간이야 지금 당장 주머니에 손만 넣으면 초단위까지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첨단 현대 문명의 도구가 있다. (재미있게도 현대인들이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를 주머니 속에 넣고 있다는 점에서 20세기 초에 손목시계에 자리를 내주었던 회중시계가 또 다른 형태로 정확히 100년 만에 반격을 하는 중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핸드폰은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는 시계를 보기 위해(?) 찬다.특히 이 낡은 회중시계는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가 아니라, 어느 근면 성실한 독일인의 인생, 어느 중공업 기업의 역사, 20세기 초중반 독일과 유럽의 파란만장한 전쟁사, 그리고 일본 버블시대의 수집가들까지 이어지는 115년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오브제이다. 끝.
작성자 : 아크바블랙티고정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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